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후유증은 줄이고 생존율을 두 배로…
⑮ 뇌종양 베스트닥터 세브란스병원 장종희 교수
“삶에 희망이 생겼어요.” 30대 초반의 뇌종양 환자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환자는 28세 때 암이 발견돼 수술 받았다가 3년 만에 재발해서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항암치료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몸이 붓고 구역질이 있었지만 치료 후유증으로 알았는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종희 교수는 무기력과 우울을 호소하던 환자의 낯빛, 눈빛이 바뀌자 축하의 인사를 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산부인과 주치의와 의논했더니 태아에게 장애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고, 설령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도 엄마가 암에 굴복하면 힘든 유년을 보낼 수도 있다며 임신중절이 합리적이라는 의견.
그러나 환자는 출산의 뜻을 꺾지 않았고, 아들을 분만한 뒤 5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환자의 암은 재발이 잦고, 재발이 거듭될수록 예후가 좋지 않지만, 희망을 찾은 모성애의 기적이랄까, 10년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아이는 똑똑하고 튼튼하게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장 교수는 “환자는 병을 이기려는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줬다”면서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의사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 해 악성 뇌종양 환자 150명, 양성 뇌종양 250명, 신경계 림프종 30명 등 500명 가까이 수술해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건강을 찾아주는 의사다. 특히 교모세포종을 비롯한 악성뇌종양은 재발이 잦고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비보(悲報)에 가슴 베이면서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몇 달이라도 더 살리게끔 전력을 다하고 있다. 뇌 구조를 컴퓨터로 정확히 파악한 뒤 광범위하게 암 조직을 떼어내는 ‘최대안전수술’과 환자를 수면마취로 재운 뒤 종양을 떼어낼 때 환자를 깨워 대화하면서 수술해 후유증을 줄이는 ‘각성수술’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장 교수가 이끄는 세브란스 뇌종양 치료진의 치료율은 세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장 교수는 1985년 연세대 의대 입학 면접 때 교수로부터 “어느 과 의사가 되고 싶나?”는 말을 듣고 조건반사적으로 “신경외과!”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천직이 됐다. 본과에서 해부학 실습 중 친구랑 어느 과에 갈지 의논하다가 “○○과는 빼고, △△과는 흥미 없고, ××과는 싫고…,” 결국 남은 것은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였는데 실제 친구는 정형외과, 장 교수는 신경외과에 남았다.
장 교수는 전공의를 마치고 군의관 복무 후 전임의 때 국내에 뇌정위기능수술을 보급한 정상섭 교수(현 분당차병원)의 문하에서 간질과 뇌신경 운동장애 환자를 수술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 간질기초연구실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간질 수술 환자가 급격히 줄면서 뇌종양도 맡게 됐다. 국내 처음으로 뇌두개저 암 수술에 성공한 ‘뇌종양 수술의 세계적 대가’ 이규성 교수가 ‘뇌하수체 종양 수술의 달인’ 김선호 교수(현 이화여대서울병원)와 함께 뇌종양클리닉을 개설해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자 병원 신경외과 차원에서 장 교수를 구원투수로 보낸 것.
그러나 장 교수 이름을 알고 찾아온 환자는 없었고, 두 교수가 세부전공이 아닌 환자를 보내면 관련 논문을 읽고 또 읽고, 시뮬레이션을 한 뒤 수술실로 향했다.
“첫 1년 동안 20명 수술했습니다. 입원 환자도 ‘이규성 교수로 바꿔달라’고 했지요. 최선을 다하니까 3년째부터는 제 이름으로 예약을 하는 환자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장 교수는 2010년 캐나다 토론토대의 ‘뇌종양 분야의 구루’ 제임스 루트카 교수 밑에서 실력을 쌓고 연구시스템을 배운 뒤 귀국했다. ‘스승’ 이규성 교수가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신촌을 책임져야만 했다.
그는 뇌종양 기초연구에서 숱한 상을 받고 있던 강석구 서울성모병원 교수를 스카우트해서 ‘임장연강(임상은 장종희, 연구는 강석구)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교수 등 의사, 연구교수, 연구원 등과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환자 치료방법을 함께 찾는 ‘뇌종양연구모임’을 발족시켜 운영하고 있다. 안정용 교수와 함께 뇌종양 조직 은행을 만들어 뇌종양 연구의 산실이 되게끔 했다.
뇌종양은 수술 절제 정도에 따라 생존율에 차이가 있으므로 얼마나 안전하게 많은 조직을 떼어내느냐가 수술 예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장 교수는 ‘최대안전수술’과 ‘각성수술’에다가 수술 부위와 주위의 뇌 조직, 기능을 지도화(Mapping)하고 환자의 치료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등을 통해 생존율은 높이고 후유증은 줄여왔다. 뇌교종의 생존기간은 세계 평균이 수술 후 11개월이지만 세브란스병원에서 각성수술을 받은 환자는 26개월이다. 뇌교종 환자의 13~27.5%에게서 영구적 언어장애나 신체마비가 발생하던 것을 10% 이하로 줄였다. 뇌종양 가운데 악명 높은 교모세포종의 경우, 2년 생존율 45%로 세계 평균 30%를 훨씬 뛰어넘고, 5년 평균 생존율은 세계 10%이지만 20%에 육박하고 있다.
“제가 전공의 때만 해도 교모세포종으로 판명이 나면 수술을 중단하기까지 했지요. 수술 뒤 평균 2~3개월 살았지만 지금은 평균 2년 살면서 여생을 가족과 함께 정리하도록 했습니다.”
장 교수는 의사가 환자와 가족에게 병 상태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받고 “괜찮겠지” 하면서 검사를 제대로 안 받다가 갑자기 악화돼서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 환자가 낙심하는 것을 보면서도 재발의 위험과 예후를 솔직히 얘기해야 하는 것은 고역이다. 그렇지만 환자를 위해서 그 고통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숙명이라고 믿는다. 예상을 벗어나서 10년 재발도 없이 아기를 낳고 키우는 환자를 보는 것은 의사로서 말로 표현 못할 기쁨이지만….
-뇌종양은 종류도 많은 것 같고 이름도 어려운데….
“뇌종양은 뇌신경계에서 발생한 ‘원발성(原發性) 종양과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이 전이된 전이성 종양으로 구분된다. 모든 말기암의 30%가 뇌로 전이될 정도로 전이성 뇌종양은 흔하다. 원발성 뇌종양은 종양이 생긴 위치에 따라 △뇌조직의 세포 자체에 생기는 뇌교종 △뇌를 감싸는 수막에 생기는 뇌수막종 △뇌에서 나가는 여러 신경에서 생기는 신경초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발성 뇌종양은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뇌교종은 대체로 악성이며 뇌수막종이나 신경성 종양은 대체로 양성이다.”
-뇌종양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뇌종양은 항암제 효과가 다른 장기에 비해 높지 않아 치료는 대부분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뇌 안으로 침투할 수 있는 항암제가 개발돼 수술, 방사선 치료 이후 항암제 치료도 시행되고 있다. 뇌에는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뇌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그 기능이 주변 부위로 이동해 뇌의 기능적 재분포가 일어난다. 따라서 수술 전이나 수술 중에 종양 주변의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뇌 지도화 작업이 이뤄지면 종양을 최대한 절제해 환자의 생존 기간을 최장 연장시키고, 신경학적 장애는 최소화해 생존 기간 동안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뇌종양에 걸렸다고 하면 환자들이 수술 받는 것조차 두려워할 듯한데….
“그렇다. 그래서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뇌에도 여유공간이 있기 때문에 종양이 커질 때까지 주변 뇌를 압박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주변 신경과 뇌를 압박하면 악성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뇌를 연다는 것 자체에 일반인의 두려움이 크고, 특별히 고통스럽지 않으면 일단 수술을 미루는 환자가 드물지 않지만 위험한 생각이다. 빨리 치료받을수록 후유증도, 재발 위험도 적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뇌종양의 증세는 어떤가?
“종양이 뇌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 생기면 언어장애,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 생기면 마비가 올 수 있다. 뇌 표면을 자극해 경련발작을 일으키는 때도 있다. 종양 크기가 많이 커지면 뇌압이 급격히 상승하며, 두통과 구토 같은 뇌압항진 증상을 보인다. 안압이 함께 상승해 시야가 뿌옇게 보일 수도 있다. 청신경초종은 전화기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귀에서 이명이 발생하고, 심하면 얼굴 부위의 마비나 경련, 통증이 올 수 있다. 뇌하수체종양이 있으면 여성은 월경이 없어지거나 유즙이 분비된다. 남성은 무기력해지고 성기능 장애를 동반하며 더 진행하면 시력 저하를 초래한다. 두 가지는 양성이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가면 완치가 가능하다.”
-양성종양은 치료를 좀 늦게 받아도 된다던데….
“큰일 날 소리다. 양성종양이 커지면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찍 치료받는 것이 좋다. 양성은 일찍 발견하면 감마나이프로 비교적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요즘 고령화로 80세 이상 뇌종양 환자가 늘고 있는데 80세 이상이라도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환자들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하나?
“뇌종양은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너무나 많고, 의사도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상황버섯 고농축액을 먹고 간이 나빠져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 뇌종양은 음식 영향이 거의 없으므로 치료 전후에 특별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음식은 골고루 먹고 너무 과격하지 않게 운동을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뇌종양이 예후가 안 좋다보니, 온갖 최신 치료법도 많은 것 같던데….
“다른 암도 마찬가지이지만 수지상세포치료, 붕소치료, NK세포 치료, 비타민D 고용량요법, 고주파치료 등을 받으러 해외 가거나 국내에서 큰돈을 쓰는 환자가 적지 않다. 수술의 적기를 놓치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빼앗으며, 환자들 대부분이 합병증만 키운 상태에서 후회한다. 이들 치료법은 10여 년 전부터 의학계에서 효능을 주장했지만, 표준 치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이 치료법들이 효과가 있으면 왜 우리나라 의사들이 적용하지 않겠는가
⑮ 뇌종양 베스트닥터 세브란스병원 장종희 교수
“삶에 희망이 생겼어요.” 30대 초반의 뇌종양 환자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환자는 28세 때 암이 발견돼 수술 받았다가 3년 만에 재발해서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항암치료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몸이 붓고 구역질이 있었지만 치료 후유증으로 알았는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종희 교수는 무기력과 우울을 호소하던 환자의 낯빛, 눈빛이 바뀌자 축하의 인사를 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산부인과 주치의와 의논했더니 태아에게 장애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고, 설령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도 엄마가 암에 굴복하면 힘든 유년을 보낼 수도 있다며 임신중절이 합리적이라는 의견.
그러나 환자는 출산의 뜻을 꺾지 않았고, 아들을 분만한 뒤 5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환자의 암은 재발이 잦고, 재발이 거듭될수록 예후가 좋지 않지만, 희망을 찾은 모성애의 기적이랄까, 10년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아이는 똑똑하고 튼튼하게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장 교수는 “환자는 병을 이기려는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줬다”면서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의사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 해 악성 뇌종양 환자 150명, 양성 뇌종양 250명, 신경계 림프종 30명 등 500명 가까이 수술해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거나 건강을 찾아주는 의사다. 특히 교모세포종을 비롯한 악성뇌종양은 재발이 잦고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비보(悲報)에 가슴 베이면서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몇 달이라도 더 살리게끔 전력을 다하고 있다. 뇌 구조를 컴퓨터로 정확히 파악한 뒤 광범위하게 암 조직을 떼어내는 ‘최대안전수술’과 환자를 수면마취로 재운 뒤 종양을 떼어낼 때 환자를 깨워 대화하면서 수술해 후유증을 줄이는 ‘각성수술’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장 교수가 이끄는 세브란스 뇌종양 치료진의 치료율은 세계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장 교수는 1985년 연세대 의대 입학 면접 때 교수로부터 “어느 과 의사가 되고 싶나?”는 말을 듣고 조건반사적으로 “신경외과!”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천직이 됐다. 본과에서 해부학 실습 중 친구랑 어느 과에 갈지 의논하다가 “○○과는 빼고, △△과는 흥미 없고, ××과는 싫고…,” 결국 남은 것은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였는데 실제 친구는 정형외과, 장 교수는 신경외과에 남았다.
장 교수는 전공의를 마치고 군의관 복무 후 전임의 때 국내에 뇌정위기능수술을 보급한 정상섭 교수(현 분당차병원)의 문하에서 간질과 뇌신경 운동장애 환자를 수술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 간질기초연구실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간질 수술 환자가 급격히 줄면서 뇌종양도 맡게 됐다. 국내 처음으로 뇌두개저 암 수술에 성공한 ‘뇌종양 수술의 세계적 대가’ 이규성 교수가 ‘뇌하수체 종양 수술의 달인’ 김선호 교수(현 이화여대서울병원)와 함께 뇌종양클리닉을 개설해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자 병원 신경외과 차원에서 장 교수를 구원투수로 보낸 것.
그러나 장 교수 이름을 알고 찾아온 환자는 없었고, 두 교수가 세부전공이 아닌 환자를 보내면 관련 논문을 읽고 또 읽고, 시뮬레이션을 한 뒤 수술실로 향했다.
“첫 1년 동안 20명 수술했습니다. 입원 환자도 ‘이규성 교수로 바꿔달라’고 했지요. 최선을 다하니까 3년째부터는 제 이름으로 예약을 하는 환자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장 교수는 2010년 캐나다 토론토대의 ‘뇌종양 분야의 구루’ 제임스 루트카 교수 밑에서 실력을 쌓고 연구시스템을 배운 뒤 귀국했다. ‘스승’ 이규성 교수가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신촌을 책임져야만 했다.
그는 뇌종양 기초연구에서 숱한 상을 받고 있던 강석구 서울성모병원 교수를 스카우트해서 ‘임장연강(임상은 장종희, 연구는 강석구)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교수 등 의사, 연구교수, 연구원 등과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환자 치료방법을 함께 찾는 ‘뇌종양연구모임’을 발족시켜 운영하고 있다. 안정용 교수와 함께 뇌종양 조직 은행을 만들어 뇌종양 연구의 산실이 되게끔 했다.
뇌종양은 수술 절제 정도에 따라 생존율에 차이가 있으므로 얼마나 안전하게 많은 조직을 떼어내느냐가 수술 예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장 교수는 ‘최대안전수술’과 ‘각성수술’에다가 수술 부위와 주위의 뇌 조직, 기능을 지도화(Mapping)하고 환자의 치료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등을 통해 생존율은 높이고 후유증은 줄여왔다. 뇌교종의 생존기간은 세계 평균이 수술 후 11개월이지만 세브란스병원에서 각성수술을 받은 환자는 26개월이다. 뇌교종 환자의 13~27.5%에게서 영구적 언어장애나 신체마비가 발생하던 것을 10% 이하로 줄였다. 뇌종양 가운데 악명 높은 교모세포종의 경우, 2년 생존율 45%로 세계 평균 30%를 훨씬 뛰어넘고, 5년 평균 생존율은 세계 10%이지만 20%에 육박하고 있다.
“제가 전공의 때만 해도 교모세포종으로 판명이 나면 수술을 중단하기까지 했지요. 수술 뒤 평균 2~3개월 살았지만 지금은 평균 2년 살면서 여생을 가족과 함께 정리하도록 했습니다.”
장 교수는 의사가 환자와 가족에게 병 상태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받고 “괜찮겠지” 하면서 검사를 제대로 안 받다가 갑자기 악화돼서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 환자가 낙심하는 것을 보면서도 재발의 위험과 예후를 솔직히 얘기해야 하는 것은 고역이다. 그렇지만 환자를 위해서 그 고통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숙명이라고 믿는다. 예상을 벗어나서 10년 재발도 없이 아기를 낳고 키우는 환자를 보는 것은 의사로서 말로 표현 못할 기쁨이지만….
-뇌종양은 종류도 많은 것 같고 이름도 어려운데….
“뇌종양은 뇌신경계에서 발생한 ‘원발성(原發性) 종양과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이 전이된 전이성 종양으로 구분된다. 모든 말기암의 30%가 뇌로 전이될 정도로 전이성 뇌종양은 흔하다. 원발성 뇌종양은 종양이 생긴 위치에 따라 △뇌조직의 세포 자체에 생기는 뇌교종 △뇌를 감싸는 수막에 생기는 뇌수막종 △뇌에서 나가는 여러 신경에서 생기는 신경초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발성 뇌종양은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뇌교종은 대체로 악성이며 뇌수막종이나 신경성 종양은 대체로 양성이다.”
-뇌종양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뇌종양은 항암제 효과가 다른 장기에 비해 높지 않아 치료는 대부분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뇌 안으로 침투할 수 있는 항암제가 개발돼 수술, 방사선 치료 이후 항암제 치료도 시행되고 있다. 뇌에는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뇌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종양이 생기면 그 기능이 주변 부위로 이동해 뇌의 기능적 재분포가 일어난다. 따라서 수술 전이나 수술 중에 종양 주변의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뇌 지도화 작업이 이뤄지면 종양을 최대한 절제해 환자의 생존 기간을 최장 연장시키고, 신경학적 장애는 최소화해 생존 기간 동안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뇌종양에 걸렸다고 하면 환자들이 수술 받는 것조차 두려워할 듯한데….
“그렇다. 그래서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뇌에도 여유공간이 있기 때문에 종양이 커질 때까지 주변 뇌를 압박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주변 신경과 뇌를 압박하면 악성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뇌를 연다는 것 자체에 일반인의 두려움이 크고, 특별히 고통스럽지 않으면 일단 수술을 미루는 환자가 드물지 않지만 위험한 생각이다. 빨리 치료받을수록 후유증도, 재발 위험도 적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뇌종양의 증세는 어떤가?
“종양이 뇌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 생기면 언어장애,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 생기면 마비가 올 수 있다. 뇌 표면을 자극해 경련발작을 일으키는 때도 있다. 종양 크기가 많이 커지면 뇌압이 급격히 상승하며, 두통과 구토 같은 뇌압항진 증상을 보인다. 안압이 함께 상승해 시야가 뿌옇게 보일 수도 있다. 청신경초종은 전화기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귀에서 이명이 발생하고, 심하면 얼굴 부위의 마비나 경련, 통증이 올 수 있다. 뇌하수체종양이 있으면 여성은 월경이 없어지거나 유즙이 분비된다. 남성은 무기력해지고 성기능 장애를 동반하며 더 진행하면 시력 저하를 초래한다. 두 가지는 양성이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가면 완치가 가능하다.”
-양성종양은 치료를 좀 늦게 받아도 된다던데….
“큰일 날 소리다. 양성종양이 커지면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찍 치료받는 것이 좋다. 양성은 일찍 발견하면 감마나이프로 비교적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요즘 고령화로 80세 이상 뇌종양 환자가 늘고 있는데 80세 이상이라도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환자들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하나?
“뇌종양은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너무나 많고, 의사도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상황버섯 고농축액을 먹고 간이 나빠져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 뇌종양은 음식 영향이 거의 없으므로 치료 전후에 특별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음식은 골고루 먹고 너무 과격하지 않게 운동을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뇌종양이 예후가 안 좋다보니, 온갖 최신 치료법도 많은 것 같던데….
“다른 암도 마찬가지이지만 수지상세포치료, 붕소치료, NK세포 치료, 비타민D 고용량요법, 고주파치료 등을 받으러 해외 가거나 국내에서 큰돈을 쓰는 환자가 적지 않다. 수술의 적기를 놓치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빼앗으며, 환자들 대부분이 합병증만 키운 상태에서 후회한다. 이들 치료법은 10여 년 전부터 의학계에서 효능을 주장했지만, 표준 치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이 치료법들이 효과가 있으면 왜 우리나라 의사들이 적용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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