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사상구 엄광산에서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소독 작업을 펼치고 있다. 2024.01.30. yulnet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 접경 지역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부산까지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ASF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검사개체수도 지난해까지 4년 만에 7배가량 늘었다. 살처분 중심의 차단방역에서 백신 접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 산하 야생동물질병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경기·강원 북부에 집중됐던 ASF가 2023년을 기점으로 충북과 경북 전역을 거쳐 부산까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강원 화천(337건), 경기 연천(294건)에 ASF 양성 멧돼지가 집중됐으나, 2021년엔 강원 전역과 충북 단양·제천으로 퍼졌고, 2022년에는 충북 보은(73건), 충주(40건), 경북 문경(42건), 상주(40건), 영주·봉화 등 내륙 전역으로 확산됐다.
2023년에는 ASF 양성 멧돼지가 충북뿐 아니라 경북을 너머 부산까지 확산했다. 충북 단양(79건)·충주(63건)·괴산(11건)·음성(1건), 경북 영덕(63건)·영양(54건)·청송(41건)·안동(23건)·영천(6건) 등 12개 시·군에서 발생했으며, 부산(1건)에서도 처음으로 ASF 감염 개체가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더 많은 양성 맷돼지들이 확인됐다. 지난해 부산에서만 24건의 ASF 양성 사례가 보고됐다. 오히려 경기도가 아닌 강원, 충북, 경북, 부산으로 확산한 것이다.
올해는 9월 말 기준 강원 5개 시·군과 충북 제천, 경북 안동·의성·포항·영천 등지에서 ASF 양성 멧돼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ASF 확산에 따른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ASF 확산으로 사육 돼지의 10~15%를 살처분할 경우, 1조6000억원에서 최대 2조4000억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송옥주 의원은 "2020년 경기·강원 북부에 국한됐던 ASF가 백두대간을 따라 2023년에는 포항·부산, 충주·음성까지 확산됐다"며 "지난해 이런 추세가 더 두드러지면서 ASF가 전국으로 번진 만큼 백신 개발을 통한 방역정책 전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ASF 검사 건수는 2020년 1만1950건에서 지난해 9만4220여건으로 약 7배 늘었지만, 올해는 9월 기준 4만8390건에 불과하다.
송 의원은 "전체 검사 중 94%가 수렵 개체에서 이뤄지는 만큼 폐사체 의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렵 중심의 적극적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ASF 백신 임상시험이 감염 확산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국내보다 베트남 등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정부도 국내 ASF 백신 개발을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SF는 돼지와 멧돼지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폐사율이 최대 100%에 육박한다. 구제역의 최대 치사율인 50%보다 2배 높다. ASF는 제1종 법정전염병이지만 아직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ASF는 2019년 9월 경기 파주시에서 처음 발생했다.
[세종=뉴시스] 연도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검사 양성반응 발생 지역 현황. (자료 =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5.10.30.
대만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대만 농업부는 지난달 21일 타이중시의 한 농장에서 돼지 117마리가 비정상 폐사했다는 보고를 받고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ASF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농장은 사육 중이던 돼지 195마리 전량을 살처분했으며, 반경 3km 이내가 방역 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 발생 직후 초강력 방역 조치
대만 정부는 ASF 발생이 확인된 지난달 22일부로 즉각적인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7대 긴급 대응 조치를 발표하고, 발생지역에 ‘전방 지휘소’를 설치하는 한편, 전국 단위의 도축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15일간 모든 도축장이 폐쇄되고, 도축 및 가공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미 운송 중이던 생돼지는 도축장이나 시장 도착 후 일시 보류 조치가 내려졌으며, 도축 전·후 검사를 강화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전국 양돈농장에서 음식물 쓰레기 급여를 전면 금지했다.
대만 전역의 도축장·육류시장·돼지 운송 차량에는 긴급 소독 명령이 내려졌고, 전국 22개 시·현(군) 지방정부와 합동으로 모든 양돈농장에 대한 긴급 방역 점검 및 역학 조사가 실시됐다. 아울러 도축 금지로 인한 일시적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돼지고기 생산 및 유통 조절 계획도 가동됐다.
# 불법 돼지고기 반입 유력
ASF 청정국이었던 대만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이유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 과정에서 불법 반입된 돼지고기가 섞였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만 내 일부 농장은 남은 음식물을 돼지 사료로 사용하는데, 해외에서 불법 반입된 돼지고기 제품이 음식물 사료를 통해 양돈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천쥔즈(陳駿季) 농업부 장관은 “이번 사례는 대만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ASF 감염 사례”라며 “가장 가능성 높은 전염 경로는 해외에서 불법 반입된 돼지고기 제품이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통해 양돈장으로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당 국민당 소속 장리산(張麗善) 윈린현 행정장관은 “ASF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는 관행에 있다”며 중앙정부에 잔반 급여 전면 금지를 공식 요청키도 했다.
# 잔반 급여·불법 반입품 단속 강화
이같은 지적에 따라 대만 정부는 남은 음식물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방역을 대폭 강화했다. 전국의 음식물 쓰레기 운송·보관·매립 과정이 전면 모니터링되며, 이를 돼지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합법 농장 435곳을 대상으로 종합 검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불법 돼지고기 반입 차단도 강화됐다. 조정타이(卓榮泰) 총리는 “공항에서 국경 검역을 엄격히 시행하고, 모든 세관 직원이 여행 성수기 기간에도 근무하며 100% X선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안경비대와 세관, 경찰이 밀수 작전을 차단하고 불법 육류 판매점을 단속하도록 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컨테이너와 포장품은 X선 검사를 거치며, 동물·식물 관련 의심 품목은 국내 도착 전에 농업부에 신고해 검역 절차를 거치게 된다. 또한 국경 통제소에는 검역 탐지견이 순환 배치될 예정이다.
한편, 대만은 현재 적절한 검사·검역 없이 육류나 육류 가공품을 반입할 경우 최대 100만 대만 달러(약 3만2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불법 반입 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