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암이 성별에 따라 발병 경로와 분자생물학적 특성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은 대장암 중 절반 이상이 ‘오른쪽’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경우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는 등 생존하기 좋은 환경에 놓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대장암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배출하는 맹장, 결장, 직장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국내 암 발병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남녀 모두에게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그 양상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대장의 오른쪽(상행결장)에서 발생하는 암의 비율이 절반을 넘고, 조기 진단이 어려운 편평한 톱니모양 선종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은 왼쪽(하행
결장) 대장암 비율이 높고, 관상 선종에서 주로 발생해 여성보다 발병 시기도 평균 5~7년 빠르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대장암이 단순히 발생 위치의 차이를 넘어 발생 경로 자체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연구팀은 환자 378명의 대장 조직 샘플을 바탕으로 성별과 대장암 발생 위치에 따라 종양이 어떻게 발생해 면역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지 유전자 수준에서 비교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여성의 우측 대장암 환자군에서 항산화 관련 유전자인 'NRF2'와 면역관문 단백질 'PD-L1'의 발현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NRF2 유전자는 암세포의 생존을 돕고, PD-L1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이는 여성의 우측 대장암이 암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기 쉬운 환경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 변이로 인한 염색체 불안정성이 주된 원인인 다른 대장암들과는 처음부터 발생 원리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대장암 전체에서 염증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COX-2'와 염증성 물질 'IL-1β'의 활동이 암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활발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염증과 면역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대장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면역 회피 기능을 가진 PD-L1 단백질이 활성화되는 여성 우측 대장암에서는 면역 환경이 크게 흐트러지면서 대장암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김나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장암을 단순히 장기의 위치나 병기로만 분류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성별과 발생 부위에 따라 암세포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전자 수준에서 확인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여성에게 흔한 오른쪽 대장암의 경우 면역 회피와 관련된 유전자 경로가 더 뚜렷하게 작동하고 있어 향후 면역치료 반응 예측이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
몸이나 힘이 무쇠처럼 강한 사람을 철인(鐵人)이라고 부른다. 그런 철인이 쓸개에 생긴 암인 담도암을 끝내 물리치지 못했다.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담도암을 앓다 29일 별세했다. 향년 71세.
허 대장은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을 오르고 3극점(북극·남극·에베레스트)에 도달한 ‘기록의 철인’이다. 고인은 198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겨울철에 에베레스트(8848m) 정상을 올랐다. 2017년 63세 때 국내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 국내 최다인 6차례 에베레스트 등정 등 기록을 쏟아냈다. 앞서 한국 프로레슬링의 전설 이왕표 레슬러도 2018년 담도암이 재발해 향년 64세로 별세했다. 철인들이 잇따라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간에 이상 느낀 후 검사…63세 때 에베레스트 오른 최고의 철인
허영호 대장은 지난해 10월 간에 이상을 느껴 검사를 받은 결과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도 산을 자주 오르내릴 만큼 체력은 여전해 충격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수술을 받은 뒤 7개월여 투병해왔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8월 1일 오전 10시 40분. 장지는 충북 제천 선영.
국내 담도암 2022년에만 5005명…담당암까지 합하면 국내 9위 암
‘담도’는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담즙(쓸개즙)이 간에서 분비되어 십이지장으로 흘러 들어가기까지의 경로를 말한다. 이곳에 생긴 암이 담도암이다. 2024년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담도암은 5005명(2022년)의 신규환자가 발생했다. 쓸개암인 담낭암은 2843명이다. 담낭(쓸개)은 담즙을 저장해두는 창고이다. 담낭·담도암은 남녀를 합쳐서 7848명으로 국내 암 발생 9위를 기록했다. 국내 10대 암에 꾸준히 들 정도로 환자 수가 많다.
정확한 담도암 발생 원인 아직 모른다…증상은?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로선 담도암이나 담당암의 정확한 발생 원인을 모른다. 환경적, 유전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따라서 예방 수칙이나 권고되는 검진 기준도 없어 일찍 발견하는 게 어렵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내시경이라는 확실한 조기 발견법이 있지만 담도암은 아직 없다. 일반적 증상으로 체중 감소, 피곤함,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윗배 부위나 명치(가슴 가운데)의 통증, 황달 등이 있다. 증상을 느낄 정도면 꽤 진행된 경우다.
일반적인 위험요인…담도암 예방 가능할까?
허영호 대장, 이왕표 레슬러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위험요인에 대해 알아보자.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민물회를 먹으면 감염되는 간흡충이 담도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민물고기는 꼭 익혀먹고, 손질한 칼과 도마는 뜨거운 물로 잘 씻어서 관리해야 한다. 간염에 걸리면 담낭담도암이 발생 위험이 커지므로, B형 간염 예방접종은 필수이다. 원발경화성 담도염, 선천성 담도기형, 선천성 간섬유증, 궤양성 대장염 등이 있을 경우 의사와 상의, 치료를 받으면 담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돼지기름과 소지방,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이 많은 식단이 종양 성장은 가속화하고 암 치료를 위한 항종양 면역 반응은 훼손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프린스턴대·루드윅 암연구소 리디아 린치 교수팀은 31일 의학 저널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서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이 비만 생쥐 종양 모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에서 섭취한 지방의 종류가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임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린치 교수는 "(돼지비계를 정제한) 라드, 소지방, 버터에서 유래한 고지방 먹이가 비만 생쥐의 종양 성장을 가속화한 반면 식물성 지방 식단은 그렇지 않았다"며 "이는 비만한 사람들의 암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비만은 유방암, 대장암, 간암 등 최소 13가지 주요 암의 위험 요인으로, 암 치료를 위한 항종양 면역반응을 훼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런 영향들이 단순히 비만 환자의 체지방량 때문인지, 아니면 섭취하는 특정 지방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전 연구에서 비만이 체내 암 감시 시스템을 훼손하고 세포독성 T세포(CTL)와 자연살해세포(NK세포) 기능을 약화해 종양 발달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비만 유도 생쥐 모델에 10주간 동물성 지방(라드·소지방·버터)과 식물성 지방(코코넛유·팜유·올리브유) 함유 먹이를 먹이면서 지방 대사산물이 CTL과 NK세포의 기능과 종양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동물성 지방 대사산물이 NK세포와 CTL의 기능을 훼손하고, 이로 인한 면역 기능 장애가 비만 생쥐의 종양 발달 가속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성 지방 먹이를 먹은 생쥐에게서는 대사산물인 긴사슬 아실카르니틴(long-chain acylcarnitines)이 증가하는 데, 이런 물질이 NK세포와 CTL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긴사슬 아실카르니틴은 CTL의 미토콘드리아 대사를 방해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기능을 잃게 하며, NK세포 역시 동물성 지방 대사산물로 인해 대사적 마비(metabolic paralysis)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식물성 지방을 먹은 비만 생쥐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고, 팜유 기반 먹이는 항종양 면역을 오히려 강화해 종양 성장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린치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건강한 면역계를 유지하는 데 식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이는 식단의 지방 구성 변화를 통해 암 치료를 받는 비만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하버드대 마르시아 하이기스 교수는 "암 치료 환자에게는 동물성 지방을 식물성 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식이 변화는 비만 환자의 암 발병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출처 : Nature Metabolism, Lydia Lynch et al., 'The source of dietary fat influences anti-tumour immunity in obese mice', https://www.nature.com/articles/s42255-025-0133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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