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향후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생산과 관련해 각국 정부에 수십억달러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미리 구매 보증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CEO은 또 향후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됐을 때 제품을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지, 기존 의약품들 생산을 유지하면서 신규 제품 생산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설비나 원료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한 합리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신 생산업체 사노피 파스퇴르의 데이비드 뢰브 부사장은 “현재 개발중인 백신들 중 가장 유력한 제품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최종적으로 입증되기 이전이라도 정부가 구매보증을 해줘야 한다”면서 “신속하게 수십억달러를 지원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시장이 형성된다고 봤을 때, 제약업체들의 자체 조달만으로는 수십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품 생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 수요에 대응해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20억달러를 목표로 자금 조달에 나섰으며, 현재 7억7500만달러를 모금했다. 하지만 백신 제조를 위해 할당된 금액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각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수준을 약간 웃도는 정도라고 FT는 설명했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CEO는 “이건(코로나19는) 세계적인 문제다. 저소득 국가에 약품을 유통시키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할 수 있도록 생산 리스크와 관련해 전 세계적인 합의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뢰브 부사장도 국제 과학자 그룹이 나서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약품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지역으로 퍼질 것이고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약업계 CEO들은 또 과거 에볼라, 신종플루 때와 같은 과오가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위기가 지나간 뒤 정부가 지원을 삭감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지속적인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일본 다케다제약의 크리스토프 웨버 CEO는 “어느 회사에게든 너무나 큰 규모의 투자다. 신종 플루 때처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때와 같은 두려움이 있다”며 “사회는 이 막대한 투자금을 지원해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인도 시플라의 유수프 하미에드 CEO는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든다며, 원료 구매 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하이드 록시 클로로퀸 가격이 급등한 사례를 지적했다.
제약업계 CEO들은 이외에도 약품 생산을 위한 원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 규제완화, 또 생산된 약품에 대한 공정한 배분에 대한 국제 공조를 촉구했다.
선진국들이 치료제와 백신을 독점하고 빈곤 국가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미리 약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로슈의 세베린 슈완 CEO는 자국 병원, 정치인 등으로부터 정기적인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면서 “제품이 남는 지역에선 불필요한 비축을 줄이고 부족한 곳으로 지원하는 등 각 국가는 공정한 배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FT는 현재 제약업계에선 미국, 인도, 폴란드, 이스라엘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수출 제한을 통해 자국 내 접근을 우선시하려는 시도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슈완 CEO는 “국경이 개방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