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판정 석달… 완치없는 고통
커버스토리]잃어버린 일상, 완치자 8명이 말하는 후유증

머리를 빗었다. 손가락 느낌이 이상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져 있었다. 원인을 알 수없는 탈모는 3개월 넘게 이어졌다. 눈앞에서 라면이 펄펄 끓는데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마치 코가 없는 것 같았다. 1분만 걸어도 숨이 차올랐다. 100m를 전력으로 달릴 때와 같은 고통이었다. 이제 어디를 가거나 누구를 만나는 게 너무 두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 8명이 입을 열었다. 원인 모를 후유증 탓에 이들의 일상은 고통의 연속이다. 11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만1919명. 완치 판정을 받은 ‘격리 해제자’는 1만7616명(80.4%)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완치자가, 어떤 후유증을 겪는지 알지 못한다. 완치 후 다시 확진된 이른바 ‘재양성자’도 8일 현재 628명이다. 우리는 아직 코로나19의 정체를 다 모른다.
완치후 다시 양성판정, 국내 600명 넘어… 144일 뒤에 바이러스 검출된 경우도
코로나 한번 걸린 뒤 재감염 가능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던 국내 환자 중 완치 후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가 6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엔 완치 판정을 받고 5개월 가까이 지나 다시 양성으로 확인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아직 방역당국에 의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이미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올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남성이 8월 15일 재감염된 사실을 홍콩대 연구팀이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남성은 변이된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된 첫 사례로 몸속에 남아 있던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는 이른바 ‘재발현’ 또는 ‘재활성’ 사례와는 다르다. 이 남성의 몸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3월에 감염된 바이러스와 유전자 일부가 달랐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 같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재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완치 후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이달 8일 기준으로 628명에 이른다. 감염돼 격리치료를 받은 뒤 진단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돼 퇴원을 했는데 나중에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다. 코로나19 환자들은 대부분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의 진단검사를 받고 두 차례 모두 음성으로 나와야 퇴원할 수 있다. 628명 중에는 완치 판정 후 144일이 지난 뒤 다시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628명의 바이러스 재검출 사례가 재감염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완치 후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분을 7일 동안 관찰한 결과 증상이 없었고 접촉자 중에 감염된 환자도 없었다”며 “이런 점을 볼 때 재감염 사례라기보다는 몸속에 남아 있던 죽은 바이러스가 재검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의 실시간 유전자 분석 진단검사는 아주 작은 바이러스 조각까지 증폭이 가능해 몸속에 남아 있는 미량의 바이러스로도 양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명돈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 재양성 사례는 대부분 죽은 바이러스의 RNA(리보핵산·유전 물질의 일종)가 검출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재감염 사례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방지환 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흡기 상피세포는 수명이 길어 바이러스가 최대 3개월까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144일이 지나 바이러스가 다시 검출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재확진 사례자들의 바이러스 염기서열까지 분석한 것은 아니어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재감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곽 팀장은 “바이러스 재검출자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