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지난 25일 한국축산물처리협회 정기총회 현장 모습.
돼지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최근 잠잠해지는 가운데 도축장들이 돼지혈액처리를 놓고 비상이 걸렸다.
도축장 혈액에서 ASF 바이러스 항원이 나오고 혈장단백에서도 유전자 조각이 나오면서 불거진 돼지혈액 수급사태가 도축장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대전에 위치한 호텔 인터시티에서 열린 도축장구조조정추진협의회, 한국축산물처리협회 정기총회에서 도축장 대표들은 돼지혈액처리의 어려움을 이구동성으로 토로했다.
이정희 우진실업 대표는 “기본적으로 돼지혈액이 폐수처리장에 큰 부담이 된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판매금지 등 혈액과 관련한 생산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톤당 수거비가 7만 원까지 오르는 등 도축장에서도 어려움이 큰 상황이어서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병구 광축 대표는 “돼지혈액이 자원이기 때문에 충남지역 도축장들의 경우는 톤당 3만 원, 5만 원씩을 받았었는데 현재는 무상으로 수거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도축장의 경우 돼지혈액처리가 결국 폐수처리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돼지지육공급불안과 양돈농장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돼지혈액 수급과 관련한 자료와 제안사항 등을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원 한국축산물처리협회 부장은 “도축장 70곳 중 혈액 수거와 관련한 설문 결과 무상 수거 17개소, 도축장이 혈액 판매 16개소, 도축장이 위탁처리비 부담 6개소, 미응답 3개소 등으로 조사됐다”며 “사용용도는 사료원료, 식용, 비료, 양식장 사료 원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편명식 팜스토리 대표는 “3600호에 달하는 양돈농가들이 국산 혈장단백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국내 판매나 수출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방법을 찾고 고부가가치로 나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검토 전으로 다음 달 개선방안을 만들 때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양돈장에서 ASF 발생은 지난 16일까지 24건을 기록했다.
도축장 멈추면 가축 갈 곳 없다
ASF 족쇄에 비용 폭탄만 투하
혈장 유통 마비가 불러온 대란
방역 희생 강요, 이제는 끝내야
출하 대란 막을 골든타임 임박
ASF의 반복적 발생과 이에 따른 방역 조치가 이어지면서 산업 전반에 구조적 부담이 누적됐 고, 그 부담은 특히 도축업계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현장은 묵묵히 이를 감내해 왔지만, 최근 혈장단백질 유통 중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임계점에 다다랐다.
ASF 발생 시 가장 먼저 내려지는 살처분과 이동중지 조치는 방역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다. 그러나 이 조치가 도축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작업 중단을 넘어선다.
돼지 이동이 제한되면서 도축과 가공은 사실상 멈추게 되고, 원료육 공급이 끊긴 상태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 발생한다. 생산은 멈췄지만, 비용은 줄지 않는 구조, 이 비대칭적 부담이 반복되며 업계의 체력은 점차 소진되고 있다.
이동 제한이 해제된 이후에도 부담은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그동안 출하되지 못했던 돼지들이 한꺼번에 도축장으로 몰리면서 작업 물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시간 외 작업과 인력 투입이 불가피 해진다. 도축 공백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도 전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결국 작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과 작업 재개에 따른 부담이 동시에 작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되 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ASF 이후 살처분과 이동 제한, 역학 관련 조치로 출하 시기를 놓친 사례가 이어지면서 과체중 돼지 출하가 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설 명이다.
이는 도체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생산·유통· 가공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누적된 부담 위에 최근 혈장단백질 유통 중단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혈액 유래 사료 원료에 대한 기피가 확산하면서 관련 제품의 판 매와 출하가 사실상 막혔고, 혈액 수거·가공업체 들 역시 운영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원인 규명을 위해 생산을 이어 가고 있지만, 유통이 막힌 상태에서 지속 가능성 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는 이미 시간의 문제라는 인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혈액 처리 체계가 단기간에 대체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구조는 일부 업체 의존도 가 높은 상태이고, 상당수 도축장은 대체 처리 경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혈액 수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이는 곧바로 도축장 운영 차질로 이어질 뿐 아니라, 환경 관 리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혈장단백질 유통 중단은 단일 품목의 문제가 아니 라, 도축업 전반의 기반을 흔드는 사안으로 확장 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우발적 위기가 아니라 예 고된 공백에 가깝다. 혈장 유통이 막히면 혈액 처리 체계가 흔들리고, 이는 도축장 운영 문제로 이 어진다는 구조는 이미 충분히 인지돼 왔다. 그럼 에도 대응은 사후적으로 이뤄졌고, 산업은 사실상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버텨왔다.
현장의 요구는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혈액 수거·처리 체계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혈액 자원화 기술에 대한 연구 확대, 그리고 산업 전 반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 공동 처리시설 구축이나 지정 처리 업체 운영 등 구조적인 대안 마련 역시 더 이상 미 룰 수 없는 과제로 지목된다.
방역은 분명 최우선 가치다. 그러나 방역 조치가 산업의 기본적인 순환 구조까지 단절시키 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안 역시 동시에 작 동해야 한다.
지금처럼 혈액은 쌓이지만 처리할 곳이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그 부담에 결국 가장 취약한 현장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ASF로 인한 생산 중단과 비용 부담, 이후 물량 집중에 따른 추가 비용, 그리고 이번 혈장단백질 사태까지 도축업계는 그동안 여러 겹의 부담을 감내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누적된 부담 위 에 또 하나의 변수가 얹히면서, 산업은 더 이상 물 러설 곳이 없는 지점에 서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구 조를 전제로 한 접근이다.
고령군,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방역 강화
발생지 10km 이내 농가 이동제한
출입 차량 소독·입산 자제 안내
[농수축산신문=장병덕 기자]
경북 고령군에서 방역차량을 투입해 농가 진입로를 소독하고 있다.
경북 고령군은 최근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인됨에 따라 확산 방지를 위해 긴급방역에 나섰다.
고령군은 발생지를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 양돈농가에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긴급으로 인근 야산에 서식하는 멧돼지 수색과 포획 작업을 추진하는 등 현장 중심의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축협공동방제단과 군 방제차량을 투입하고 가축방역위생지원본부에 드론 방제를 요청해 발생지와 인근 농장에 대한 공동 방제를 실시했다. 또한 멧돼지 기피제 살포와 소독 초소를 2개소 설치해 사람과 출입 차량의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발생지 인근 주민들에게는 입산 자제를 안내하고 산지와 인접한 지역에서는 기피제 살포와 소독을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령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관내 양돈농가에서 ASF 의심 증상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야생 멧돼지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농가에서도 출입 통제와 소독강화 등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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