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누가 먼저 맞아야 하나?
‘공정 우선순위 모델’ 마련…“조기 사망 감소 우선해야”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르며 지구촌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세계인이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백신과 치료제다.
대체로 올해 안에 백신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더라도 초기에는 엄청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글로벌 리더 및 백신 생산자들은 개발된 백신을 여러 국가들에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직면해 있다. 공정하고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으나, 과연 ‘공정하고 공평한(fair and equitable)’ 배분이란 정확히 어떤 것이어야 할까?
최근 전 세계 보건 전문가 19명이 중지를 모아, 코로나19로 인한 조기 사망과 돌이킬 수 없는 건강상 위해 감소를 목표로 한 3단계 백신 배포 계획을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4일 자에 발표했다.
‘공정 우선순위 모델(the Fair Priority Model)’로 이름 붙인 이 방안은 글로벌 이니셔티브(Global Initiatives) 부대표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의료윤리 및 보건정책 주임교수인 에제키엘 에마누엘(Ezekiel J. Emanuel) 박사가 주도했다.

최근 세계 보건 전문가 19명이 코로나19 백신 분배에 대한 ‘공정 우선순위 모델’을 제시하고, 조기 사망 감소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Pixabay / Pete Linforth
분배 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기본 가치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의 단일한 세계 배포 구조를 마련하는 데는 거의 진전이 없었으나, 두 가지 주요 제안이 나왔었다.
하나는 일부 전문가가 제안한 것으로, 의료 종사자와 65세 이상 인구와 같은 고위험군이 먼저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보건기구의 제안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에마누엘 교수팀은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두 가지 전략 모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마누엘 교수는 “인구에 따라 백신을 배포하는 아이디어는 언뜻 공평하게는 보이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주어진 장소에 얼마나 심각한 고통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해당 물품을 분배하는 게 합당하다”며, 이번 경우에 고통의 우선적인 척도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조기 사망자 수여야 한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이번 제안에서 여러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을 분배할 때 고려해야 할 세 가지 기본 가치를 제시했다. 즉,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위해를 제한하며 △사회적 약자를 우선시하고 △모든 개인들에게 동등한 도덕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현재 코로나19 백신 기술 플랫폼. ? WikiCommons /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 스쿨 백신 센터
“조기 사망 예방이 시급”
‘공정 우선순위 모델’은 코로나19로 야기된 세 가지 유형의 위해를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런 가치들을 제시했다. 사망 및 영구적인 장기 손상, 보건시스템이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 같은 간접적인 결과, 경제적 파탄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모든 사항들 중에서 사망, 특히 조기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이것이 ‘공정 우선순위 모델’ 1단계의 초점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조기 사망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글로벌 건강 척도인 ‘표준 예상 수명 손실(standard expected years of life lost)’을 계산해 각국에서 결정한다.
저자들은 2단계에서 전반적인 경제 증진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도를 파악하는 두 가지 척도를 제안했다.
이어 3단계에서는 전파율이 높은 국가들이 일차적으로 우선시되지만, 결국에는 모든 국가들에게 전염을 중단시킬 수 있는 충분한 백신 공급을 상정한다. 이럴 경우 인구의 60~70%가 면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WHO의 ‘인구비례 공급’ 비판
이와 대조적으로 WHO 계획은 각국 인구의 3%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모든 국가 국민의 20%가 예방접종을 마칠 때까지 인구 비례 할당을 계속하는 방식이다.
에마누엘 교수팀은 그 계획이 정치적으로 얘기가 될 수는 있으나, “평등과 관련해 서로 다른 필요에 대해 공평하게 대응하기보다 상황이 다른 국가들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실제로 동일한 인구를 가진 국가들일지라도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과 경제적 파탄이 극적으로 다른 수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배분을 위해 마련한 ‘공정 우선순위 모델’에서 전문가들은 약자를 우선시하고, 모든 개인들에게 동등한 도덕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등의 세 가지 기본 가치를 제시했다. ? Pixabay / Ri Butov
저자들은 또한 일선 의료종사자 수와 65세 이상 인구 비율, 각국의 환자 수에 따라 국가별 우선순위를 두는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보호장비(PPE)와 기타 고급의 예방법을 이미 이용할 수 있는 의료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실제로 고소득 국가에서 피해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노인 인구가 많은 나라들에 예방 접종의 초점을 맞춘다고 반드시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거나 사망을 최소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저소득 국가나 중위 소득 국가들은 고소득 국가들보다 1인당 노인이나 의료 종사자 수가 더 적은 실정이다.
“글로벌 리더와 WHO, 백신 제조사가 합당한 방안 찾아야”
에마누엘 교수는 “결국 부유한 국가들에게 많은 백신을 주게 될 수 있는데, 이는 공정하고 공평한 분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공정 우선순위 모델’이 위해를 줄이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며, 모든 사람들에 대한 동등한 관심을 인정하는 윤리적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에마누엘 교수는 “의사 결정자들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예방 접종을 받아 바이러스 확산을 종식시킬 수 있는 구조를 찾고 있는데, 이번에 제시한 모델의 구현 여부는 정치 지도자들과 WHO, 백신 제조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WHO "9가지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진행중"
안정성 입증돼야 접종 가능 …접종 시기는 내년 2~3분기"
세계보건기구(WHO)는 9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5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WHO 관계자들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확인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는 “세계적으로 30여개 백신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고 이중 9개는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상황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스와미나탄 과학자는 “일부 백신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3차 임상을 마무리하고 대량 생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내년 2분기나 3분기께 각국은 국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도 “상당수의 코로나19 백신이 3상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갔다”면서 “우리는 6~9개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WHO 관계자들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출시를 승인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진행한 정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는 효과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백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와미나탄 과학자도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규제 당국과 각국 정부, WHO가 확신할 때까지 백신이 대량 배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현재 임상 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34종이다. 142개 후보 물질은 임상 전 단계에 있다.
모더나, 백신 3상 임상 등록 늦춘다…"소수인종 확보"
흑인 등 소수인종, 코로나19 고위험 집단
3단계 임상서 소수인종 비중 늘리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대규모 3단계 임상시험에서 소수인종 참여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겠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스테파네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소수인종의 대표성을 위해 대규모 임상 등록을 늦추겠다고 밝혔다.
반셀은 "최고의 백신 중 하나를 갖게 되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보호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데이터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든 모더나는 미국에서 3만명이 참여하는 3상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1만7458명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이 중 유색인 비율은 24%다. 모더나는 매주 금요일 등록 참여자 수치를 업데이트해 공개하고 있다.
모더나 주가는 이 소식이 알려진 이후 8% 넘게 내렸다. 올해 들어 모더나 주가는 211% 올랐다.
미국에서 흑인 등 소수인종은 노약자, 기저 질환자와 더불어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모더나 데이터에 따르면 임상에 등록된 참여자 3분의 2는 백인이다. 히스패닉과 라틴계는 20%이며, 흑인의 비중은 7%다.
지난해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18.5%가 히스패닉이나 라틴계다. 흑인 비중은 13.4%로 추산됐다.
모더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협력해 백신 후보 물질 개발에 나섰으며, 1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개발자금을 지원받았다.
트럼프 "10월 중 코로나19 백신 나올 수도"
보건당국자 전망과는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미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말 이전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백신이 11월 1일 이전 아마 10월께 우리는 백신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국 보건당국자의 주장과는 다르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지난 2일 “10월까지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는 건 무리”라고 밝힌 바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10월까지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상상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 가운데 대부분은 오는 11월이나 12월에나 임상시험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 정부들에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백신이 나올 수 있으니 배포 및 접종 준비를 하라"고 통보한바 있다.
미국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의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우이 수석 고문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들이 내달 말까지 완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성이 낮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에서는 모더나/미국 국립보건원(NIH),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옥스퍼드대학/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3종이 최종 3상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