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G-ΔI177L/ΔLVR 후보주를 활용한 ASF 백신 개발과 임상 검증
서문 : 공포를 넘어 생존의 기로에 선 양돈산업을 위한 제언
동남아시아를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해가 거듭될수록 ASF는 단순한 전염병을 넘어 ‘풍토병(Endemic)’으로 고착화되었으며, 그 피해는 이제 양돈농가의 생존권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역시 정부의 강력한 차단방역 노력에도 불구하고 ASF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농가의 시름이 깊어가는 가운데 지난 2026년 2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국제 농업 정상회의(International Farmers Summit)’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당시 초청된 코미팜의 ASF-G-ΔI177L/ΔLVR 후보주를 활용한 ASF 백신 임상 결과는 필리핀 정부와 양돈농가로부터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특히 기존에 사용되던 백신들을 대체할 강력한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2021년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백신 후보주를 분양받은 이래 코미팜만의 독자적 기술로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기까지의 5년 과정을 다루고자 한다.
망자계치(亡子計齒)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험난한 첫걸음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뜻의 망자계치(亡子計齒)라는 말이 있다. 이미 일이 잘못된 뒤에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는 뜻이다.
코미팜은 ASF가 국내 양돈업을 초토화하기 전 선제적인 ‘방패’를 만들기 위해 2021년 USDA로부터 두 개의 백신 후보주(ASF-G-ΔI177L 및 ASF-G-ΔI177L/ΔLVR)를 분양받았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그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백신의 효능을 검증하려면 먼저 ‘가장 강력한 적’을 알아야 했다. 연구진은 국내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야외 바이러스 중 병원성이 가장 높은 ‘화천주(ASFV-Hwacheon/2020)’를 공격접종용 바이러스로 선정했다.
동일한 환경에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전형적인 ASF 증상과 폐사를 유도하는 이 강력한 바이러스를 상대로 백신의 방어력을 시험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량 접종 안전성부터 모돈 안전성, 병원성 복귀 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내 실험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ABSL-3(동물생물안전 3등급) 시설에서 진행되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와 타산지석(他山之石) : 실패에서 배운 성공의 공식
백신 개발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민간 기업의 ASF 백신 실험이었기에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한겨울 사육 시설의 온도계 결함으로 예기치 못한 폐사가 발생하기도 했고, 협소한 공간에서 WOAH 규정을 맞추기 위해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가장 큰 고비는 백신 후보주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변이’였다. 지정된 세포주 계대 과정에서 유전자가 변이되며 효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과 PCR을 동원해 변이된 세포주를 낱낱이 가려냈으며, 최적의 효능을 유지하는 마스터 씨드(Master Seed) 관리 기술을 터득했다. 과거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단단한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백신계의 ‘수학 공식’ : 안전성과 효능의 완벽한 조화
USDA에서 분양받은 ASF-G-ΔI177L 및 ASF-G-ΔI177L/ΔLVR 두 후보주 중 최종 선택된 것은 후자이다. 실험 결과, 전자는 일부 장기에서 ASF 감염 소견이 보였으나 후자는 장간막 림프절을 제외한 모든 장기에서 이상 소견이 없었다.
▲ (그림 1) 성공적인 병원성 복귀 실험
선행 실험 중 가장 중요한 실험은 후보주의 안전성 실험인 ‘병원성 복귀 실험’의 성공이었다. 백신 접종 후 혈액을 채취해 다른 돼지에게 5차례 연속 계대 접종을 했음에도 임상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유전적 변이 또한 없었다.
• 경구 백신 실험 : 야생멧돼지 방역을 위해 실시한 1차 파일럿 경구 투여 실험에서 75%의 생존율을 기록하였으나, 백신 용량 및 백신 투여 방법을 개선하여 최적의 접종 조건을 찾아낸 이후부터는 더 이상 실패는 없었다.
• 육성돈 백신 실험 : 육성돈 실험은 이전의 결과를 토대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그대로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실험이었다. 수년간 반복 임상실험을 통해 획득한 최적의 백신 농도와 용량은 아무리 지독한 ASF라고 하더라도 자연과학의 덫을 피해갈 수 없었다.
▲ (그림 2) 모돈 실험 결과
• 임신돈 안전성 : 백신 안전성의 최종 단계인 임신 말기 모돈 실험(2024년 1월)에서 이상 열반응이나 유산 없이 정상 분만을 확인했다. 특히 초유를 통해 자돈에게 모체 이행항체가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며,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작동함을 입증했다.
필리핀 야외 임상 대비 마지막 국내 실험
ASF가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필리핀은 그야말로 ‘지뢰밭’과 같다. 이에 연구진은 2025년 9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 더욱 가혹한 실험 설계를 도입했다.
백신 접종 후 언제든 야외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해 무려 3차례의 공격접종을 시도했고 출하 직전 감염 상황까지 가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모든 그룹에서 100% 생존했을 뿐만 아니라 구강 및 분변 분비물에서 백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필리핀 야외 임상실험 대장정
▲ (사진 1) 필리핀 상업화 농장에서 ASF 백신 접종 후 임상증상 관찰 현장
2025년 7월 필리핀 정부 주관하에 대규모 야외 임상실험이 실시됐다. 무덥고 습한 열대 몬순 기후의 악조건 속에서도 결과는 완벽했다.
• 항체형성률 : 접종 3주 만에 93%, 4주째에는 100% 방어 항체 형성 통보를 받았다.
▲ (그림 3) ASF 백신 접종 후 동거축에서 백신 항체 검출 안 됨. 백신 후 백신군과 정상 대조군 간 바이러스 감염과는 무관함이 확인됨.
• 교차감염 차단 : 백신 접종 돼지와 함께 사육한 비접종 돼지(동거돈)에게서도 감염이 일어나지 않아 안전성을 재입증했다.
• 번식성적 : 백신을 접종한 임신돈들이 100% 정상 분만 후 100% 재임신 성공에 이어 일부 모돈은 재출산까지 성공하며 현지 양돈농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 (사진 2) 필리핀 국영농장 내 ASF 백신 접종 후 정상 분만 모돈에서 태어난 건강한 자돈
지성이면 감천(至誠感天) : 대한민국 양돈의 미래를 열다!
지난 5년간의 여정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코미팜의 끈질긴 연구와 정부 기관(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농림축산검역본부,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등)의 전폭적인 지원이 합쳐져 만들어낸 쾌거이다.
이제 종착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필리핀 정부의 품목 허가를 위한 추가 실험이 올 중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코미팜의 ASF 백신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전 세계 양돈농가의 눈물을 닦아줄 ‘전략 병기’가 될 것이다.
ASF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대한민국 양돈산업은 더 이상 무력하지 않다. 코미팜의 기록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 농장의 소중한 재산인 돼지들을 지키고 나아가 전 세계 ASF 근절을 위한 ‘ASFV 참수 작전’의 선봉에 설 것이다.
▣ 서정향 연구소장
(주)코미팜 중앙연구소
한국수의병리전문의 인증위원장
▣ 문의사항 상기 원고에 대한 궁금한 사항은 글쓴이 메일로 문의바랍니다. 글쓴이 E-mail : pig@pignpork.com ▣ 출처 피그앤포크 2026년 5월호 410p
동물 질병, 축산물 생산 20% 축내
WOAH 세계 동물 보건 현황 보고서
기후변화 등으로 더 빨리‧멀리 확산
식량 안보 위협, 새로운 팬데믹 우려도
예방 투자는 소홀 “만성적 자금 부족”
英 구제역, 사전 대비 중요성 입증 사례
전 세계적으로 동물 질병의 위협이 전례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동시에 질병 예방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며 식량 안보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차기 팬데믹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최근 발표한 ‘세계 동물 보건 현황 보고서’를 통해 세계가 동물 보건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예방 가능한 동물 질병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 축산물 생산량의 20%가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인간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약 75%가 동물에서 유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동물 보건 시스템은 잠재적인 차세대 팬데믹을 포함한 전염병 발생에 대한 세계 최전선 방어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동물 질병은 이전보다 더 위협적인 발생 양상을 보이고 있다. 25~26년 64개 국가 및 지역에서 2천건 이상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보고됐고 이로 인해 1억4천만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 또는 폐사했다. 또 구제역은 남아프리카에서 유례없이 확산됐으며 유럽에서도 재발했다. ASF는 장거리 전파를 포함해 계속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 남미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기생 파리인 신세계 나사벌레 파리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 토지 이용 변화, 생산 시스템의 집약화는 질병의 발생 및 확산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무역과 이동성의 증가는 병원균이 이전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WOAH는 지적했다.
그런데 이처럼 동물 질병의 위험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물 질병에 대한 예방 투자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에마뉘엘 수베란 WOAH 사무총장은 “동물 건강 시스템은 식량 안보, 경제 안정, 동물 복지 및 인간 건강의 핵심에 있지만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모든 국가의 수의 서비스를 국제 표준에 맞추는 데 연간 약 23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 3조6천억 달러의 0.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하나 영국의 구제역도 좋은 사례로 소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영국은 구제역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인해 대응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약 80억 파운드의 손실을 입었으며 600만마리의 동물이 살처분됐다. 그런데 이를 경험 삼아 07년 구제역이 재발했을 때는 4천700만 파운드의 투자를 통해 대비를 강화, 조기 종식하고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WOAH는 이 같은 사례들이 동물 질병과 관련한 감시 시스템, 실험실 역량, 예방 접종 프로그램 및 수의 서비스가 가져다주는 측정 가능한 경제적 효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