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대한민국 축산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경남 산청·전남 함평 소재 돼지농장에서 올해 24번째 ASF가 발생했다. 이는 전남에서 4번째, 경남에서 5번째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사료 원료로 사용되는 돼지 혈액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단미사료용 돼지 혈액 원료를 공급하는 도축장 36개소의 ASF 검사체계를 구축하고 지난 12일부터 매일 혈액탱크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료 분야의 ASF 상시 감시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민간 병성감정기관을 활용해 사료 제조업체에서 생산·보관 중인 배합사료에 대한 ASF 검사도 지난 16일부터 실시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국 양돈농가와 생산자단체, 축산관계시설에서는 농장-도축장-사료 제조 전 과정에서 ASF 검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농장 출입 사람·차량에 대한 소독과 장화 갈아신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밝혔다.
ASF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과 19일 전북 김제 산란계 농장과 전남 무안 육용오리 농장에서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2025/2026 동절기 국내 가금농장에서 59건의 AI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외부 인력·차량 등을 통한 가금농장 내 오염원 유입을 차단하고자 김제시 방제지역 내 농장에 외부인력 출입을 오는 31일까지 전면 제한한다.
또한 발생지역 산란계 농장 간 전파 방지를 위해 위험도가 높은 사료·알·분뇨 차량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일 진행해 소독 등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전남도 소재 오리농장 108호와 발생 계열사의 오리 계약 사육 농장 100호에 대한 정밀검사도 다음달 2일, 축산차량과 난좌, 팔레트 등에 대한 환경 검사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이동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최근 겨울 철새의 이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고병원성 AI의 추가 발생 위험도가 높은 만큼 전국 가금농가는 사람·차량 출입 통제, 소독 등 차단방역 조치를 빈틈없이 해야 한다”며 “오리 사육 제한 이후 재입식을 추진하는 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입식 신고, 환경 검사·점검 등 관련 절차를 꼼꼼히 이행해 달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확산된 초유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 대응에 한국돼지수의사회를 중심으로 일선 돼지수의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당진 발생을 현장수의사가 최초로 포착한 데 이어 올해 사료 오염 문제를 찾아내는 데도 기여했다. 방역당국은 신고·검사 동향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민간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현장을 찾는 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사료로 인한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전국 일제검사로 숨은 감염을 찾아내면서 ASF가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개선 과제도 제시된다. 환경·폐사체에서 양성이었던 농장이 이어진 정밀검사에서는 음성인 경우가 거듭됐는데, 어떤 돼지를 검사 대상으로 선정하느냐를 두고 현장 수의사의 전문성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돼지수의사회(회장 엄길운)는 3월 19일(목) 대전 충남대 동물병원에서 ASF를 주제로 2026년도 수의포럼을 개최했다.
ASF 방역 현황과 개선 대책 방향을 소개한 김정주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
사료 오염 포착, 감염 농장 확진에 현장 돼지수의사 기여
방역당국-민간 정보 공유 활성화
‘ASF 국면 안정화’ 조심스러운 기대도
ASF 방역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주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돼지수의사회의 도움에 감사를 전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돼지농장 ASF 발생 대부분이 멧돼지와 연관성을 의심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다른 원인과 숨어 있는 감염농장을 찾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돼지수의사회·한돈협회 등이 기자재, 사료, 사료첨가제 등 다양한 위험요소를 지목했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돼지 유래 혈장단백질을 원료로 활용한 사료에서 ASF 유전자를 검출했다.
3차에 걸친 전국 돼지농장 환경·폐사체 일제검사에서도 양성농장이 여럿 확인됐다. 이어진 추가 정밀검사에서 음성을 보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도 특별방역관리(3일 간격 폐사체 검사, 출하돼지 전두수 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최종 확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정주 과장은 “5천호가 넘는 돼지농장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폐사체, 퇴비사, 사료를 전수조사했다. 이처럼 강력한 검사를 진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선 수의사회와 생산자협회의 협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발생 초기 멧돼지와 연관성이 없어 다소간 혼선을 겪었지만, 다양한 노력을 통해 원인을 어느 정도 특정해 조치했다고 자평했다.
김정주 과장은 “3월 20일 경기·충남 지역의 일제검사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안정화될 수 있다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농장으로 ASF 바이러스를 유입시킨 원인으로 지목된 혈장단백질 관련 사료는 2월 25일 이후로 공급이 중단됐고, 사료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농장 발생이 끊겼다는 것이다.
3월 16일(월) 경남 산청과 전남 함평 소재 돼지농장에서 ASF가 확진되긴 했지만, 이들은 앞서 2월말~3월초에 일제검사에서 ASF 양성 반응이 확인돼 특별방역관리를 받고 있었다.
다만 최근에도 3월 3일(화) 연천 돼지농장에서 멧돼지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생이 이어졌고, 울산에서는 기존에 멧돼지에서 드물었던 IGR-I형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멧돼지로 인한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을 경계했다.
김정주 과장은 이번 ASF 발생에 대한 방역개선대책과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추후 돼지수의사와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이제는 대한수의사회와 한국돼지수의사회, 한돈협회 등에 (방역당국) 내부의 신고·검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며 “정보는 모두가 알고 있어야 가치가 있다. 업무에도 많은 협조를 받았다”고 말했다.
3월 19일(목)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수의포럼은 ASF에 초점을 맞췄다
‘폐사체 검사 양성인데 추가 정밀검사 음성’ 거듭
어떤 돼지의 피를 뽑느냐가 성패 가른다
현장 돼지수의사 역할론
이날 포럼에서는 ASF 방역개선을 위한 현장 수의사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특히 정밀검사의 표본 선정이 도마에 올랐다. 산청·함평 발생농장은 폐사체·환경 검사 양성으로 이어진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거듭됐는데, 최종적으로는 상당한 양성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복경 검역본부 질병진단과장은 “(ASF가 유입된) 돈사 안에서도 천천히 감염된다”며 “여기에 현장 돼지수의사 분들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도축장에서 ASF 양성이 확인됐지만 180두 규모의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의심농장을 대상으로 질병진단과 ASF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을 살펴 5마리만 추가로 검사했는데 3마리가 양성이었던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농장 안에서 어떤 돼지의 피를 뽑느냐에 따라 정밀검사의 성패가 갈린다. 구 과장은 “임상증상이 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문가가 살피면 분명히 침울하거나 특징적인 개체를 뽑아낼 수 있다”면서 “농장에서 어떻게 샘플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함평 발생농장(79차)도 민간 돼지수의사가 농장에 들어가 검사를 진행했고, 80여두를 검사해 25%가 넘는 양성률을 기록했다. 김정주 과장도 “현장 수의사가 시료 채취에 나선 노력 덕분에 (ASF) 발생농장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질병에 대한 예찰처럼 사육구간이나 돈사별로 표본을 기계적으로 나누기 보다, ASF 의심농장에 대한 확인검사는 ‘의심되는 돼지’를 골라 검사하는 방식으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의사환축을 잘 골라내는 ‘전문가의 눈’이 필요하다.
직접 접촉이나 비말(droplet)을 통해 근거리로 전염되는 ASF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여러 돈사·돈방에서 조금씩 검사하면서 두수를 늘리는 방식 대신 폐사체가 나왔거나 유증상 돼지가 있는 돈방을 특정해 해당 돈방의 모든 돼지를 검사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주 과장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현장 시료 채취에서 민간 수의사의 역할은 더 강화될 것”이라며 “민간 수의사가 방역의 핵심 파트너라는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방역개선대책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민간 돼지수의사가 체계적으로 참여하려면 제도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발생농장 검사에 참여해도 1~2주에 달하는 이동제한으로 생업에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격리기간을 조정하고, 전문성에 맞는 보상도 제공되어야 한다.
이날 검역본부 질병진단과는 돼지 사체를 공수해 부검 교육을 실시했다
숨어 있는 ASF 농장 찾는데 수의사 역할
검본, 돼지까지 공수해 수의사 대상 부검 교육
지난해 11월 당진 ASF 농장을 돼지수의사가 찾아낸 것처럼, 숨어 있는 ASF 감염 농장을 의심하는데도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날 검역본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돼지수의사회원을 대상으로 부검 교육을 실시했다. ASF에 감염된 돼지에서 특징적으로 확인되는 위간림프절, 신장림프절의 병변을 소개하고 접근법과 주의사항을 전했다.
질병진단과에서 부검·진단을 담당하는 이현경·김종호 박사가 돼지 사체 부검을 시연했다. 충남대 수의대 해부학실이 실습 공간을 제공하고, 검역본부가 부검용 돼지 사체를 직접 공수했다.
구복경 과장은 “ASF 감염축은 살모넬라, PRRS 등 다른 질병과 달리 위간림프절과 신장림프절에서 명확한 종대와 충·출혈을 보인다”며 이들 림프절을 잘라 단면까지 살피면 타 질병과 감별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이날 포럼을 찾아 “ASF 대응에는 현장에서의 신속한 병리진단이 중요하다”며 일선 돼지수의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돼지 유래 혈장단백질 급여 금지해야”
해외 사례 포함 검토 中
올해 ASF에서 주요 문제로 지목된 혈장단백질을 두고서는 “아예 급여를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듭됐다.
이에 대해 김정주 과장은 “의미 있는 지적”이라면서 “(돼지 유래 혈장단백질의 돼지 급여를) 전면 제한하는 EU,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미국·일본 사례를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면 금지되지 않는다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해 사료를 검사·조치할 수 있도록 방역개선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라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