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림프절에서 항산화 코팅을 받는 흑색종 세포 이미지.
이렇게 '지방 코팅'을 거친 암세포는 산화 스트레스를 잘 견뎌 멀리 떨어진 부위에 전이할 확률이 높다.
[미 UTSW(텍사스대 사우스 웨스턴 메디컬 센터) / 재판매 및 DB 금지]
크게 봐서 암은 전이암과 비 전이암 두 종류로 구분한다.
한자리에 머무는 비 전이암은 외과적 절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화학치료 등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전이암은 사실상 치료가 어렵다. 암 사망자도 대부분 전이암에서 나온다.
영국과 스페인 과학자들이 암 종양 내에서 전이암의 씨앗이 생기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종양의 가장자리보다 중심부의 암세포가 더 공격적이고 전이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로열 마스든 병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스페인의 크루세스 대학병원(Cruces University Hospital)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에콜로지 & 에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최근 실렸다.

림프절 흑색종 세포에 발현한 '유사 가위' 단백질.
이 단백질은 암세포가 염증 반응을 견디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 재판매 및 DB 금지]
2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가장 큰 성과는 암 종양의 어느 부위에서 전이암의 씨앗이 생기는지 알아낸 것이다.
암의 전이는, 어떤 부위에 발생한 원발 암에서 한 무리의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액으로 타고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걸 말한다.
암세포가 포도송이처럼 뭉친 이 암세포 무리, 일명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CTCs)'는 전이암의 씨앗과 같다.
공동 연구팀은 'TRACERx 신장 연구' 프로그램에서 756개의 생검 종양 표본을 받아 분석했다. 이들 샘플은 종양 내의 서로 다른 부위에서 채취됐다.
종양 중심부에 위치한 암세포는 유전체의 안정성이 떨어져 다른 부위로 전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종양 가장자리의 암세포는 성장이 부진한데다 유전자 손상도 적어 전이 가능성이 작았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UCL 암 연구소의 케빈 리치필드 박사는 "혈액과 산소 공급이 부족한 종양 중심부의 암세포는 더 강하고 공격적으로 생존 적응을 해야 한다"라면서 "이는 멀리 떨어진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 뿌리를 내리는 (전이성) 암세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종양 내에서 자라는 암세포 무리의 유전자 구성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도 분석했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CD8+ T세포(적색)는, 비만한 생쥐(하단)보다 비만하지 않은 생쥐(상단)의 종양에 더 많다.
[미국 하버드의대 Ringel 등 / 재판매 및 DB 금지]
대부분의 종양은, 암세포 무리가 각각 다른 영역에서 성장하는 패턴을 따랐다.
그런데 특정 암세포 무리가 종양 내의 다른 무리로 훌쩍 뛰어 건너가는 듯한 '도약 패턴(jumping pattern)' 사례도 두 건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은, 종양 중심부의 가혹한 환경 조건을 표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해야 가장 공격적인 전이암 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암 종양 내의 위치에 따라 암세포의 유전자 구성이 다르다는 건 'TRACERS 신장 연구'에서도 이미 밝혀졌다.
그런 유전자 구성의 차이가, 전이암의 씨앗이 이탈하는 종양 내 위치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가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종양학자인 삼라 투라일릭(Samra Turajlic) 박사는 "유전적 혼돈(genetic chaos)으로 인해 전이성 암세포 무리가 종양에서 떨어지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했다"라면서 "암세포가 이렇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종양 주변의 환경 조건을 밝혀낸 것도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폐암생존자 심뇌혈관질환 관리해야"…가명정보결합 첫사례 발표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폐암 진단을 받고 5년 이상 생존했다가 사망한 환자 가운데 22%는 심뇌혈관질환 등 암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 등은 여러 기관의 빅데이터 가명정보를 결합해 활용한 첫 시범연구 사례인 '국립암센터 폐암환자 치료 및 사망 동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얻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폐암 치료효과 분석과 폐암환자 합병증·만성질환 발생·사망예측모델 개발을 목표로 가명처리된 국립암센터 폐암 환자 임상정보(2002∼2019년, 2만명)·국민건강보험공단 암환자 진료정보(2011∼2019년, 2만명), 통계청의 사망정보(2004∼2019년, 423만명)를 결합해 분석했다.
결합정보를 1차로 분석한 결과 국립암센터 내원 폐암환자 1만4천명 가운데 38.2%는 1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내에 사망한 환자 비율은 67.3%, 5년 이내 사망은 77.4%, 10년 이내 사망은 87.5%였다.
또 폐암 진단을 받고 5년 이상 생존했으나 연구대상 기간 안에 사망한 환자 중 77.8%는 암으로 사망했고 나머지 22.2%는 암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다. 암 이외 다른 사망 원인 가운데는 심뇌혈관질환이 24.8%를 차지했다.
국립암센터는 "심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율은 5년 이상 생존한 폐암 환자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 다음으로 높았으며, 이는 폐암 생존자의 적극적인 심뇌혈관질환 관리가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는 앞으로 심층분석을 통해 폐암 환자의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발생 및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폐암환자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위험요인을 파악해 예후 예측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결합사례는 가명정보 결합 시범사례 7개 과제 가운데 가장 처음 나온 것으로, 여러 기관이 보유한 건강관련 빅데이터를 가명처리해 결합한 최초 사례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정보로, 개인 식별이 가능한 '개인정보'나 식별이 불가능한 '익명정보'와는 구분된다.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3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된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와 달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제3자에게 제공해 통계작성이나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에 분석한 폐암 환자 정보의 경우 환자가 여러 병원을 이용했다면 데이터3법 개정 전에는 의료기관 한곳의 데이터만으로는 합병증이나 만성질환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없었다. 또 진료가 끝나고 사망한 경우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망시점을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데이터3법 개정으로 다수 기관의 가명정보 결합과 분석이 가능해져 진료 이후 암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합병증, 만성질환, 사망 등 중요한 정보를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할 수 있게 됐다고 개인정보위원회는 설명했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이번 사례는 데이터의 새로운 활용가치를 창출하는 첫 시도"라며 "암 환자에게 암뿐만 아니라 관련 합병증과 만성질환까지 종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통해 장기 생존율을 높이고 국민건강 증진에도 다양하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