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ASF가 장기화되며 농장뿐 아니라 유통·환경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현지 재래시장 내 축산물 판매 모습.
베트남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장기화되며 농장과 유통 전반에서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는 더 이상 특정 농장의 문제가 아닌, 양돈산업 전반에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지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대형 양돈기업을 포함해 일정 비율의 농장에서 ASF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사육군 기준 약 30% 수준에서 감염이 확인된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는 개별 농장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ASF 발생 이후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트남 정부는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나 보상 체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정책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기에는 보상을 전제로 살처분이 이뤄졌지만, 실제 보상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가 협조도 크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감염 개체가 시장으로 유입되는 ‘긴급출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SF 감염돼지가 폐사 조짐을 보이면 조기 출하하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에는 체중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돼지가 계속 유입되고 있고, 하루 유통 물량의 10% 이상이 이런 개체”라고 말했다. 감염 가능 개체가 정상 유통망을 통해 이동하면서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ASF 발생 이전 ㎏당 약 3만8000동 수준이던 생체돼지 가격은 7만8000동까지 상승한 뒤 최근 7만동 선에서 형성되며 사실상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육 마릿수 감소와 공급 부족, 소규모 농가 이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베트남의 사육 환경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다. 열대·아열대 기후 특성상 사육은 비교적 용이하지만 위생 관리와 통제는 취약할 수밖에 없고, 자연계 매개체까지 존재해 완전 차단이 쉽지 않다는 부연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존 유전자형(G2) 외에 ‘하이브리드’ 형태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현장 혼선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농장 밖 오염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미 농장 밖까지 오염이 확산된 상황에서 단순 차단방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통과 환경까지 포함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양돈산업 구조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농가는 폐업하거나 다른 축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대형 농장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방역만으로 ASF를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ASF 백신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베트남과 동남아에서는 나베코(NAVETCO), 아박(AVAC), 다바코(Dabaco) 등의 ASF 백신이 개발돼 현장 적용이 시도된 바 있다.
다만 접종 이후 이상 증상이나 번식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용이 제한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여전히 “쓸 만한 백신이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동물약품 기업들도 베트남에서 백신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일부 기업은 기존 G2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계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방어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 효과가 관찰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향후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수의 전문가는 “베트남 사례는 ASF가 단순 방역을 넘어 산업 구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내 양돈산업도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