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 유로 규모 '보조금 대 대출' 비율 놓고 갈등
'민주적인 국가'에만 보조금?…헝가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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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팔꿈치를 부딪히며 인사하고 있다. 2020.7.18. |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지급 합의가 또다시 불발됐다. 당초 17~18일 일정으로 예정됐던 EU 정상회의를 하루 더 연장했지만 회원국 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EU 정상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흘 째 7500억 유로(약 1033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 축소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회원국 정상들의 대면 회의였지만 교착상태를 타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검소한 4개국'의 보조금 축소 요구
EU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논의와 함께 떠오른 강력한 동맹이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로 구성된 '검소한 4개국(frugal four)'이다.
EU는 지난 4월 코로나19의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린 뒤 이를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회원국에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문제는 이를 조건 없이 '보조금' 형식으로 주느냐, '대출' 형식으로 지급한 후 돌려받을 수 있느냐다.
집행위는 7500억 유로 중 5000억 유로는 보조금, 나머지 2500억 유로는 대출로 지원하겠다고 당초 계획안을 내놨으나 검소한 4개국의 완강한 거부는 계속됐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 19일 추가 정상회의 직전 경제회복기금 중 보조금 비중을 5000억 유로에서 4500억 유로로 줄이는 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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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AP/뉴시스] 마르크 뤼터(오른쪽에서 두 번째) 네덜란드 총리, 스테판 뢰벤(오른쪽) 스웨덴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왼쪽) 오스트리아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왼쪽에서 두 번째) 덴마크 총리 등이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놓고 논의 중이다.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로 구성된 '검소한 4개국(frugal four)'은 보조금 기금 축소를 강하게 요구했다. 2020.7.20. |
그러나 검소한 4개국이 내놓은 제안은 보조금 3500유로, 대출 4000억 유로였다. 보조금이 대출금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보조금 규모가 4000억 유로 이하로 내려가선 안 된다며 검소한 4개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다면 유럽 단일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민주적인 국가'에만 보조금 지급?
정상회의에서는 경제회복기금의 '규모'와 함께 또 한 가지 문제가 불거졌다. 보조금 지급하기 전 회원국의 노동시장, 경제 개혁 등 '민주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EU 집행위가 받아들이면서다.
이는 검소한 4개국에 속하는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가 제안한 내용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투명하지 않은 국가는 EU가 지급한 보조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이를 각국 지도자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뤼터 총리는 "EU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EU가 기금 지급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의 주장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건 헝가리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기금 지원과 회원국의 정치적 기준을 연계한다면 경제회복기금 전체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뤼테 총리는 나와 헝가리를 증오한다"며 "이는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도 헝가리를 지지했다. 이탈리아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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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AP/뉴시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황당하다는 손짓을 하며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민주적인 조건을 갖춘 국가에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지급하겠다는 EU의 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다. 2020.7.20. |
◇코로나19 종식 전에 합의 마칠까
EU가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마련하는 데 합의를 마친 건 지난 4월이다. 그러나 정상들은 벌써 3개월 째 기금 규모와 지급 방안을 놓고 갈등을 계속하는 중이다.
갈등의 중심에 서있는 검소한 4개국이 주장하는 기금 배분은 '보조금 3500억 유로, 대출 4000억 유로', 나머지 회원국이 주장하는 내용은 '보조금 최소 4000억 유로, 대출 3500억 유로'다. 결국 보조금 규모 500억 유로를 놓고 합의가 불발된 셈이다.
회원국 외교관들은 "사흘 간 회담 동안 지도자들은 서로를 신랄하게 비난했다"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합의 과정에서 헝가리와 이탈리아에서는 휴식트(Huxit·헝가리의 EU 탈퇴), 이탈렉시트(Italexit·이탈리아의 EU 탈퇴)까지 언급하고 나선 상황이다.
여전히 '하나의 유럽'이라는 가치를 상실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유럽의 야망을 제물로 바치는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전례 없는 건강, 경제, 사회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우리는 단순히 이런 일로 분열되거나 약해지지 않는다"며 유럽의 단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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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지급을 놓고 계속되는 갈등에도 '하나의 유럽'이라는 가치를 강조했다. 202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