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돈단지 특수성에 따라 질병으로 인해 공동체가 다 같이 살아남거나 아니면 죽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또다시 2년 전과 같은 악몽을 겪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지난 2023년 2월 11일 강원도 양양군 소재 양돈단지 내 1개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이에 발생농장을 포함한 단지 내 7개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돼지 2만여 두가 살처분(예방적 살처분 포함)됐다.
그 후 약 2년이란 시간이 흘러 힘들었던 살처분 과정을 극복하고 양돈단지를 정상화로 이끈 양양축산양돈영농조합법인 김남식 대표(우정농장, 이언농장 운영)가 단지 내 차단방역 강화를 거듭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양양 양돈단지는 ASF 발생 이후 5개월 만인 2023년 7월, 예방적 살처분 농가부터 순차적으로 재입식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후보돈을 입식한 우정농장은 같은 해 12월 첫 분만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5월 첫 출하를 시작으로 빠르게 생산 사이클이 정상화되며 회복을 이뤄냈다.
현재는 발생농장을 제외한 모든 예방적 살처분 농장 6곳이 정상적으로 출하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료 한돈인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자신이 겪은 살처분 이후 빠른 재입식과 정상 출하까지 어려웠던 극복 과정을 공유했다.
입식 허가·돈사 수리 병행… 비육 말기 ‘자금 부족’ 어려움
예방적 살처분 이후 예정된 재입식 날짜에 맞춰 김 대표는 돈사 수리와 피트 청소를 병행했다. 깨진 콘슬라트, 휀, 사료라인, 우레탄 보강 등 돼지가 있을 때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꼼꼼하게 보수했다. 또 3개월에 걸쳐 질병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피트 청소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살처분 보상금의 일부를 돈사 수리에 투자했다. 기존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자재만 구입해 직접 보수했음에도 자재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입식 후 본격적으로 사료비가 투입되는 비육 말기 구간에는 사료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입식 초기에는 사룟값이 비교적 적게 들어가서 살처분 보상금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막바지 두 달가량 출하 시즌에는 사룟값을 지불하기가 힘들었다. 돼지가 없어 대출도 안 되기 때문에 이 기간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지 내 차단방역 강화… 종돈 통일·운영 규칙 제정해 통제
ASF 발생 이후 양양단지 내 가장 많이 변화된 것은 방역체계다. 재입식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인큐베이터를 옮기고 울타리를 따라 돼지 이동통로도 새로 공사했다. 사료빈 또한 반대편으로 이동하여 사료라인을 새로 공사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아울러 단지 내 큰 변화도 있었다. 과거 제각각이었던 종돈을 하나의 회사로 과감하게 통일하고 단지 내 물품·약품 차량 및 외부 인원은 전면 통제했다. 또 사료 및 분뇨차량은 단지 전용으로 지정된 차량만 통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 규정을 만들어 지켜나갔다.

김 대표는 “종돈 통일 이후 폐쇄돈군을 유지하며 외부 질병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은 정기적인 컨설팅으로 피드백을 거쳐 보완하고 있다”며 “살처분 이후 PRRS 음성돈군을 유지해 이전과 다르게 생산성도 대폭 향상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고의 큰 변환점은 단지 내 조합원들이 엄격한 차단방역 조항이 담긴 운영 규칙을 제정하여 각 조항을 어길 시 퇴출할 수 있도록 처벌 조항도 수립한 것이다. 수개월에 걸쳐 완성된 운영 규칙에는 두 번 다시 ASF와 같은 재앙을 겪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필사적인 다짐이 담겼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단지 내 농장 2곳에선 이전과 다르게 PRRS 음성돈군을 유지하면서 이유 후 폐사율 등 살처분 이전 대비 성적이 대폭 향상됐다. 이 밖에도 단지 내 공동 사체처리장은 개별 사체처리장으로 분리 운영하여 질병 전파의 취약점도 보완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단지 내 PRRS가 만연해 유·사산 비율과 폐사율이 높았는데, 살처분 이후 질병으로부터 깨끗한 돈군을 유지하면서 유·사산이 줄고 포유 능력을 끌어올려 이유 후 육성률도 대폭 향상됐다”며 “방역에 변화가 생기면서 모든 생산성 측면이 향상됐다. 앞으로는 PRRS 유입 차단을 최고의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방역 대책 긍정 평가… “위험도 높은 농가 집중 관리해야”
김 대표는 정부의 질병 방역 대책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특히 재입식 절차에 대해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엄격하게 컨트롤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농가에 시행되는 전체 검사 대신 위험도가 높은 농가를 대상으로 집중 관리 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자체별로 농장의 방역 위험도를 판단하여 위험도가 높은 농장을 집중 관리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질병 발생률을 줄이는 데 더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그간 발생농장들의 공통된 취약점을 파악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역별 무분별한 이동제한 조치 제한도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질병 청정화·냄새저감’ 목표… 지속 가능한 한돈산업을 향한 도전
돼지 재입식이 이뤄졌던 2년 전 “아무 사고 없이 무던하게 돼지를 키웠으면 좋겠다”던 김 대표에게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지속 가능한 양돈사업을 위해 PRRS 음성돈군 유지 등 청정화 돈군을 유지하는 것과 마을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냄새저감을 실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ASF 외 질병에도 워낙 고생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제 PRRS 유입을 차단하여 지속적으로 청정화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또 이웃 주민들과 갈등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항상 냄새저감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다”며 “지속 가능한 농장이 되려면 냄새저감과 질병 근절의 이 두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 정리 / 곽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