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혈액검사 통해 바이러스?항체 동향 사전 감지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IPBES)’이란 UN 산하 단체가 있다. IPBES에서는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포유류?조류 등 생물체 속에 약 170만 개에 달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undiscovered)’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고 추정했다.
언제 어디서든지 코로나19와 같은 강력한 바이러스가 또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서 과학자들이 일기예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을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강력한 바이러스가 또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일기를 예보하는 것처럼 팬데믹을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처음 등장한 ‘글로벌 면역 관측소’
16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는 토네이도 경고처럼 팬데믹을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보건대학원에서는 냉장보관업체와 계약을 맺고 3개의 거대한 냉동고 안에 사람의 혈액에서 채취한 혈장을 대량 보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가 퍼져나가던 시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집한 것으로 약 50만 개에 달하고 있다.
주사용 유리용기인 바이알 속에 보관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이들 혈장들은 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이를 ‘글로벌 면역 관측소(Global Immunological Observatory)’라고 호칭하고 있다.
역학자인 마이클 미나(Michael Mina) 박사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혈장을 대상으로 한 번의 검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어떻게 생성돼있는지 검사할 수 있는 거대한 감시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을 통해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그들의 신체 면역체계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상세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사전에 새로운 바이러스, 혹은 변종?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을 알 수는 없지만 혈장 검사를 통해 어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획득하기 시작하면 그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이 바이러스로 인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면역 체계를 파악하는 데 있어 항체 검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사람의 면역 시스템은 이전에 만났던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항체를 생성해 그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이 항체를 검사함으로써 이전에 독감과 같은 어떤 전염병에 감염됐는지 과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마이클 미나 박사는 “몸 안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면역 시스템을 통해 계속 기록을 해나가고 있으며, 혈장 검사를 통해 이 미세한 기록들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 데이터 분석해 바이러스 동향 파악
과학자들은 항원?항체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을 혈청학(serology)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면역체계 판독 방식은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진행하는 혈액 검사를 통해 과거 바이러스 감염 기록을 찾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감염이 시작된 후 1~2주 후에 항체를 생성하기 시작하는데 혈청학에서는 과거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감염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신중하게 설계된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할 수도 있다.
플로리다 대학의 역학자 데릭 커밍스(Derek Cummings) 교수는 “혈청학을 통해 기존 바이러스 검사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증상이 없는 감염자로부터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밀한 부분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
특히 발병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이 어느 정도 바이러스에 대한 강력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위험할 정도로 면역력이 취약한지 등을 밝혀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혈청 학자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이 방식을 사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마이클 미나 박사는 “팬데믹 이전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방식을 실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원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검사를 거부할 경우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막대한 재정적 투자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의사?병원?혈액은행 인수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미 행정부는 팬데믹 초기 각종 관련 데이터들이 잘못 처리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로 인해 미국은 코로나19 세계 최대 발병 국가이면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한 나라가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글로벌 면역 관측소’ 프로젝트가 힘을 얻고 있는 중이다. 최근 비영리 자선단체인 오픈 필란드로피(Open Philanthropy)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2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는 첫 번째 작업으로 코로나19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혈청검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산출된 데이터를 통해 매주 미국에 유입된 최근 변이 바이러스들로 인해 사람들의 면역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줄 계획이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앞으로 이 작업을 확대해 세계 전역에서 바이러스와 사람의 항체가 어떤 대응 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관련 당국에 팬데믹 사태를 어떻게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지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 ‘아나필락시스’ 반응, 사전 검사로 막을 수 있다
LysRS 단백질 구조 변화→아나필락시스 분자 경로 자극
코로나19(신종 코로나 감염증) 백신의 접종 부작용 가운데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다.
이 경우 아나필락시스는 백신 구성 물질에 대한 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말한다.
혈압 저하, 호흡 곤란, 의식 소실 등이 빠르게 나타나 즉각 응급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혈압 강하를 동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특히 위험하다.
백신 같은 의약품 외에 특정 음식물이나 곤충의 독(毒)에 이상 반응을 보여도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다.
mRNA를 조작해 만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접종자 100만 명당 각각 11명, 2.5명꼴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보고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과학자들이 아나필락시스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함께 그 중증도를 제어하는 분자 경로를 찾아냈다.
이 발견은 장차 아나필락시스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연구팀은 최근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지’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1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재발성 아나필락시스 쇼크 환자에게서 발견한 KARS 돌연변이 유전자에 주목했다.
이 환자는 말벌과(科) 곤충(Polistes dominula)의 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KARS 유전자 정보로 생성되는 LysRS 단백질의 비정상 기능 데이터와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연계해 돌연변이의 생화학적, 기능적, 구조적 특징을 분석했다.
LysRS 단백질은 이중적 기능을 하는 효소였다.
단백질 합성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도, 고(高) 친화성 면역글로불린 E(IgE) 수용체의 인산화 제어에 따라 MITF 전사 인자를 자극했다.
MITF는 면역계 비만 세포(mast cell)의 전(前) 염증성 매개 물질 전사에 관여했다.
백혈구의 일종인 비만 세포가 알레르기 반응으로 활성화하면 이런 매개 물질을 방출한다.
LysRS 단백질의 구조 변화가 신호탄 역할을 했다.
단백질의 구성하는 542번 아미노산이 프롤린(proline)에서 아르기닌(arginine)으로 교체되는 게 구조 변화를 가져왔다.
구조가 달라진 LysRS 단백질은 세포핵 쪽으로 이동하면서 단백질 합성에 관한 기능을 중단하고, 자극 결핍 상태에 있는 MITF 전사 인자를 활성화했다.
이런 경로를 거쳐 전 염증성 매개물질의 합성이 늘어나는데 알레르기 항원이 존재할 땐 비만 세포가 활성화해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몰고 온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이 메커니즘에서 아나필락시스의 위중도는 IgE와 LysRS 단백질, MITF 전사 인자를 연결하는 신호 경로를 통해 조절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말벌의 독에 이상 반응을 보인 환자를 연구한 결과지만, 그 외의 아나필락시스 위험 환자를 미리 확인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