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가축질병 차단을 위해서는 축산현장에서 보다 철저한 소독과 점검이 필요하다. [농협축산경제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올 들어 이달 초까지 20여 건 발생한 가운데 ASF 확산 방지를 위한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에 이어 오는 18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가 각각 관련 전문가 등을 참석시켜 ASF 확산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집중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야생멧돼지 방역, ASF 백신 개발 현황 등에 관한 최신 정보 공유와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아시아 태평양 지역 ASF 발생 이어져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달 12일 업데이트한 보고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따르면 ASF는 2018년 8월 중국에서 첫 발생이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한국, 북한,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20개국 이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2019년 첫 발생 이후 특히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 등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기존의 ‘IGR-II’형이 아닌 사람이나 오염된 물품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높은 ‘IGR-I’로 확인돼 역학적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2019년 첫 발생 이후 전 지역으로 확산됐고 지난해는 살처분마릿수가 127만 마리로 전년 대비 13배 이상 급증하며 재확산 양상을 보였다.
필리핀은 82개 주 중 76개 주에서 발병했고 인도네시아는 34개 주 중 32개 주에서 발생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몽골은 지난해 1월 새로운 발병이 시작됐고 스리랑카는 2024년 말 첫 발생 이후 멧돼지 폐사가 급증하는 등 국가 전역이 발생 가능 지역으로 지정됐다.
각국 정부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전국을 5개 지역으로 나눠 돼지 이동을 제한하고 ‘청정 지역’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 들어 지난 1월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농장 노동자의 고위험 품목 반입 금지 등 엄격한 행정 명령을 시행 중이다.
ASF 생백신도 주목된다. 베트남은 나벳(NAVET-ASFVAC) 등 3종의 백신을 허가했으며, 필리핀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는 ‘이식나스(isikhnas)’ 데이터베이스를, 중국은 ‘가축 및 수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전염병 데이터를 실시간 추적하고 있다.
# 국내 야생멧돼지 ASF 바이러스 검출 지속중
지난 10일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논미리 산81-1 지점에서 야생멧돼지 폐사체 1마리가 발견됐다. 이는 2019년 10월 이후 야생멧돼지에서 4411번째 발견이다. 해당 개체는 18개월령 수컷으로 발견 당시 수렵 신고를 통해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고 검출된 사체는 규정에 따라 공용매립 방식으로 처리됐다.
화천은 누적 509건의 검출 사례가 발생한 집중 관리 지역으로 올 들어서도 최근 춘천, 포천, 화천 등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2021년 국립환경연구원의 야생멧돼지 서식지 내 ASF 바이러스 유전자 검출 보고 논문에 따르면 ASF 감염멧돼지 사체가 주변 토양 등 환경을 실제로 오염시키고, 사체를 치워도 그 자리에 남은 바이러스가 까마귀 등 조류나 설치류 등을 통해 전파돼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 국산 혈장단백질 오염 논란
양돈농가를 비롯해 육가공, 도축 산업 현장에선 최근 ASF 확산과 관련해 불거진 국산 혈장단백질 오염 논란에 주목하고 있다.
스페인산, 미국산 등 외국산 원료가 함께 유통되는 상황에서 근거 없는 추측과 부정확한 자료가 확산되고 있다는 측의 주장과 국내 오염된 혈액의 사용이 결국 문제를 키웠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PCR양성으로 확인된 모 혈장단백질 샘플과 농장의 지대사료의 바이러스 활성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로 지목된 업체 관계자는 “국산 혈장단백질 생산은 축산 생태계와 환경을 지키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에 엉뚱한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곤란하다”면서 “국가 기관이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힘들지만 인내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코미팜, ASF 백신 필리핀 현지 농장 실험 성공적
전국의 양돈 현장이 ASF 바이러스로 오염이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ASF 백신 개발에 대한 요구가 현장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남 지역의 한 양돈장 대표는 “농장 내 냉장고는 물론 근무자의 휴대폰 케이스까지 오염됐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주변 환경 오염이 너무 심한 상황이어서 걱정이 크다”며 “코미팜과 중앙백신연구소 등 ASF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정부차원에서도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다각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ASF 백신 개발은 국내의 경우 코미팜이 주도를 하고 있고 중앙백신연구소, 케어사이드, 메디안디노스틱 등이 적극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허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오진식 메디안디노스틱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현 단계에서 공개가 불가한 상황이어서 이해를 바란다”고 답했다.
중앙백신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멧돼지에서 분리한 백신 후보주 ‘ASFV-MEC-01’을 기반으로 ASF 생백신 ‘수이샷 ASF-X(가칭)’을 개발하고 글로벌 상용화를 본격 추진한다”며 “현재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임상 승인을 위한 현장 시험 단계에 있으며 내년 판매 허가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코미팜은 지난달 26일 필리핀 ‘2026 국제 농민 정상회의(International Farmers Summit)’에서 코미팜 ‘PRO-VAC™ ASF’가 3차례 반복 공격접종에서 100% 생존과 모돈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문성철 코미팜 대표는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기관의 공식적인 협조와 노력 덕분에 이룬 ASF 백신 개발 성과를 통해 최근 필리핀, 베트남 등 풍토병 국가에 최적화된 맞춤형 백신 모델을 제시하게 됐다”며 “실험과정을 포함한 관련 최신 자료는 조만간 더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고 상반기, 늦어도 3분기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 수출시 독보적인 백신 선점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사료가 ASF 원인이라면 살처분 보상금 기본 감액까지 재조정해야”
국회 농해수위, 가축질병 상황 점검..고병원성 AI·ASF 백신 상용화 대책 주문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까지 함께 발생하고 있는 방역 상황이 국회 도마에 올랐다.
돼지 유래 혈장단백질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된 것을 두고 살처분 보상금 기본 감액(20%)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ASF, 고병원성 AI에 대한 백신 상용화를 위해 정부 예산·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11일(수)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가축전염병 방역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사진 :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처)
도축장 및 사료 원료 관리 부실 질타
사료 원인이면, 살처분 보상금 기본 감액 재조정해야
政, 아직 과학적 입증 아냐..신중론
올해 들어 농장 중심으로 확산된 ASF를 두고 사료 문제가 지목됐다. 돼지 유래 혈장단백질을 원료로 사용한 사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된 것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시갑)은 “배합사료에서 ASF가 검출됐는데, 대책을 물으니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검사·검정 프로세스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미온적 답변만 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임미애 의원(비례)도 사료 ASF 오염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돼지농장에서 출하할 때의 표본 채혈 검사, 도축장에서의 검사관 검사가 미흡했고, 도축 과정에서 생산된 혈액이 외부로 반출될 때 별다른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료가 오염될 때까지 여러 관리절차가 미흡했는데, 업체가 혈장단백질 원료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점만 책임을 묻는다면 정부가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료 오염과 연계된 살처분 보상금 문제도 지목했다.
임 의원은 “그간 농장의 부주의나 외래 변수를 발생 원인으로 봤을 때는 보상금 책정 시 일정 부분 농장의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지금처럼 사료가 원인이라 농장의 과실과 무관하다면, 발생농장의 살처분 보상금 기본 감액(20%)은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장 입장에서 살처분 보상금 감액 조치가 불합리하다는 인식도 함께 전했다. 임 의원은 “농가 입장에서는 꼬투리 잡기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 살처분 보상금을 최소화하겠다는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사료 오염 문제를 시인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송 장관은 “사료와의 개연성이 있다고 (조사 결과가) 나와서 살펴보고 있다”면서 보상금 기본 감액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논의했지만, 아직 (사료로 인한 발생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만한 결과까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 :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처)
고병원성 AI·ASF 백신 상용화 예산·인력 확대 주문
‘방역특별회계’ 만들어 예산 구조 바꿔야
송옥주 의원은 ASF와 고병원성 AI에 대한 백신 상용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정부가 2030년까지 ASF 백신 상용화 목표를 세웠지만, 최근 7년간 예산은 22억 원에 불과했고, 관련 인력은 2명뿐”이라며 “690억원에 달하는 구제역 백신 관련 예산과 크게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SF 백신 상용화를 위해 예산을 늘리고 정책 구상을 세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I 백신도 거론했다. 송 의원은 “지역 양계농장에서는 AI 백신 요구가 상당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관련 진도나 연구용역에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미령 장관은 “ASF 백신 개발 위해 BL3 고비용 시설이 요구되고, 민간과도 협력해야 한다”며 인력·예산 확충 필요성에 공감했다.
AI 백신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고병원성) AI에도 백신이 필요한 것 아니냐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백신 도입 시 인체감염, 무증상 확산 위험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농식품부의 방역 관련 예산 구조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선제적 대응이 약하다. 꼭 사고가 터져야 부랴부랴 살처분을 한다”면서 예산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본예산이 부족하니 매번 질병이 발생하면 예비비나 예산 전용으로 연명하는 관행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상시 방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방역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본 예산에서의 비중도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