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2배가량 감염 치사율 높아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나이와 성별에 따른 감염 치사율 차이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각국의 통계조사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뚜렷하게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또한, 여성보다 남성이 더 심하게 앓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만 알려진 상태다.
지금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60%가 남성이었다. 지난 26일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러한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인간 면역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T세포의 면역 반응이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내용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T세포의 활동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고령층의 높은 감염 치사율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도, 성별에 따른 차이까지 설명하긴 어려웠다.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의 이와사키 아키코(Akiko Iwasaki) 교수 연구팀은 예일 뉴헤이븐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면역 반응을 조사했다. 대상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평균 60세 정도의 감염자 98명이었다. 그 결과, 코로나에 감염된 여성은 T세포를 더 많이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남성의 T세포 면역 반응은 비교적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남성 환자들은 염증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을 더 많이 생성했다. 그러면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여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여성 환자의 경우에는 사이토카인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아키코 교수는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치료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남성의 경우에는 백신으로 T세포 반응을 활성화하고, 여성은 사이토카인 반응을 완화하는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성별, 나이에 따라 감염 치사율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생리학적으로 성별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치사율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정확히 얼마나 차이가 날지 관심을 끌었다. 아키코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이 대략 2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했으나, 표본 크기가 너무 작았다.
지난 28일 ‘네이처’지는 의학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메디알카이브(medRxiv)’에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인용한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각국의 성별, 연령별 코로나19 감염 치사율 연구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 영국, 스페인의 코로나19 실질 감염 치사율 추정치. ⓒ medRxiv / nature
‘감염 치사율(infection fatality ratio, IFR)’은 감염자 100명당 사망자 수를 뜻한다. 공식적인 IFR 수치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데, 주로 기존 확진자만 놓고 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처럼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대규모 표본 조사가 그나마 정확하게 추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 6~7월 영국 전역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10만 9000명의 청소년과 성인이 표본 조사를 받았다. 그중 6%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한 상태였고, 이런 결과는 영국의 실질 IFR이 0.9%(1000건당 9건)라는 추정 근거가 되었다. 15~44세 사이의 IFR은 0에 가까웠으며, 65~74세는 3.1%, 75세 이상 노인의 경우에는 무려 11.6%로 급증했다.
스위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의 통계 연구에서도 수치만 달랐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50대 미만의 감염 치사율은 상당히 낮았던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성별, 연령별 코로나19 감염 치사율 비교. ⓒ medRxiv / nature
스페인은 나이와 성별에 따른 감염치사율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전반적인 IFR은 남성이 1.1~1.4%, 여성은 0.58~0.78%였다. 그러나 50대부터 치솟아서 80세 이상 남성은 11.6~16.4%, 80세 이상 여성은 4.6~6.5% 수준이었다. 이를 통해서 아키코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유사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나이만 놓고 보면 기저질환이 있거나 허약한 노년층의 자연사 비율과도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젊은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