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 제약사가 '중국판 화이자' 백신 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이 외신에서 들려온 것은 10일 오전. 푸싱제약이 화이자 백신 공동 개발사인 독일 바이오엔테크로부터 mRNA 기술을 제공받고 백신 유통을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다.
씁쓸한 소식인지라 국내 한 바이오사 임원에게 곧바로 연락을 돌렸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는 "중국이 mRNA 백신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백신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상대 업체도 중국 시장에서 장악력을 키울 수 있겠지요. 서로 '윈윈'하겠다는 겁니다."
중국은 몇 단계 더 나아가고 있었다. 얼마간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자국 백신의 한계를 인정해 해외 기업을 제때에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 치른 노력이 적잖았으리라고 짐작한다. 애초에 중국 백신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가 30% 정도라고 알려져 있었다. 무늬만 백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물론 변이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방비였다. 그러던 차에 변이에 강한 mRNA 백신까지 새로 갖춘 것이다. 한중 간 백신 격차는 그만큼 더 벌어지게 됐다.
자문해볼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백신 선진국'에 성큼 다가섰을 때 우리는 과연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 K바이오라는 표어에 도취돼 제자리걸음이지 않았느냐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국내 업계는 mRNA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경험이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관련 공장이나 설비도 미미하다. 일부 회사가 양산 공장을 보유 중이라지만 개발 경험이 없어 무소용이다. 업계는 물론 변명하고 싶을 게다. 지금껏 mRNA 백신 생산이 가능한 곳은 미국과 독일뿐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걸 기대한다고 하소연할 만하다.
하지만 대비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팬데믹 초기부터 재빨리 기술이전 등을 저들과 협의했다면 중국보다 빠르게 mRNA 백신 수급이 가능해졌을 수도 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지금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제는 해외 수급마저 자꾸만 지연되고 있다. 정부의 헛발질도 문제겠으나 업계도 자성할 때다. 허울뿐인지 모를 K바이오의 민낯을 말이다. 그동안 빈 수레가 너무 요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