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뇌종양을 앓은 남성(22)과 3년 전에 ‘뇌내 생식세포종’을 앓은 남성(32)이 높은 선량의 방사선치료로 합병증을 뒤늦게 일으킨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이들 환자는 중추신경계의 혈관기형(해면상혈관종)을 앓아 치료를 받아야 했다.
뇌종양을 겪은 남성은 두통·구토 등 증상을, 생식세포종양을 겪은 남성은 눈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힘들고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 등 안구운동장애 증상을 호소하며 각각 병원을 찾았다. 서울대 의대 분당서울대병원(소아과-신경외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과 국립의료원(양성자치료센터) 연구팀은 정밀검사 등을 토대로, 이 두 남성 환자에게 ‘방사선 유발 해면상혈관종(RIM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최형수 교수(소아청소년과, 암센터·혈액종양)는 “방사선 유발 해면상혈관종은 혈관기형의 일종으로, 드물기는 하나 고선량 방사선치료의 중요한 합병증에 해당한다. 특히 뇌종양 생존자 중 젊은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두 남성 환자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 복합적인 치료를 받은 뒤 합병증으로 해면상혈관종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방사선치료에서 40~60그레이(Gy)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을 쬐는 암으로는 두경부암, 폐암, 식도암, 전립선암, 자궁암, 항문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뇌종양, 유방암, 직장암 등 환자도 이 선량에 준하는 방사선치료를 받을 수 있다. 원발성 뇌종양과 일부 유방암 환자가 40Gy 이상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사례도 꽤 있다. 일반적으로 40Gy 이상의 높은 선량의 방사선을 쬐면 위험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 이하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환자, 방사선치료 꼭 받아야 하지만…추후 의료진의 추적관찰, 환자의 관심 필요”
12세에 악성 뇌종양(뇌암 중 수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던 남성 환자는 방사선 치료(두개 내와 종양 부위), 동종 말초혈액 줄기세포 이식(2회 연속) 수술을 받았다. 치료를 끝내고 약 8년 후 추적관찰 영상검사에서 오른쪽 작은 뇌(소뇌)에서 소규모 국소 출혈이 발견됐다. 이는 ‘방사선 유발 해면상혈관종’의 병변에 해당한다. 환자는 무증상 상태로 정기적인 영상검사와 함께 관리를 받았고, 치료 후 약 9년이 됐을 때 병변이 자연적으로 소실되고 크기가 크게 줄었다.
3년 전 ‘뇌에 생긴 생식세포종’으로 방사선치료(전뇌실)를 받은 남성 환자는 증상과 출혈이 있는 ‘방사선 유발 해면상혈관종’으로 진단받았다. 생식세포종은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생식세포에서 주로 발생하는 종양이다. 고환이나 난소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특이하게도 뇌와 종격동(가슴뼈와 척추 사이의 공간)에도 생길 수 있다. 이 환자는 수술(수술적 절제와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아 병변이 안정됐다. 하지만 떨림·보행장애 등 증상이 지속돼 일상활동에 지장을 받았다. 연구팀은 두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제공했다.
“방사선치료의 합병증에 의한 해면상혈관종, 잠복기 4개월~41년(평균 9.9년)”
연구팀에 의하면 ‘방사선 유발 해면상혈관종’은 전통적인 방사선치료를 받은 어린이와 젊은 성인 등 뇌종양 생존자에게서 많이 생긴다. 이 병은 1992년 치료용 방사선 노출과 관련해 처음으로 보고됐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혈관종이 비해 약 6배 더 많이 발생한다. 일반인의 발병률은 약 0.5%다. 이 병은 고선량 방사선(40~60Gy)을 쬔 뒤 중추신경계의 방사선 조사 부위에서 발생하며, 잠복기는 4개월~41년(평균 잠복기는 9.9년)이다. 대부분 치료 후 첫 10년 이내에 발생한다.
방사선 유발 해면상혈관종은 뇌종양(수모세포종 등), 뇌내 생식세포종, 뇌실막종, 낮은 등급의 신경교종, 혈액암 등 원발성 암의 방사선 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헌에는 3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돼 있다. 연구팀은 “방사선치료의 합병증으로 뒤늦게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관찰과 맞춤형 관리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연구 결과(Radiation-Induced Cavernous Malformation in the Cerebellum: Clinical Features of Two Cases)는 대한뇌종양학회가 발행하는 저널 ≪뇌종양 연구와 치료(Brain Tumor Research and Treatment)≫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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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하원에서 말기 질환을 앓는 환자가 의학적 도움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사망(assisted dying) 법안'이 통과됐다. 하원은 20일(현지시간) 조력 사망 법안에 대한 3차 독회에서 찬성 314표, 반대 291표로 법안을 가결했다. 찬반 표차는 23표다. 하원 표결은 지난해 11월 2차 독회 이후 두 번째로, 하원 3차 독회가 의회 입법 과정에서 가장 큰 관문으로 여겨지는 만큼 최종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표결에서 찬성 330표, 반대 275표였다가 격차가 줄었다. 이 법안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말기 질환을 앓아 여생이 6개월 이하인 성인 환자가 의학적 도움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다. 정신 상태가 사리 분별을 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고 강압이나 압박이 없어야 하며 여생이 6개월 이하라는 진단을 의사 2명에게 최소 7일 간격을 두고 받아야 한다. 약물은 의사가 준비하지만 환자 본인이 직접 투여해야 한다. 2, 3차 독회 사이에 법안은 일부 수정을 거쳤다. 원안에는 조력 사망에 법원 승인을 받게 돼 있었지만 사회복지사, 고위 법률가, 심리학자가 포함된 패널의 판단을 거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같은 수정을 이전보다 조력사 조건이 완화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법안은 이제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에서 법안이 수정될 수는 있지만 종신직과 당연직으로 구성된 상원은 선출직으로만 구성된 하원의 결정을 뒤집지는 않는 게 일반적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당 소속 의원들이 자유롭게 소신에 따라 투표하도록 했다. 실제 투표 결과도 당의 성향에 좌우되지 않은 모습이다. 중도좌파 집권 노동당에서 찬성 224표, 반대 160표가 나왔고 중도우파 제1야당 보수당에서 찬성 20표, 반대 92표가 나왔다. 우익 포퓰리즘 영국개혁당에선 찬성 2표에 반대 3표였다. 내각에서도 스타머 총리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찬성표,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와 샤바나 마무드 법무장관,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반대표를 던지는 등 찬반이 엇갈렸다.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조력 사망은 논쟁이 끊이지 않는 사안이다. 찬성하는 쪽은 생존 가능성 없는 환자가 스스로 극심한 고통을 끝내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사람들이 조력 사망이 허용되는 스위스 등으로 향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반대하는 쪽은 환자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 등으로 압박을 느낄 수 있고 시한부 진단이 잘못될 위험이 있으며 법적 안전장치가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날도 의회 앞에서는 찬반 시위가 벌어졌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선택에 투표하라", "선택할 자유"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내 선택"이라고 외쳤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죽이지 말고 돌보자", "환자가 아닌 법안을 죽여라" 등과 같은 구호가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반대론자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적 다툼을 예고했으며, 법이 최종 통과되더라도 시행은 2029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올해 발간된 정부의 위험요소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 법이 발효되면 연간 4천500명이 조력 사망을 바랄 것으로 추정됐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현재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미국 일부 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조력 사망을 허용한다. 시행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cheror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