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당진 양돈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유입 원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방역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중수본이 제시한 강화 방안은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부터 농장 근무에 이르는 전 주기 관리 강화 △ASF 발생국가 불법 반입 축산물 차단 및 유통단계 단속 강화 △농장주 방역수칙 이행 관리 △민간 병성감정기관 의뢰 시료 관리 모니터링 등이다.
이를 두고 양돈업계 안팎에서는 “방역관리 강화 방향에 비해 유입 원인에 대한 근거 제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방역당국이 ASF 발생 원인을 주로 빗물 유입이나 야생멧돼지 전파로 추정해 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불법 축산물, 농장 방역관리 등 인적·물적 경로가 주요 가능 요인으로 지목됐다는 점에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농장 방역관리의 허점을 강조해 책임이 농가로 집중되는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중수본 발표를 종합하면, 유입 원인은 여러 ‘가능 요인’으로 열거돼 있을 뿐, 어느 하나를 유입 경로로 특정할 만한 확정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중수본은 당초 당진 농장의 ASF 유입 시점을 10월 초로 추정했다가, 이후 농장주 진술과 폐사 상황 등을 근거로 7월까지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역학 기간을 확대했다. 유입 시점 자체가 넓게 열려 있다는 점은 단일 원인·단일 경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사례가 더욱 논란이 된 배경에는 발생 바이러스 유전형이 국내에서 주로 확인돼 온 GenotypeⅡ(IGR-Ⅱ)가 아닌 GenotypeⅡ(IGR-Ⅰ)로 확인됐다는 점이 있다. 중수본은 해당 유전형이 네팔·베트남 등 해외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유사하다며 해외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동일 유전형이 과거 국내에서도 확인된 사례가 있어, 국내 야생멧돼지 등 다른 경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동시에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네팔형 유전자’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ASF 바이러스 유전자형 설명이 단순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 특히 네팔 국적 근로자가 ASF 유입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해당 유전형은 네팔뿐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전반에서 유행하는 유형으로, 특정 국가나 국적을 지칭하는 공식 용어는 아니다. 정부 역시 이후 보도자료에서 이를 ‘네팔·베트남과 유사한 유전자형’으로 수정했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와 불법 축산물, 농장 방역 미흡을 유입 요인으로 지목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이번 발생의 직접적 유입 경로였다는 입증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차단방역이 취약하면 위험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이번 발표만으로는 어떤 사람·물체·차량·동물이 언제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를 농장 내부로 들여왔는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수본이 제시한 핵심 키워드들은 모두 정부가 평소 관리해야 할 영역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단계 방역 교육과 검역, 불법 축산물 반입·유통 단속, 비발생 지역 농가의 차단방역 여건 지원과 점검 체계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점검 없이, 책임이 농가로만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당진 ASF 관련 발표는 유입 원인을 확정했다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 단계로 정리된다.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이 규제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질지, 아니면 유입 경로 규명과 제도 보완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이어질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