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국으로 번지며 양돈산업이 다시 긴장 속에 놓였다. 야생멧돼지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지역, 차량의 동선도 겹치지 않은 농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ASF가 발생하면서 기존 방역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본지는 지난 3월 초 (주)옵티팜의 김현일 대표를 만나 국내 ASF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국내 최대 민간 동물질병 진단기관이자 최초의 민간 ASF 진단기관인 (주)옵티팜을 이끌고 있는 김현일 대표는 국내 ASF 발생 초기부터 정부와 민간의 ASF 대응을 자문해 왔으며, 현장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온 국내 ASF 방역의 핵심 전문가다.
김 대표는 이번 ASF 발생이 기존과는 다른 역학적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ASF 전장유전자 분석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질병에 취약한 양돈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기존과 다른 ASF 발생 패턴... “IGR-I형 발생, 새로운 유입 가능성”
김 대표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ASF 발생 양상을 분석하면서 2019년 발생 초기와 2026년 산발적 발생 사례를 주목했다. 보통 국내 ASF 발생은 지역 내 야생멧돼지에서 발생이 확인된 이후 농장에서 확진이 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 2019년과 2026년에는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적 없는 지역의 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
그는 “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 2025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해 분석한 결과 IGR Ⅰ, Ⅱ, Ⅲ형이 모두 확인됐다. 만약 야생멧돼지를 통해 발생한 것이라면 IGR이 동일해야 한다. 결국 다른 유입 원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후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발생한 ASF 유전자는 야생멧돼지에서 유래한 IGR-II형이었다. 김 대표는 “IGR은 유전학적으로 Ⅰ형이 Ⅱ형으로 변이되는 경우는 있어도 Ⅱ형에서 Ⅰ형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즉, 이번 IGR-Ⅰ형은 새로운 바이러스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퍼졌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전장유전자 분석에 있다”며 신속한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혈장단백질 통한 전파 의혹... “전장유전자 분석이 해답될 것”
이번 ASF 발생 상황은 이전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모돈 위주에서 발생하던 ASF가 최근에는 왜 자돈 위주로 발생하고 있는지, 외국인이나 불법 축산물 유입에 의한 것이라면 2020~2025년 발생 양상이 왜 다른지, 발생 농장의 역학적 연결 가능성이 낮은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오염된 혈액으로 생산된 혈장단백질이 첨가된 사료를 통해 ASF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욱 전장유전자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만약 혈장단백질과 16개 농장의 전장유전자가 일치한다면 55차 당진 ASF 농장의 감염 돼지가 모르는 사이에 출하가 됐고, 이 혈액이 혈장단백질로 활용되어 사료를 통해 16개 농장으로 퍼졌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55차 당진 유전자와 혈장단백질의 전장유전자가 일치하고 16개 농장이 불일치한다면 혈장단백 역학과 다른 역학적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혈장단백질과 16개 농장이 55차 당진 유전자와 불일치할 경우는 다른 역학적 요인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대표는 “철새부터 시작해서 차량 등 많은 부분을 검토했지만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중복감염 시 진단 어려워... 도축장 검사 강화 필요
이번 산발적 ASF 발생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2025년 11월 당진 사례이다. 당진 농장은 11월 24일 처음 신고를 접수하였으나 그 이전에도 계속해서 폐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해당 농장이 10월 초 옵티팜에 의뢰한 가검물을 검사한 결과 ASF 양성이 확인된 바 있다. 해당 농장의 폐사는 약 9월부터 발생했다.
김 대표는 “농장에서 ASF를 제때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농장에 병원성이 높은 PRRS와 PCV2가 양성이었기 때문이었다”면서 “주변에 야생멧돼지 발생도 없었고, 최근 PRRS 발생 양상에서도 폐사가 증가하다 보니 ASF라고 의심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케이스에서 부검 시 임상증상이 예전처럼 비장 종대가 심하게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처럼 ASF 진단이 늦어지는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도축장에서의 검사를 강화하고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ASF로 큰 피해를 입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의 경우도 도축장으로 ASF 감염돈이 출하되면서 그 혈액으로 만든 혈장단백질로 인해 ASF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는 감염된 돼지의 도축장 출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양돈산업 체질 개선 필요...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 이뤄져야
현재 방역당국은 전국 양돈장 검사를 실시하고 폐사체도 수거하여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더해 도축장에서도 철저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 대표는 이번 ASF 발생 사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옵티팜에서 도축장 시료를 검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바이러스 검출은 없었다. 전체 농가의 1% 미만 수준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3월 중순 이후로는 발생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앞으로 방역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은 도축장에서 출하 차량이 나갈 때 깨끗이 소독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으며, 농장 입구에서도 뜨거운 물로 차를 세척할 수 있는 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시설이 미비하다 보니 거점소독시설이나 도축장을 사용하면서 계속 오염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도축장 입구의 수세 소독 시설을 보강하면 제일 중요한 오염원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폐수 처리 문제로 소독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산 확보를 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ASF 검사 결과에 대해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전장유전자 정보 공유도 당부했다.
그는 “산업 체질 개선을 통해 감염성 질환에 더이상 고통받지 않는 양돈산업이 되길 바란다”며 “정부, 농가와 함께 옵티팜과 같은 연구기관도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진단부터 백신 국산화까지, 옵티팜의 ‘올라운드’ 도전
한편 김현일 대표가 이끌고 있는 (주)옵티팜은 동물 질병 진단을 기반으로 성장한 바이오 기업으로, 질병 진단과 동물의약품 유통, 박테리오파지 기반 항균제 개발, 체외진단 키트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SPF 수준의 실험용 돼지 생산도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돼지는 구제역 항체가 없는 청정 돼지로 백신 시험과 항체 검사 등에 활용된다. 이와 함께 옵티팜은 지난해 국내 민간 진단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ASF 진단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