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병행하며 성장과 주주환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지배력 구조와 소수주주 권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이번 기획은 특정 결론을 단정하기보다 자사주 정책과 오너 일가 변수라는 민감한 사안이 어떻게 관리·설명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보다 ‘변화가 생길 경우 어떤 기준으로 설명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묻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23년 친생자 인지 사실을 공개하면서 장남인 서진석 대표의 상속 지분율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서 디표가 셀트리온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셀트리온 제공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23년 친생자 인지 사실을 공개하면서 장남인 서진석 대표의 상속 지분율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서 디표가 셀트리온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 오너리스크 논의는 더 이상 추상적 우려가 아니다. 최근 드러난 가족 변수와 지분율 변화는 법과 숫자로 계산 가능한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됐다. 문제는 이 변화들이 동시에 진행됐음에도 이를 설명하거나 관리하는 회사 차원의 기준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번째 핵심은 가족 변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23년 친생자 인지 사실을 공개하면서, 셀트리온 지배구조에는 새로운 변수가 공식적으로 추가됐다. 개인사의 영역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상속 구조가 민법에 따라 자동 계산되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상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비율이다. 기존에 배우자와 두 아들로 구성됐던 상속 구조는 1.5대 1대 1에서 친생자 인지로 자녀 수 2명 더 늘어나면서 배우자 1.5대 1대 1대 1대 1로 재편된다. 이는 의지나 설명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법적 공식이다.
지주회사 지분 구조는 이 변수를 더욱 민감하게 만든다. 서 회장은 지주회사 지분 약 98%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속이 개시될 경우, 상속을 원하지 않더라도 법정상속분의 절반은 유류분으로 청구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상속 시점에 지분 분산이나 분쟁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열려 있는 상태다.
중요한 것은 실제 상속이나 소송이 발생했는지가 아니다. 상속 시나리오가 수치로 계산 가능함에도 이에 대한 관리 원칙이나 설명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 집단에서 상속·유류분 분쟁은 낯선 일이 아니었고, 지주사 지분 집중 구조에서는 그 가능성 자체가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두 번째 핵심은 숫자로 확인된 지분율 변화다. 29일 스트레이트뉴스가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셀트리온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은 2024년 말 21.96%에서 2025년 3분기 말 23.5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합계 지분도 28.32%에서 30.34%로 높아졌다. 이는 분기보고서에 명시된 공식 수치다.
이 변화는 최근 2년간 이어진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맞물린 결과다. 셀트리온은 올해에만 네 차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약 497만주를 소각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8000억원이 넘는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지배주주의 상대적 의결권 비중을 높이는 효과도 낳는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즉 서정진 회장이 올해 자사주 소각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셈이다.
문제는 이 지배력 효과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자사주 소각과 동시에 주식배당, 무상증자, 주식선택권 행사 등이 병행되면서 발행주식총수는 구간별로 변동했다. 그 결과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실제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 변화가 의결권 구조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회사의 공식 설명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가족 변수와 지분율 변화는 분리된 사안이 아니다. 상속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현재의 지배력 강화 효과는 미래 분쟁이나 재조정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함께 키운다. 투자자들은 이를 개별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지배구조 패키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지배구조 영역에서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설명이 없을수록 시장은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이는 실적과 무관하게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다. 셀트리온의 오너리스크 본질은 사건이 아니라 관리 능력에 있다. 숫자로 계산 가능한 변화 앞에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구조가 지금 시장이 가장 예민하게 바라보는 리스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