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중국산 수입 훈제오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전자가 올해만 두 차례 검출되며 식품 안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쿠팡·G마켓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이 수입산 오리고기의 원산지를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는 지난 8일 온·오프라인 오리고기 원산지 표시 실태 자체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쿠팡, 네이버, 11번가, SSG, G마켓, 마켓컬리 등 국내 상위 6개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오리고기 제품 총 384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수입산 오리고기의 75%가 제품 포장 뒷면(정보표시면)에만 원산지를 표기하고 있어 국내산 98%가 전면 표기를 하는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현시점에서의 수입 오리 원산지 표기 상황을 점검해 본다.
# 수입산 뒷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중국산’ 표시해
조사 결과 시중 유통 오리고기 중 수입산 비중은 37.8%로 지난해 29.7% 대비 8.1%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중 90% 이상이 중국산 수입 오리고기로 나타났다. 특히 훈제오리 제품의 경우 46.7%가 수입산으로 확인됐다.
수입산 제품은 현행 식품표시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나 뒷면의 영양성분표 근처에 대부분 작은 글씨로 표기하고 있어 소비자가 구매 결정 단계에서 즉시 확인하기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임이 확인됐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에 따르면 국내산은 제품 전면에 큰 글씨로 ‘국내산 100%’, ‘국산 오리’ 등 국산임을 적극 노출해 마케팅 요인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산은 뒷면 영양성분표 하단에 작은 글씨로 ‘원산지:중국산’으로 표기하는 등 최소의 의무사항만 이행하는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전체 오리고기 제품 중 71.6%를 차지하고 있는 훈제오리 중 수입산이 46.7%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중 중국산이 92.9%인 것으로 드러나 위협요인이 더 큰 상황이다.
# 웨딩홀, 뷔페는 더 심각… 3곳 중 1곳 원산지 확인 어려워
전국 웨딩홀 134개소의 오리고기를 조사한 결과 원산지 표기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34개소 중 33.6%인 45곳이 원산지 확인이 불가했고 66.4%인 89곳은 원산지를 표시했으나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벽면 게시판에 작은 글씨로 일괄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메뉴별 개별 팻말이 아니라 음식을 담거나 이동하는 동선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위치인 벽면 액자, 게시판 등에 여러 품목을 작은 글씨로 적어두는 ‘일괄 게시판 표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AI 위험 속 소비자 선택권 ‘침해’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조사결과 가장 큰 문제는 수입산 훈제오리의 시장 점유율과 안전성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중국산 수입 훈제오리의 고병원성 AI 유전자 검출이 반복되는 현 시점에서 소비자가 원산지를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현행 구조는 명백한 소비자 알 권리 침해"라며 “정부의 철저한 검사와 기업의 투명한 공개, 그리고 소비자의 깨어있는 감시가 어우러져야만 식탁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이에 대해 오리협회는 지난 11일 ‘오리고기 원산지 표시 이대로 괜찮은가,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산업 보호‧육성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농식품부의 각성을 요구했다.
이창호 오리협회장은 “지금 우리의 식탁은 과연 이대로 안전한지, 누구를 믿고 오리고기를 구입하고 먹을 수 있는지를 반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농식품부는 형식적인 규제와 단속의 일변도인 측면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국내 오리산업 보호·육성과 사육 농가의 권익을 위해 우선적으로 수입산 오리고기의 원산지 표시를 소비자들이 알기 쉽도록 조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며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