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수에서 검출되는 마약 성분이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외국인 마약사범은 오히려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주요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하수역학 조사는 하수처리장 유입수에서 마약 성분의 잔류량과 종류를 분석해 하수 유량과 인구 수를 반영한 마약류 사용량을 과학적으로 추정하는 기법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필로폰과 코카인 등 주요 불법 마약류의 인구 1000명당 하루 평균 총 사용 추정량이 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24년 사용 추정량은 15.89㎎으로 2020년 31.27㎎ 대비 49.2% 줄어든 수치다. 식약처는 지난 5년간 전국 17개 시·도별 최소 1곳 이상 총 34개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내 마약류 사용량 감소 추세와 달리 외국인 마약사범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마약사범은 2022년 2573명에서 2023년 3151명, 올해 3232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외국인 밀집 지역(하수처리장 12개소)의 필로폰 사용 추정량은 전국 평균의 141%에 달해 이 지역에서의 마약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이 외에도 신종 마약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우리동네 하수 감시망'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 성분을 기존 불법 마약류 15종에서 의료용 및 신종 마약류를 포함한 200여 종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확대된 조사를 통해 신종 마약 국내 유입 여부와 사용 추세 변화를 분석하고, 임시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물질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배수 분구 중 10개 이상 지점에서 추가 채수를 실시하고, 마약 성분이 검출될 경우 관련 건물 정화조 등에서 추가 채수해 추적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한 마약류 중독자가 방문하는 의료기관과 연계한 코호트 연구도 진행한다. 의료용 마약류의 인체시료 분석 결과와 하수역학 분석 결과를 비교·분석해 불법 마약류 사용량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중독자의 불법 마약류 사용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에는 15종을 분석했지만 불법마약 트렌드가 바뀌고 신종 마약이 나오는 속도가 빨라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며 "검경 단속 결과를 피하기 위해 신종 마약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