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원 중 줄기세포 전문가 0 식약처 입맛에 맞는 자문 유도 "조건부허가는 좋은 제도인데 권한 남용하면 무슨 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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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파미셀의 알코올성 간경변 줄기세포치료제 '셀그램-LC'에 대한 조건부허가를 반려하는 과정에서 총체적인 부실 행정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파미셀이 식약처를 상대로 지난달 초 승소한 '조건부허가 반려 처분 취소' 행정소송 1심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재판부는 식약처의 파미셀 조건부허가 반려 처분 결정 과정 곳곳에서 부적절한 조치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허가 결정 과정에서 위원들의 전문성 부족, 입맛에 맞는 외부기관 자문 유도, 새로운 평가자료 수용 거부 등을 적시해 식약처 결정이 중립성과 객관성을 위배한 것으로 판단했다. 먼저 조건부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위원들의 간경변 및 줄기세포치료제 전반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들 수 있다. 재판에 출석한 식약처 공무원 출신의 증인은 "회의에 참석한 9명의 위원 가운데 간경변 관련 줄기세포 치료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의 박현수 변호사는 "중증 간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는 의·약학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힘든 분야로, 식약처는 중앙약심 회의 며칠 전에야 위원들에게 자료를 제공했고 회의에서도 개괄적인 설명을 하는 데 그쳤다"며 "올바른 결정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중앙약심 심의 결과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냈다
식약처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도록 외부 전문기관들의 자문 답변을 유도했다는 정황도 판결문에 담겼다. 대한간학회·대한병리학회에 자문을 요청하면서 미리 정해진 부정적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질의 내용 밑에 부정적인 결론을 암시하는 내용을 기재해두고, 강조하기를 원하는 부분들에 밑줄을 그어 두었다"며 "객관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식약처가 최신 평가 방식을 수용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파미셀은 셀그램-LC 효력 입증을 위해 '라넥 스코어링 시스템'이라는 유효성 평가지표를 제시했는데 식약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넥 검사는 간 조직을 떼어내 육안으로 간경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유럽간학회지 등 해외 논문에서 이미 많이 인용되는 신평가 방식이다. 또 간 섬유화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컴퓨터 디지털 화상 분석(CPA) 기법을 추가했지만 식약처는 당초 임상시험계획서에 명기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담당판사가 "식약처가 라넥이나 CPA 같은 글로벌 평가지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세계 의학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재판부 판결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도입한 조건부허가는 희귀 질환 및 암 등 생명을 위협하거나 질환 발생 후 쉽게 호전되지 않는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에 대한 신속한 치료를 위해 임상 2상만으로 치료제 시판을 허가하는 제도다. 일단 시장에 출시한 뒤 임상 3상을 진행해 문제가 없으면 나중에 정식 품목허가를 받게 된다. 이처럼 필요한 치료제를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조건부허가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파미셀은 식약처에 임상 2상을 마친 셀그램-LC의 조건부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식약처가 반려 처분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일 승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허가 권한을 남용한다면 당초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신속하게 새로운 치료제를 출시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건부허가제도가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