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처] "우린 어쩌라고" 델타변이에 우는 의외의 환자들
(서울=연합뉴스) 델타 변이 출현이 세계 곳곳에 코로나19 재확산을 불러오면서 오랜 기간 팬데믹 종식을 기다려 온 각국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통받고 있단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끄는데요.
최근 미국 CNN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하는 한 환자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사는 여성 르네 멘델레즈 씨는 류머티즘 관절염 증상 완화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악템라'라는 약물 주사를 맞았는데요.
'토실리주맙'이란 성분명으로도 널리 알려진 악템라는 멘델레즈 씨가 이를 닦거나 머리를 빗는 등 간단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약입니다.
그는 이 치료제를 투여받기 전에는 똑바로 서거나 걷기조차 어려웠다며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 악템라가 얼마나 중요한 약인지 설명했죠.
그는 CNN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악템라를 구하기 어렵다며 백신 접종 기피 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을 향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관절염 치료제'가 시중에서 '품귀'란 이야기는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통상 관절염이라 하면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 손상이나 퇴행성 변화로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류머티즘 관절염은 외부의 나쁜 균에 방어 역할을 하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죠.
악템라는 류머티즘 관절염에 관련된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인터류킨-6(IL-6)을 차단하는 항체치료제인데요.
인터류킨-6는 일부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도 심각한 증상을 불러일으키므로, 악템라가 이로 인한 코로나19 증세 악화를 막아줄 수 있는 셈입니다.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악템라를 코로나19 입원환자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했습니다.
7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악템라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하도록 권고했죠.
그런데 백신 접종 시작 후 한동안 주춤했던 확진자 발생이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다시 크게 증가했고,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테크가 생산하는 악템라 수요가 함께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겁니다.
제넨테크에 따르면 악템라 수요는 최근 2주 동안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400% 이상 증가했는데요.
악템라 주사를 한 달만 걸러도 극심한 통증을 겪을 수 있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시작된 셈입니다.
스티븐 테일러 미국 관절염재단 총괄 부사장은 다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도 있지만 악템라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미국 류머티즘학회와 관절염재단 등이 악템라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품귀 사태가 심각한 양상을 띠자 WHO는 제넨테크 모회사 로슈에 악템라 재고 물량을 공평하게 공급하도록 촉구하며 이 약품의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제넨테크는 고객들에게 "물량을 빨리 보충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대한 긴급하게 대처 중"이라고 안내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현재와 같은 기세로 지속될 경우 앞으로도 간헐적인 품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럽의약청(EMA)까지 악템라를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제로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템라 품귀에 대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의 우려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CNN은 코로나19 사태로 악템라뿐 아니라 여러 의약품과 의료용품이 부족 현상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팬데믹 초기엔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세계 곳곳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의약품 공장 등이 가동을 멈췄고 2·3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일부 의료기관 등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약품 사재기를 한 것이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팬데믹 이후 확진자 발생이 계속되고 다른 질환 치료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제로도 함께 쓰이면서 코로나19가 또 다른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단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