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국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양돈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신속한 검사를 통해 2월 내에 확산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발생 농장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농가는 외부 어디든 바이러스가 상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단방역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지난 9일 한국양돈연구회(회장 안근승)는 긴급 ASF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현 상황을 점검 및 진단했다. 이번 간담회는 방역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화상회의(ZOOM)를 통해 진행됐다.
"국경검역 강화해야" … 만성형 바이러스 유입 대비
다수의 전문가는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만성형 바이러스' 유입의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ASF 사례를 풍부하게 경험한 태국 콘캔대학교 정현규 교수는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는 비장 종대나 림프절 출혈이 없고 임상증상도 뚜렷하지 않은 만성형 바이러스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질병 발견 자체가 힘든 상황인 만큼 만성형 유입에 대비한 최악의 시나리오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돼지와사람 이득흔 국장 역시 대만의 철저한 국경검역 사례를 들며 "현재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아직 최악은 아니다"면서 "해외 유행 중인 만성형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상황이므로, 당국의 철저한 국경검역과 야생멧돼지 통제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책임 전가형 방역 '그만' … SOP 현장 맞게 개선돼야
복수의 관계자들은 정부의 농가 책임형 방역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엑스피바이오 이원형 박사는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패널티 위주의 정책 대신 대만처럼 정부와 농가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방역 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마다 제각각 시행되는 규정을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육일농장 한동윤 대표는 "전국 양돈장이 강화된 방역 시설을 갖췄음에도 지자체마다 출하 방식이 달라 농가들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며 "도축장 역학 조사 방식과 현장과 동떨어진 SOP(긴급행동지침)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농장 밖은 오염지대 … 세심한 한 끗 차이가 판가름
농장 외부는 바이러스가 상존하는 오염지대라는 전제하에 바이러스가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농가 스스로 차단방역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현규 교수는 "농장의 방역 수준은 의식이 가장 낮은 직원 한 사람의 수준에서 결정된다"며 "생산성 위주가 아닌 방역 중심으로 농장 시스템을 재편하고 모든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수유양돈교육농장 박건용 원장은 매개체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겨울철 쥐와 여름철 파리는 바이러스 전파에 매우 취약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0두 미만 농가는 경영 여건상 방역 시설 투자가 녹록지 않으므로, 농장 규모별로 접목 가능한 디테일한 정부 지원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기홍 양돈연구소 안기홍 소장은 일본의 돼지열병 청정화 사례를 비교하며, 전문가 집단이 마련한 정확하고 표준화된 소독 방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월 확산 기로 '고비' …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시급
전문가들은 파악되지 않은 양성 개체가 전파되고 있을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구축과 전국 양돈장 폐사체 전수 검사가 제시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출된 농장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제외해 자발적 신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옵티팜 김현일 대표는 "최근 발생 농장의 바이러스는 당진 사례와 같은 'IGR-1' 타입으로 단기간에 같은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11월 당진 발생 당시 44일간의 공백기간의 전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2월 내에 숨어있는 양성 농장을 빠르게 찾아내 확산 고리를 끊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검출된 농장은 패널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검역본부를 중심으로 유입 경로와 바이러스 유형 정보가 산업계와 실시간으로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돼지와 사람 이득흔 국장 역시 "ASF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상당함에도 정부의 정보 공개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식 채널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