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본지와 특별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까지 이른바 ‘3종 가축전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방역 당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역대급 전파력과 복잡해진 유전형 속에서도 선제적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자평이다.
기술 방역의 수장으로서 거대한 전환기를 이끌고 있는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 본부장을 지난 7일 경북 김천에 위치한 검역본부에서 만나 향후 방역 정책의 로드맵을 들었다.
# “우려보다 선방했지만 기후 변화가 가져올 ‘최악’ 대비해야”
최정록 검역본부장은 먼저 최근의 방역 상황을 “역량의 120%를 쏟아부은 사투”라고 표현했다. 올해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세부 유전형만 7~9개에 달할 정도로 양상이 복잡했고, 주변 환경 오염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폭발적 발생이 예견된 상황에서 포인트를 둔 방역 조치로 피해를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생태계 변화, 교역 증가로 인해 앞으로 발생 빈도는 더 잦아지고 규모는 커질 것입니다. 이제는 더 강하고 세밀한 ‘방역 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ASF 방역의 교훈…“멧돼지 넘어 사료·사람까지 정밀 관리”
최근 당진 양돈장 등에서 발생한 ASF 사태에 대해 최 본부장은 겸허한 반성을 내놨다. 그간 멧돼지 위주의 방역과 국경 검역에 집중했으나 외국인 근로자나 물품 등 역학적 미세 틈새를 놓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기술 부서 입장에서는 사후 조치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특히 사료 원료 등에 대한 정밀 내사를 통해 적정한 시기에 조치함으로써 안정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사료 검사 강화와 새로운 유형의 만성형 질병 대비 등 진단 체계를 더욱 촘촘히 할 것입니다.”
# 코미팜 등 민간 백신 개발 지원…“BL3 시설 최초 상업적 개방”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수출용 민간 백신 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지다. 최 본부장은 2030년까지 백신 로드맵을 수립하고, 특히 베트남 등 해외 국가와의 공동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성이 담보된 백신 시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적극 협의 중입니다. 검역본부는 2024년부터 BL3(생물안전 3등급) 시설을 개방해 왔는데 수출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최초 상업용으로 개방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민간 전용 시설의 필요성을 정책 당국에 적극 제안하고 추진단을 꾸려 현지 사업단 형태로 연구하고, 민간 지원 활동 등을 강화하겠습니다.”
# “규제보다는 수용성…‘KAP’ 변화가 핵심”
방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농가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식(Knowledge), 인식(Attitude), 행동(Practice)의 상관관계를 일컫는 ‘KAP’ 모델을 언급하며, 단순 규제가 아닌 교육과 인센티브를 통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방역 수칙이 너무 복잡하면 수용성이 떨어집니다. 벌금이 무서워서 하는 방역이 아니라 지역 단위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키는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질병관리등급제를 통해 우수 농가와 지역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인공지능(AI) 학습을 통한 선별적 검역 등 신기술을 접목해 방역의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 구제역·AI 백신 정책의 변화…“중국 상황 주시, 항원뱅크 가동”
구제역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의 '기본'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항체 형성률이 낮은 농가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안 되면 재발은 필연적이라는 진단이다. 또한 최근 중국 등 인접 국가에서 발생 중인 SAT1형에 대비해 30만 마리분량의 완제품과 항원 뱅크를 확보하고 유입 위험도 평가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AI는 발생 지역이 계속 넓어지고 조류, 포유류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도 질병 변화의 상황에 대응해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이에 우리도 접종여부는 차치하고 해외 사례, 기술분석, 백신개발 로드맵을 잡고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본부장은 국민과 농가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방역은 개인위생과 같습니다. 농장은 스스로 지킨다는 원칙하에 자율 방역에 힘써주길 부탁드립니다. 국민께도 가축 질병 발생 시 물가 걱정보다는 질병 통제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에 따뜻한 이해와 협조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안전한 ‘K-축산물’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선제적인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위생 관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