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높이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 매년 반복되던 연말 양도세 회피 매도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거래세 인상도 도마 위에 올렸다. 거래세 인하의 전제조건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백지화되면서 거래세 원상복구가 추진 중이다.
뒷걸음질 치는 세제 정책에 자칫하다가는 코스피가 멈출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 투심이 한순간 식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도로 10억? …"연말 매도 폭탄 재현되나"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종전 수준인 '종목당 10억 원 이상'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 상장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올린 바 있다.
연말마다 대주주발(發) '매물 폭탄'에 흔들렸던 증시를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전까지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유가증권시장 1%, 코스닥시장 2%, 코넥스시장 4%) 이상인 투자자는 양도차익에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내야 했다.
이에 연말마다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개인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양도세 부과 대상자를 확정하는 시점이 매년 증시 폐장 직전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2년 경우, 12월 대주주 확정일을 하루 앞두고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조 1331억 원, 4039억 원의 개인 순매도가 쏟아졌다.
반면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를 축소한 지난해 말에는 개인 순매도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4627억 원에 그쳤다. 사실상 연말 매도 폭탄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10억 원을 대주주로 보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도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394조 2479억 원)을 고려할 때 10억 원 이상 주주라도 지분율은 고작 0.00025%에 불과하다.
개인 투자자들은 당장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코스피 랠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는 17.96% 상승한 바 있다.
개인 투자자 연합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서는 "부동산 말고 주식하라고 해서 개미들 다 들어오게 한 다음 뒤통수치는 망하는 정책"이라며 "악법 중에 악법"이라고 평가했다.
금투세 백지화에 증권거래세 다시 오르나
증권거래세도 세제 정책 도마 위에 올렸다. 정부는 현행 0.15%인 증권거래 세율을 0.18%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내야 하는 세금이다.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은 증권거래세가 없다.
현재 코스피 시장 증권거래 세율은 0%(농어촌특별세 0.15% 별도), 코스닥 시장 등은 0.15% 수준이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금투세 도입을 폐지하면서 증권거래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및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통해 5000만 원 이상 난 이익에 대해 최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이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도입을 백지화했다.
정부에서는 금투세 폐지로 부족해진 세수를 증권거래 세율을 다시 높여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실제 증권거래세 징수액은 2020년 8조 8000억 원에서 2021년 10조 3000억 원까지 늘었다가, 증시 부진과 거래세율 인하 등으로 2022년 6조 3000억 원, 2023년 6조 10000억 원, 지난해 4조 8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세수 급감에 지난 17일 오기형 의원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세수가 지금 수조 원이 빠져 버렸는데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았으니 증권거래세는 원상회복, 정상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증권거래 세율을 올리더라도 세수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증권 거래가 늘어야 세수가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은 15.4%(지방세 포함)의 세율로 원천징수 되며,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이 2000만 원을 넘어서는 경우 종합소득에 합산돼 최대 49.5%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상장기업의 최대 주주와 경영진은 높은 세율 부담을 피하기 위해 배당을 기피하고, 사내 유보금 확대나 계열사 확장 등을 통해 부를 이전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실제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배당 성향은 28%에 불과해 주요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대만만 하더라도 배당 성향이 56%에 달한다. 중국(상하이 증시)과 일본은 각각 49%와 34% 수준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다른 나라는 우량주 사서 중간 배당받아 생활비하고, 내수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배당을 안 한다"며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이소영 의원은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률)이 35%가 넘는 상장사 주주들의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27.5%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