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오제약 산업 '딥 시크 모멘트' 촉진 계기...예의 주시 해야 CSRC 우칭 위원장 “첨단 분야 혁신 흐름 부합하는 자금조달 구조 구축에 중점”
[팜뉴스=김태일 기자] “기술은 수익보다 먼저 온다”는 원칙이 중국 자본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 18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기술특화시장인 스타 마켓(STAR Market) 내에 수익성이 없는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성장 계층(Growth Tier)'을 신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바이오제약, 인공지능, 항공우주 등 중국의 차세대 전략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개혁의 일환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바이오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강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에 비해 혁신기술에 대한 모험 투자 자본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라면서 "전통적으로 중국에서의 상장은 수익성이 주요 기준이었음. 이번 중국 정부의 수익성 없는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상장 경로 신설을 통한 자본조달 확대가 중국 바이오제약 분야에 있어 “딥 시크 모멘트”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른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스타 마켓은 2019년 출범 이후 기술 혁신형 기업의 상장을 유도해왔으나, 수익성을 중시하는 상장 기준 탓에 실제 상장으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상장을 허용하는 '다섯 번째 상장 기준'은 2023년 이후 사실상 동결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개혁을 통해 CSRC는 '성장 계층'을 별도 트랙으로 마련하고, ▲핵심 기술 확보 ▲시장 잠재력 ▲지속적 R&D 투자 등의 요건을 갖춘 비수익 기술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열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주식기호에 “U(Unprofitable)” 표식을 부여하고, 투자자들에게 해당 기업의 수익성 미확보에 따른 위험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했다.
특히, 새로운 성장 계층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일반 시장으로 ‘승급’할 수 있도록 해 기업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형 상장 구조를 제공한다. 2년 연속 흑자 및 누적 순이익 5천만 위안 이상 또는 직전 연도 단일 순이익 1억 위안 이상인 경우 기존 ‘U’표시는 해제된다.
바이오·AI 등 혁신 산업 대상… 중국판 기술 IPO ‘딥시크 모멘트’ 될까
CSRC 우칭 위원장은 이날 열린 2025 루자쭈이 금융포럼에서 “이번 개편은 바이오의약, 인공지능, 항공우주 등 첨단 분야의 혁신 흐름에 부합하는 자금조달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는 수익성 확보 이전 단계에 있는 기술기업에도 대규모 자금 유입을 가능케 하려는 정책적 전환으로, 중국 정부의 전략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최근 수년간 중국 바이오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스 거래에서 전체 31%를 차지하며 전례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WHO, UNITAID 등의 국제보건기구 권고와 규제개혁에 힘입어, 혁신 제품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 모험자본의 축적이 부족하고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다는 한계는 여전히 구조적인 병목으로 작용해왔다.
이번 ‘성장 계층’ 신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중국판 ‘딥시크 모멘트(Deep Seek Moment)’를 촉진할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 보호장치도 강화… "위험 고지 + 적격성 검토"
이번 개편은 단순히 상장 문턱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 보호와 정보 공개를 병행하는 구조적 설계가 눈에 띈다.
성장 계층에 속한 기업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와 향후 계획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웹사이트 등 주요 경로를 통해 수익 미확보 리스크에 대한 주의문을 상시 고지해야 한다.
또한, 일반 개인투자자는 해당 기업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반드시 별도 위험공시서에 서명하고, 투자 적합성 평가를 통과해야 거래가 가능하다.
CSRC 측은 “중앙 집중식 관리를 통해 투자자는 리스크를 더 명확하게 인지하고 법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으며, 이는 시장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전시장(ChiNext)까지 확산… '성장 계층' 전국 확산 신호탄
이번 조치는 스타 마켓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CSRC는 선전증권거래소의 혁신시장인 ChiNext에도 유사한 개편을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아직 수익성이 없더라도 연매출 3억 위안 이상인 기술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관계자는 "중국 전체 자본시장이 수익 중심의 전통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 중심의 유연한 자금 지원 체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이번 개혁은 단기적인 IPO 활성화를 넘어서, 중국판 기술혁신 생태계를 ‘자본’으로 뒷받침하려는 신호탄"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