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육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확산 빌미를 제공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에 ASF방역에 악영향을 미치는 돼지 혈장과 남은 음식물(잔반)사료의 양돈용 사용 규제하는 법안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경기 화성시갑)은 국내외에서 가축전염병 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동종포식과와 잔반사료를 금지하는 '사료관리법' 개정안(ASF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송 의원은“돼지 혈장을 돼지에게 먹이는 동종포식은 안전성이나 윤리성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돼지혈장의 양돈사료 이용을 금지해서 방역리스크를 줄이는 정책이 양어용‧양계용 사료, 또는 화장품 등 돼지혈액 부산물의 이용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중국 정부는 2018년 ASF가 기승을 부릴 때 잔반사료와 사료용 혈장단백질의 급여를 중단했다”며“ASF발병국들이 잔반사료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들이 동종포식 사료를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월 경기도가 혈장단백 사료의 유통‧보관‧사용을 전면 금지한 만큼 정부 또한 혈장의 사료 사용을 제한하고, 잔반사료 급여도 규제해야 한다”면서“사료 원료에 대한 병원체 유전자 검사의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국내 농장에서 자라서 도축된 돼지의 혈액으로부터 나온 사료용 혈장(단백)에서 ASF병원체 유전자가 검출됨에 따라 농식품부는 최근 ASF발생국 혈장의 사료 사용을 금지하거나 양돈 사료용 혈장에 대해 ASF병원체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9월 금지했다가 2024년 12월 다시 허용한 잔반사료 또한 골칫거리다. 농식품부는 2019년 9월 국내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잔반사료의 양돈농장 반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그러나 2024년 12월 방역조건을 충족한 양돈농장에 한해 잔반사료를 급여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이는 소(반추동물)에게 동물성 단백질류‧무기물‧유지류는 물론, 남은 음식물(잔반)과 잔반사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농식품부의 규제와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 급변하는 ASF발병 양상에 걸맞는 방역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송 의원은“야생멧돼지의 ASF발생이 급감했지만 사육 돼지의 ASF발생이 그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ASF병원체가 사료를 통해 국내 농장에 퍼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감염 돼지가 폐사하지 않은채 혈액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고 버젓이 도축됐다는 사실은 저병원성 ASF의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기준 양돈농장 ASF발생사례는 24건으로 전년보다 4배가 늘었다. 그동안 ASF가 발병하지 않았던 충남, 전북, 전남, 경남지역 농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야생멧돼지의 ASF발생건수는 2021년 964건에서 2023년과 2024년 각각 735건과 719건으로 줄었고, 지난해 109건, 올해 121건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ASF방역의 기초인 잔반사료 급여 규제를 풀어헤치고, 감염원으로 확인된 돼지혈장을 계속 양돈용 사료원료로 사용하는 일은 ASF창궐에 따른 수조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옥주 의원은 “잔반사료 급여 재개는 투기자본의 음식물류폐기물처리업 투자를 부추기고. 가축전염병 확산, 축산물 품질 저하, 불공정 저가경쟁 유발, 바이오가스 개발 역행과 같은 논란을 재현할 것”이라며“잔반사료 급여 재개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식량 시스템 붕괴 위기"… 유엔, 폭염 '축산 재앙' 공식 경고
"먹어도 안 큰다" 사료 효율(FCR) 악화와 질병 확산으로 생산 기반 와해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유엔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단순히 가축 폐사를 넘어 사료 공급망 파괴와 가축 질병 확산, 그리고 농가 수익성 악화라는 연쇄 도미노가 인류의 단백질 공급원을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돼지와사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2일(현지 시간) 공동 보고서 '폭염과 농업(Extreme Heat and Agriculture)'을 통해, 극단적 폭염이 전 세계 농식품 시스템 종사자 12억 3,000만 명의 생계를 위협하고 식량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료 효율(FCR)의 비극, "먹어도 살 안 찌는 가축"
보고서는 축산 경영의 핵심 지표인 사료 효율(경제적 생산성) 측면에서 폭염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축은 고온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 조절을 위해 대사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지만, 반대로 사료 섭취량은 급감하는 '생리적 불균형' 상태에 빠집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사료요구율(FCR)의 악화로 이어집니다. 보고서는 특히 돼지와 같이 열 발산 능력이 떨어지는 가축의 경우, 사료 섭취 저하가 성축 기간 연장과 출하 체중 미달을 초래해 농가의 생산비를 가파르게 상승시킨다고 경고했습니다. "먹여도 살이 찌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농가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는 것입니다.
고온 스트레스와 '면역 공백'… 질병 확산의 기폭제
면역 체계의 붕괴 또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고온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은 장 내벽 세포가 손상되는 '장관 투과성 증가(Leaky Gut)' 현상을 겪으며, 평소라면 이겨냈을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됩니다.
특히 폭염 하에서는 백신의 항체 형성 능력이 저하되어 방역망에 '면역 공백'이 발생하며, 기온 상승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진 매개 곤충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야생동물을 통해 악성 전염병이 확산될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수확량 급감과 '히트플레이션'의 공포
폭염은 가축이 먹는 사료 작물 자체의 수급도 흔들고 있습니다. 옥수수와 대두 등 주요 곡물이 열적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곡물 가격의 즉각적인 상승을 부르고 있습니다.
생산비는 치솟는데 사료 효율은 떨어지는 '이중고'는 결국 축산물 소비자 가격을 견인하며, 식탁 물가 전체를 흔드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가격 폭등이 전 지구적 영양 불균형을 심화시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축산 경영의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미래 없다"
FAO와 WMO는 농업 노동자의 온열 질환 사망률이 타 산업 대비 35배나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력 상실에 따른 관리 부실이 다시 질병 발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고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적응형 사료 작물 전환 △축사 내 정밀 환경 제어 시스템 도입 △국가별 조기 경보 시스템 강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폭염이 더 이상 계절적 변수가 아닌, 축산업을 비롯한 농업의 공급망과 경제적 구조를 뒤흔드는 '상시적 위기'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 양돈 현장 역시 기후 위기 시나리오에 맞춘 방역 및 사양 관리 체계의 전면적인 재점검이 시급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