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감염자 타액으로 신종 코로나 옮길 수 있다

[미국 NIDCR 블레이크 워너 박사 랩 Paola Perez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침(唾液)엔 높은 수치의 신종 코로나 입자가 들어 있다.
타액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고 해도, 코안에 면봉을 깊숙이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현재의 검사법보다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건, 몸 안의 어떤 부위로부터 침으로 옮겨왔느냐 하는 것이다.
예컨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콧물이나 가래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으로 퍼질 수 있다.
하지만 호흡기 증상이 거의 없는 코로나19 환자의 타액에서도 신종 코로나는 나온다.
마침내 이 의문점을 풀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가 입안 세포에 직접 감염한다는 사실을 미국 연구진이 밝혀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노스캐롤라이나 치과대 등의 과학자가 공동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온라인판에 논문으로 실렸다.

[미국 NIAID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신종 코로나의 주 감염 표적은 폐와 상기도(upper airways)이지만, 소화계·혈관·신장 등에도 감염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종 코로나가 몸 안에 퍼지는 과정에서 입이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가 경구 세포(oral cells)에 먼저 감염한 뒤 침에 섞여 폐, 소화관 등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비감염자의 경구 조직을 검사해, 침샘과 구강 내벽 조직의 일부 세포에서 각각 ACE2 수용체와 TMPRSS2 효소의 생성에 관여하는 RNA를 발견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침샘과 잇몸 세포에선 ACE2와 TMPRSS2의 생성 정보를 가진 RNA가 동시에 발현했다.
이들 두 단백질은 신종 코로나의 세포 감염에 꼭 필요한, 일종의 '출입증' 같은 존재다.
따라서 이들 단백질이 어떤 세포에 높은 수위로 발현한다는 건 그만큼 감염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NIH 산하 국립 치과·두개안면 연구소(NIDCR)의 블레이크 워너 박사는 "이들 (세포) 진입 인자의 입안 발현 수위는, 상기도의 비강 내벽 조직처럼 신종 코로나가 잘 감염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위와 비슷했다"라고 말했다.

접힌 머리핀 형태로 일부 돌기가 변한 스파이크 단백질 이미지.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한 뒤 형태가 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논문 발췌 /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의 침샘 조직 샘플을 테스트해, 절반 이상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사망자 1명과 중증 환자 1명의 침샘 조직에선, 신종 코로나 입자가 감염 세포 내에서 활발히 복제됐다는 걸 보여주는 바이러스 RNA 염기서열도 발견했다.
무증상 감염자가 침을 통해 신종 코로나를 옮길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무증상 감염자 8명의 타액을 배양한 정상 세포에 각각 노출했더니 2명의 타액이 코로나 감염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종합해, 신종 코로나의 경구 세포 감염이 몸 안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염된 침을 삼키거나 미세 침방울을 흡입할 경우 목구멍, 폐, 장 등에 전파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을 강조했다.
찬 거 닿으면 찌르르한 통증, 왜 유독 치아에만 생길까

치아 모세포(녹색)의 매개로, 치아의 차가운 감각이 신경(적색)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래픽.
[카타리나 치메르만 박사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충치를 치료하지 않아 구멍이 생긴 치아는 찬 것에 노출됐을 때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나이가 들어 잇몸이 상해도 치아는 찬 것에 민감해지는데 이를 한랭 민감성(cold sensitivity)이라고 한다.
백금계 화학치료(platinum-based chemotherapies)를 받은 암 환자 중에는 한랭 민감성이 온몸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암 환자는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기만 해도 심한 치통을 느껴 항암 치료를 중단하곤 한다.
치아가 차가운 노출에 민감한 건 생리적으로 특이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인체의 세포나 조직은 찬 것에 노출됐을 때 대사 작용이 느려진다.
다른 조직과 달리 치아에 한랭 민감성이 생기는 이유를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등의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MGH는 하버드의대의 최대 수련병원이다.
핵심 역할을 하는 건 치아의 상아질을 형성하는 치아 모세포(odontoblast)와 TRCP 5라는 단백질이었다.
치아의 표면은 단단한 법랑질로 싸여 있는데 상아질은 바로 그 아래에 층을 형성해 혈관과 신경이 지나가는 잇몸을 감싼다.
과학자들은 치아 모세포의 한랭 감지 기능을 방해하고 치통을 억제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26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하버드의대의 요헨 레네르츠 병리학 부교수는 "치아의 형태를 유지하는 치아 모세포가 차가운 걸 감지하는 기능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면서 "기초 과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처음부터 TRCP 5 단백질을 한랭 감지 통증의 매개자로 지목했다.
이 단백질의 생성 정보를 가진 유전자가 많은 신체 부위의 신경에 발현한다는 걸 이전의 연구에서 확인했다.
유전자를 조작해 TRCP 5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는 어금니에 구멍이 나도 상처가 없는 생쥐처럼 행동했다.

생쥐 중뇌의 도파민 뉴런
도파민 활성 뉴런은 의료용 아편 제재의 통증 완화에 핵심 역할을 한다.
[미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Kash Lab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연구에선 센서 역할을 하는 TRCP 5 단백질이 찬 온도를 감지한 뒤 치아 모세포를 거쳐 신경에 전달하면, 신경이 흥분하면서 통증과 한랭 과민성이 생긴다는 걸 밝혀냈다.
차가운 자극이 가해지면 TRCP 5 단백질은 치아 모세포의 외막에 채널을 열어, 칼슘 같은 다른 분자가 세포 내로 들어와 반응하게 했다.
충치가 심해져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TRCP 5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치근(齒根)부터 뇌까지 연결하는 신경의 전기 신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이가 들어 잇몸이 약해지면 치아가 더 민감해지는 것도, 치아의 새롭게 노출된 부분에서 치아 모세포가 차가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레네르츠 교수는 "대부분의 세포와 조직은 차가움을 느끼면 대사 작용이 늘려지며, 그것이 이식 장기를 냉동 보관하는 이유"라면서 "흥미롭게도 TRCP 5 단백질은 차가울 때 세포의 활성도를 더 높이고, 치아 모세포는 이런 TRCP 5를 통해 차가움을 감지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치한 인간의 치아에도 TRCP 5 단백질이 잔존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는 칼슘을 제거한 뒤 에폭시 수지에 담가 뒀던 치아를 얇게 썰어 치아 모세포의 TRCP 5 채널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치아의 한랭 민감성을 최소화하는 약물 표적도 찾아냈다.
전통적으로 치통 치료에 쓰였던 정향유(oil of cloves)의 유제놀(eugenol) 성분이 TROP 5를 차단했다.
유제놀은 지금도 향료나 치과의 방부(防腐)·소독용 재료로 쓰이며 이 성분이 든 치약 제품도 나와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화학치료로 심한 한랭 민감증이 생긴 암 환자 등에도 유제놀을 사용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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