동아의대 서성환 교수가 현지에서 전하는 이탈리아 코로나19 상황
심각한 북부 지역 파견 의료인 모집에 의사·간호사 몰려
이탈리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00명이 넘는 의사가 사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북부 지역을 찾는 의사는 오히려 늘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렌체에 있는 동아의대 내분비내과 서성환 교수가 전해준 현지 상황이다. 서 교수는 지난 14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탈리아 의료진의 모습을 전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가족과 함께 피렌체에 머물고 있다(서 교수와는 코파라 출연 전 사전 인터뷰도 진행했다).
15일(현지시각) 기준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2,667명 증가해 총 16만5,155명이다. 사망자는 2만1,645명이다. 이탈리아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나라이며 사망률도 13.1%로 높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 100명 넘는 이탈리아
피해 심한 북부 지역 파견 모집에 의사·간호사 몰려
최전선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 중에서도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9일 기준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인은 1만4,066명으로 전체 환자의 9.5%를 차지한다. 사망자도 많아 의사만 107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개인보호구 등이 부족해 의료인 감염이 늘었다.
“현장에 있는 의료진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초기 의료물자가 많이 부족했다. 현재는 많이 좋아졌지만 지금도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쓸 장갑이 부족하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의료물자를 지원하고 공장 전환으로 해결 중이다. Vent가 부족해서 잠수마스크를 개조해 산소를 공급하는 기발한 방법들도 구사하고 있다.”
![]() |
| 현재 이탈리아 피렌체에 머물고 있는 동아의대 서성환 교수는 지난 14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탈리아 의료진의 모습을 전했다. |
100명이 넘는 의사가 코로나19로 사망했지만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꺼리는 의료인은 찾기 힘들다는 게 서 교수의 전언이다. 지난 3월 21일과 29일 진행된 이탈리아 북부 지역 파견 의료인 모집에 의사와 간호사가 몰리기도 했다. 파견 의사 300명 모집에 7,900명이 지원해 경쟁률 26대 1을 기록했다. 간호사 500명 모집에도 9,400명이 지원해 경쟁률 19대 1을 보였다.
“많은 의료인이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히려 전문과목과 연령, 경력을 고려해서 골라야 한다는 소식에 흐뭇했다. 일부 주에서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탈리아 북부인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 주는 의료인에게 보너스로 1,000유로(약 133만원)를 지급했으며 토스카나 주는 추가 수당으로 일일 15~40유로(2만~5만원)를 지급한다. 우리나라도 고생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서 교수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료진은 학회 권고안에 따라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적극적인 산소치료와 함께 에이즈치료제인 칼레트라(Kaletra)와 말리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 (chloroquine),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처방하고 있다.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사용은 권장하지 않는다. 항 IL-6R 제제인 토실리주맙(tocilizumab)에 대한 임상 결과가 좋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또한 이탈리아 만토바(Mantua), 파두아(Padua), 피사(Pisa)에서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혈장치료를 시작했다.
준비한 방향과 실제 양상 달랐지만 빠르게 대처 못해
이탈리아처럼 환자 급증 시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 없다
서 교수는 이탈리아가 초기 중국 유학생을 통한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는데 주력했지만 북부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환자가 발생하면서 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첫 코로나19 환자가 생겼을 때 이탈리아 의료진은 코로나19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급성 폐렴으로 생각했다. 그때 병원이 감염에 많이 노출됐고 그 이후 북부 지역에서 환자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늘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다른 질환자들을 요양원으로 옮겼는데 이때 (코로나19에 감염된) 무증상자도 함께 오면서 (코로나19가 요양원에 전파됐고) 사망률이 높아졌다. 준비했던 방향과 실제로 (코로나19가) 퍼진 양상이 전혀 달랐는데 거기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소도시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퍼졌는데 그때 제대로 격리가 안됐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서 교수는 코로나19가 이탈리아처럼 빠르게 확산되면 그 어느 나라의 의료체계도 이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의료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전체 이탈리아 코로나19 환자의 38% 정도가 경기도 정도 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0명씩 발생하고 중환자가 1,500명 정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로 환자가 급증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나라나 의료체계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률이 12.7%(현지시각 13일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북부 지역이 18% 정도이고 중부나 환자가 적은 지역은 사망률이 떨어진다. 로마 등은 사망률이 6% 정도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우리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 |
NHS 기반인 이탈리아에도 민간의료 영역 존재
대학 교수가 민간병원 클리닉에서 진료하기도
서 교수가 직접 체험한 이탈리아 의료체계는 한국과는 달랐지만 체계적이고 수준도 높았다. 올해 1월 발가락뼈가 부러져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 마리아 누오바 병원(Santa Maria Nuova Hospital) 응급실을 방문해야 했던 서 교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지만 힘들었다”고 했다. 비응급으로 분류돼 진료를 받고 퇴원하는데 7시간 30분이 걸렸다.
“성격 급한 한국 사람한테는 맞지 않지만 환자 위중도(적색, 황색, 녹색, 백색)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과 비교해 검사나 진찰, 치료에서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의사나 간호사들도 전문적이고 의사들은 모두 영어도 잘했다. X-ray나 PACS 시스템도 최신이었다.”
이탈리아에는 공공의료체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 외에 민간의료 영역도 존재한다. 서 교수는 “이탈리아나 유럽은 모두 NHS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는데 민간영역이 꽤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응급실 진료 후 정형외과 외래 진료는 민간병원에서 받았다”며 “단순상담 50유로(약 6만6,000원), 전문의·교수 진료 시 150~170유로(20만~22만원)로 진료비가 비싸지만 예약이 빠르게 이뤄지고 대기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대학 교수가 민간병원 클리닉에서도 진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일반 진료와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서 교수는 “피렌체 지역에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기적으로 항암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지인은 2주 전 암 수술을 받았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꼭 필요한 수술이 아니면 중지하거나 취소하도록 권고했지만 4월초 남부 지역에서 한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미용목적으로 지방흡입시술을 받다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고 했다.
![]() |
| 서성환 교수가 보내준 이탈리아 현지 모습 |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