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이 국내 남성 암 발생 1위로 올라서면서 국가 암 검진 항목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전립선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활용한 과잉진단·치료 논란이 있었다. 최근 장기 추적 연구와 기존 연구 결과에 대한 재분석이 이뤄지면서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고령화와 서구화된 생활양식 변화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조기 발견이 가능한 검사법이 존재하는 만큼 관련 학회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9일 오후 대한비뇨의학회 주관으로 '고령사회 대응 및 국민 생애주기 건강보장을 위한 전립선암 국가 암 검진 도입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관련 학회와 의료계는 PSA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한 환자는 치료 양상이 달라지고 의료비 부담도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만큼 국가 암 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학회·의료계와 다른 시각이었다. 한국 상황을 반영한 사망률 감소 근거와 비용효과성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24년 만에 남성암 1위"…전립선암 조기 검진 촉발
전립선암은 말기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 등 다른 질환으로 진료를 받다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진단 시점이 늦어지고, 치료 부담과 의료비가 커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류재현 중앙보훈병원 비뇨의학과 과장(대한비뇨의학회 전립선암 국가암검진화 TF 간사)은 "1999년 남성암 발생 순위 9위였던 전립선암이 24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며 국내에서 전립선암 검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 과장은 "국가 암 검진 목적은 초기에 암을 빨리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진행암·전이암을 조기에 발견해 더 이상의 고통과 부담을 막는 데 있다"며 "전립선암 검진 역시 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현 중앙보훈병원 비뇨의학과 과장(대한비뇨의학회 전립선암 국가암검진화 TF 간사)
PSA 검사는 혈액 검사만으로 전립선암이 있는지 여부를 넘어 위험도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40대 이상 남성에서 의사 판단 하에 보험 적용이 가능하며 검사 비용이 1만5000원 내외이다.
일반적으로 PSA 수치는 0~4ng/mL 범위로 평가한다. 최근 3ng/mL까지를 정상 범위로 보며, 4~10ng/mL일 경우 약 4명 중 1명이 전립선암으로 진단된다. 10ng/mL 이상이면 3명 중 2명, 20ng/mL 이상에서는 상당수가 암으로 확인된다.
류 과장은 "PSA는 단순히 암의 존재 여부만을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라, 수치가 높을수록 고위험·진행·전이암일 가능성이 커지는 지표"라며 "암 유무뿐 아니라 위험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검사"라고 설명했다.
전립선암은 진단부터 사망까지 시간이 길어 단기간 연구로는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유럽 8개국에서 진행된 ERSPC 연구는 약 18만 명을 대상으로 2~4년 간격으로 검진을 시행하고 23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전이암 발생을 34% 줄였고, 사망은 13%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에서 진행한 예테보리 연구에서도 2년 주기 검진을 통해 전체 환자군에서 전립선암 사망은 29%, 실제 검진 참여자는 41% 감소를 기록했다.
리투아니아는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50~74세 남성을 대상으로 PSA 검진을 시행한 결과 진행암은 매년 약 11%, 전이암은 8%가량 감소했다. 전립선암 환자 전체 사망 위험도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이와 달리 과잉진단 우려도 2012년 PSA 선별검사를 비권고로 방침을 바꾼 미국에선 전이암 발생이 증가했다. 결국 2018년 55~69세 남성에 한해 선별검사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류 과장은 한국의 전립선암 치료 현실을 지적했다. 2010~2020년 전국 51개 대학병원·종합병원에서 전립선암 진단 환자 약 2만7000명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고위험 전립선암 비율이 50.6%로 나타났다. 서구 국가 대비 2~3배 높은 수준이다.
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고위험암 비율이 높았고, 소득과 학력에 따라 PSA 검사 접근성에도 큰 격차가 있었다. PSA 검사 자체를 알고 있는 남성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PSA 검사가 조기 검진에 도입되지 못한 것은 효용성과 과잉진단·치료 우려가 있어서다. 지난 2018년 발표된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는 5개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RCT)을 분석, PSA 검진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분석의 핵심 근거였던 미국에서 진행한 PLCO(Prostate, Lung, Colorectal, and Ovarian Cancer) 연구 등에서 심각한 데이터 왜곡이 확인됐다. 대조군의 약 90%가 한 번 이상 PSA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실상 검진군과 검진군을 비교한 결과였다. 대조군 오염으로 선별 검사의 실제 효과를 희석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류 과장은 "ERSPC와 예테보리 연구에서는 전립선암 사망 감소와 진행암 감소 효과가 분명히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류 과장은 과잉치료 우려에 대해 능동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SA란 저위험 전립선암 환자에게 즉각적인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 대신 정기 검사로 경과를 관찰하고, 암이 진행한 경우 치료하는 방식이다.
SA 추적 연구에서 암 특이 사망률은 0.2%, 전이 발생은 2%에 불과했고, 미국과 스웨덴에서는 저위험 환자의 60~70% 이상이 능동적 감시로 효과를 확인했다.
"전립선암 검진 실질적 사망 위험 낮출 수 있는 시점에 맞춰야"
앞서 류 과장이 전립선암 조기 검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고영휘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PSA 검진을 몇 살부터 시작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고영휘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고 교수는 "검진의 목적은 암을 '언제 발견하느냐'가 아니라,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있다"며 "검진 시작 연령은 단순히 암이 많이 발생하는 나이가 아니라, 사망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개입 시점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60~70대에 집중됐다. 실제 국내 전립선암 평균 발생 연령은 지난 20년간 71세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미국(약 65세)보다 늦은 편이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전립선암 발생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전립선암은 진단 이후에도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망률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발생 시점보다 최소 10~15년 앞선 연령에서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국제 주요 임상연구와 가이드라인도 PSA 검진의 시작 연령을 50~55세 전후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 대규모 무작위 연구인 ERSPC를 비롯한 근거 데이터 역시 해당 연령대에서 검진을 시작했을 때 전이암 발생과 전립선암 특이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도 해외 가이드라인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50대 초·중반을 PSA 검진 시작 연령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를 PSA 검진군과 미검진군으로 나눴을 때 치료 양상은 뚜렷이 달랐다.
PSA 검진군은 진단 2년 이상 전부터 검사를 받은 환자군으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같은 완치를 목표로 한 국소 치료 비율이 높았다. 반면 미검진군은 진단 직전에 처음 PSA 검사를 받은 경우가 많았고, 호르몬 치료나 항암 치료가 필요한 진행성·전이성 환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의료비 측면에서도 차이가 분명했다.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하는 호르몬 치료제나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 같은 항암제는 장기간 투여가 필요해 의료비 부담이 크다. 이러한 약제 사용 비율이 미검진군에서 더 높아, 결과적으로 총 의료비 지출이 더 커지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게 연구 내용이다.
"국가 암 검진은 충분한 준비, 검증 전제로 진행해야"
보건복지부는 전립선암 국가 암 검진 도입 논의에서 학술적 필요성만으로 즉각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장재원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정부 정책은 국가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큰 책임이 따른다"며 "임의 검진과 달리 국가 검진은 충분한 준비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원 복지부 질병정책과장
특히 PSA 검사가 전립선암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과장은 "해외 연구와 사례도 중요하지만 국가 암 검진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국가 검진은 제한된 재원 속에서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전립선암 검진이 다른 암종에 비해 투입 대비 사망률 감소 효과가 명확하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비용 효과 분석, 검진 가이드라인 마련, 예산 협의, 법령 개정 등 단계적 절차를 거쳐 검토하게 된다"며 "국민들이 해당 검진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는 과정도 중요하며, 학문적 근거와 국민적 인식이 충분히 축적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정부가 책임지고 검토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강은교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 선임연구원(가정의학과)
국립암센터도 한국 상황을 반영한 비용효과성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립선암 발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비교적 높은 비율로 조기 진단이 이뤄지는 만큼, 국가 차원 검진이 실제로 사망률 감소라는 실질적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우선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은교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 선임연구원(가정의학과)은 "국가 암 검진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 보건 정책인 만큼, 가장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결정해야 한다"며 "전립선암 역시 감정적·사회적 요구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비용효과성 분석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진 논의와 동시에 움직이는 전이성 치료 경쟁도 본격화
정부와 국회가 전립선암 국가 암 검진 도입을 논의하는 사이 전이·진행성 치료 시장에서는 급여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 핵심으로 여겨지는 2세대 안드로겐 수용체 저해제(ARPI) 분야에서 바이엘 뉴베카(다로루타마이드)와 얀센 얼리다(아팔루타마이드)의 경쟁이다.
그동안 전이성 호르몬 민감성 전립선암(mHSPC) 시장은 2제 요법(ADT+ARPI) 급여를 먼저 확보한 얼리다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뉴베카가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해 급여 진입 첫 관문을 넘어서면서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뉴베카는 항암화학요법(도세탁셀)을 포함한 3제 요법과 포함하지 않는 2제 요법 모두 급여 기준을 설정받았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공단 협상을 거쳐 상반기 내 등재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