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유발 '아밀로이드 플라크', 항체로 없앨 수 있다

[미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는 뇌에 존재하는 평범한 단백질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잘못 접힌 단백질이 뭉쳐 신경세포(뉴런) 표면에 플라크(plaque)로 침착한다.
이런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침적이 장기간 지속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긴다.
또한 이 플라크가 뇌혈관 주변에 쌓이면 대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cerebral amyloid angiopathy)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찾는 과학자들은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항체로 제거하는 걸 연구 중인데 최종적으로 임상을 통과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항체 치료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성공적으로 제거하고도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건 뇌부종(brain swelling), 뇌출혈 같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마침내 그 돌파구를 찾았다.
부작용 없이 뇌 조직과 뇌혈관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법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항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미량 성분인 아포지질단백질 E(APOE)를 표적으로 플라크를 없앴다.
이 연구 결과는 17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항 APOE 항체로 치료한 생쥐의 뇌 조직과 뇌혈관(우)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거의 다 사라졌다.
가짜 항체를 투여한 생쥐(좌)와 확연히 대조되는 결과다.
[워싱턴의대 홀츠먼 랩 Monica Xiong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신경학과 과장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데이비드 홀츠먼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치료법을 찾아왔는데 우리가 매우 유망한 후보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항체 치료의 표적을 APOE로 바꿈으로써 부작용을 피하면서 플라크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뇌 스캔에 보이는 부작용을 통칭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라고 하는데 두통, 몽롱함, 발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항 아밀로이드(Anti-amyloid) 항체에 대한 임상 시험에선 참가자의 약 20%가 ARIA를 보였다.
항 아밀로이드 항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이물질로 간주하고 면역계에 비상을 건다.
그런 다음 '청소 반원' 역할을 하는 소교세포(microglia)를 불러 모아 플라크 제거에 투입한다.
연구팀은 과도한 염증 반응, 즉 너무 많은 소교세포의 활성화가 ARIA를 유발할 것으로 보고,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미량 성분을 표적으로 삼아 좀 더 절제된 염증 반응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 추론에 딱 들어맞는 항체가 바로 HAE-4였다.
이 항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에서 아주 미량만 발견되는 인간 APOE의 고유 형태를 겨냥해 뇌 조직의 플라크 제거를 촉발했다.
인간의 아밀로이드와 APOE 4 유전자로 조작한 생쥐 모델 실험에서 이 항체는 뇌혈관의 아밀로이드도 제거했다.
대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에도 효능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청색)와 ASC 반점(적색).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녹색)가 아밀로이드 베타를 발견하면 활성 염증 복합체 ASC를 분비한다.
이 컴퓨터 그래픽은 전자현미경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독일 본 대학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예상대로 이런 유전자 조작 생쥐는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 뇌 조직과 뇌혈관에 다량의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침적했다.
하지만 HAE-4 항체로 8주간 치료하자 뇌 조직 및 혈관의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눈에 띄게 줄었고, 혈류량에 맞춰 팽창·수축하는 혈관 탄력성도 크게 개선됐다.
알츠하이머병 임상 3상에 들어간 항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과의 효능 비교에서도 HAE-4는 우위를 보였다.
아두카누맙을 투여한 생쥐는 혈관 출혈이 확연히 늘었지만, HAE-4를 쓴 생쥐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두 항체 모두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대해 비슷한 수위의 염증 반응을 끌어냈다.
그런데 항 아밀로이드 항체는 염증 수위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항 APOE 항체는 2개월 만에 염증을 말끔히 해소했다.
홀츠먼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지 않고 대뇌 알츠하이머 맥관병증만 생긴 사람에겐 나중에 뇌졸중이 올 수 있다"라면서 "지금까지 이런 환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는데 (동물 실험이긴 해도) 부작용 없이 항체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입증돼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특정 유전자 DNA 염기 하나만 바꾼다…동물실험 첫 성공
IBS연구진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로 생쥐 형질전환 성공…난치성질환 연구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특정 유전자 내 DNA 염기를 하나만 정확하게 교체할 수 있는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특정 질병을 가진 유전질환 모델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 연구팀은 28일 DNA 염기 하나만 바꾸는 유전체 교정법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Base Editor)로 생쥐의 특정 유전자 염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멜라닌 생성에 관여하는 티로시나제(Tyr)유전자를 교정(왼쪽)해 만들어진 생쥐.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로 유전자의 특정 위치에서 시토신(C)을 티민(T)으로 치환하자 백색증(Albino) 생쥐로 형질전환이 이뤄졌다. [IBS 제공=연합뉴스]
연구팀은 이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동물에 적용, 질병 모델 동물을 만든 첫 사례라며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형질전환 실험동물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명체 정보가 담긴 유전자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등 4가지 DNA 염기가 서로 쌍을 이뤄 염기순서를 만들고 3개의 염기를 조합된 코돈(Codon)으로 유전 정보를 저장한다. DNA 염기서열 중 염기 하나만 잘못돼도 심각한 병을 초래한다. 낭성 섬유증이나 겸상 적혈구 빈혈증 등은 특정 염기 하나가 잘못돼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 또는 CRISPR Cpf1)는 표적 DNA 염기서열을 찾아 결합한 뒤 이 부분을 잘라내 제거하거나 새로운 염기서열로 교체하지만 특정 염기 한 개를 바꾸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염기 하나를 교체할 수 있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결합해 특정 유전자를 찾아가 그 안의 특정 염기(시토신)를 티민으로 바꿀 수 있는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만들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지난해 처음 학계에 보고됐으나 동물 개체 수준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위)와 달리 시토신 탈아미노효소(cytitdine deaminase)가 융합된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아래)는 DNA 서열 중 시토신(C)만 찾아 티민(T)로 교체할 수 있다. [IBS 제공=연합뉴스]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시토신을 분해하는 탈아미노효소와 DNA를 한 가닥 자르는 효소(nCas9)로 구성된다. 시토신 탈아미노효소가 DNA 서열에서 시토신을 찾아 우라실(U : RNA에서 티민에 해당)로 바꾸면 이후 복구 과정에서 우라실이 티민이 된다.
연구팀은 이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생쥐 배아에 전달, 근육세포의 안정적 유지에 관여하는 디스트로핀(Dmd) 유전자와 멜라닌 색소 형성에 관여하는 티로시나제(Tyr) 유전자 내의 시토신을 티민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Dmd 유전자의 시토신이 티민으로 바뀐 생쥐는 근육이 퇴행하는 질병을 가진 생쥐로, Tyr 유전자의 시토신이 티민으로 교체된 생쥐는 백색증(Albino)을 가진 생쥐로 각각 형질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수 단장은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일반적인 유전자가위와 달리 DNA 두 가닥을 자르지 않고 단일 염기를 치환해 정교한 유전자 교정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 연구는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배아 수준에서 정밀하게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2월 28일자)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공동 교신저자 김진수 단장, 공동 제1저자 김경미 연구위원, 공동 제1저자 류석민(박사과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