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 화성갑)이 지난 4월 2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과 전파 고리 가능성을 끊기 위해 동족포식 사료와 남은 음식물 급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료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역학조사과정에서 국내 도축장에서 수집되고 가공된 혈장분말이 2차 감염 원인 중 하나라고 추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안타까워 하며 보다 과학적인 입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사료업계는 어분, 동물성 사료 등이 주사료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으로 돼지는 물론 닭, 어류의 사료원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사료원료 가격의 상승에 따른 축산물, 수산물 가격 상승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학 전문가들은 가축사양관리에서 해당 원료를 제한했을 때 가축의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도축부산물의 자원활용 면에서 해당 원료가 제한됐을 때 도축부산물의 처리비용과 이에 따른 축산농가의 부담 증가라는 문제도 도출되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양돈, 양계 현장 생산자를 비롯한 축산업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대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 차근환 한국단미사료협회 실장
-동물성 사료 현행규정 유지
-열처리 강화로 질병전파 우려 최소화를
지난해 기준 제조업등록된 동물성사료 제조업체는 어분 등 25개소, 유지·육골분 등 14개소, 혈액가공사료 7개소와 가금부산물 25개소다. 특히 도축부산물을 이용한 동물성사료는 연 60만 톤에 이른다.
동물성 사료와 곡류의 영양소 구성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단순 단백질 함량으로만 비교할 때 육골분 등은 52%, 옥수수는 8.4% 수준으로 옥수수로 단백질을 대체하려면 육골분 7만8000톤 대비 6.2배의 옥수수 급여가 필요, 연간 1800억 원 정도의 옥수수 추가수입 비용이 발생한다. 만일 이를 식물성 유지, 즉 대두유로 대체하면 4배의 사료비용이 증가한다. 어분과 가금부산물 사료 산업을 모두 포함하면 연간 2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법안이 통과돼 관련 업계가 폐업할 시 폐업 보상금은 차치하고서라도 도축부산물 등의 폐기처분비용 등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풍미 등의 개선으로 인한 사료섭취량 증가와 면역학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단순 식물성 사료원료와의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발의안은 동물성 사료 산업을 위축시킬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한돈사료 가격인상으로 인한 한돈농가 수익성 악화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육성강화‧국민먹거리 물가 안정을 중요시하는 현 정부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물성사료의 사용에 대한 현행규정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혈분 문제는 열처리 등 관리 강화로 ASF 등 질병 전파 우려를 최소화하는 정책 개선이 더욱 옳은 방법이라고 본다.
# 김유용 서울대 교수
-전국의 혈액탱크, ASF 바이러스 상시검사 가능
-혈장분말 사용중지는 어불성설
최근 국내 도축장에서 수집되고 가공된 혈장 분말이 ASF바이러스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지목되는 상황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도축장에서 수집된 가축들의 혈액은 전국 36개소의 혈액탱크에 매일 수집된다. 그곳에서 ASF바이러스가 있는지 상시 검사가 가능한 수준이므로 국내 혈장분말을 일방적으로 가축사료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외국에서도 도축장의 혈액은 잘 관리돼 가축 사료는 물론 실험용 프라즈마까지 제조돼 전 세계적으로 시판된다. 국내에서도 혈액저장탱크만 잘 관리하면 큰 문제없이 혈액을 사료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제 소사료를 제외하고 돼지, 닭사료에서 동물성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은 단백질이 높은 박류(대두박, 채종박, 팜박 등)가 있지만 동물성단백질에 비해 단백질함량뿐만 아니라 아미노산 조성에서 현격한 문제가 있다. 식물성단백질로 사료를 만들 때 합성아미노산을 첨가하지 않으면 사료를 제조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에서 사료생산비를 높이는 부작용을 계속 가져와 국내 축산업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또한 만일 도축장에서 혈액이나 내장을 사료화로 처리하지 못하고 종말처리장이나 많은 비용을 들여서 소각한다면 이에 대한 비용과 악취발생문제는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또 혈액은 가축사료로 사용하기에 충분하고 유익한 성분들이 많은데 도축후 생산되는 혈액이나 부산물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면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 고유돈 계룡종계장 대표
-동물원료 사용 전면금지시 원가 상승
-농가·소비자 부담 증가 불보듯
동종원료 사료 사용 금지 논의는 동물복지와 소비자 인식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출발했지만 정책이 의도한 효과만큼이나 현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 축산업 현장에서는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혈분, 우모분 등 동물성 부산물을 사료 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자원의 순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만약 동종원료 사용이 전면 금지될 경우 사료업계는 대체 단백질 원료를 확보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료 제조 원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사료비는 축산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결국 농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규모화와 자본력을 갖춘 대형 농가와 달리 중소농가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경영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생산비 상승이 농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축산물 가격은 생산비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으며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사료 원료로 활용되던 도축 부산물이 폐기물로 전환될 경우 처리 비용 역시 증가해 축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현장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 동종원료 사료 금지 역시 법안을 서둘러 추진하기보다 생산자, 사료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 황도연 순천종돈 이사
-혈장 단백질, ASF 직접적 원인의 근거 없어
-현실적 대안부터 찾아야
혈장단백질을 사료원료로 금지한다면 자돈사료의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이는 양돈가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더욱 문제는 혈장 단백질이 ASF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사료원료에서 배제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농가들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ASF 발생에 대한 우려때문이라면 ASF 비발생 국가에서 수입된 혈장단백질 사용만을 허가하면 된다.
만약 혈장 단백질을 쓰지 않는다면 사실상 대체제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 대체제를 찾는 것에도 현장 적용과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 과정을 업계가 감당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농가 생산비 상승만이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보다.
이미 현장에서는 일부 사료에서 혈장 단백질을 배제하면서 아미노산 등의 첨가제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도 기호성 등을 이유로 추가 생산비가 발생하고 있는데 만일 혈장 단백질의 대체제를 찾는다고 한다면 사료 kg당 적어도 20%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혈장 단백질은 그동안 사료업계와 영양학자, 축산업계가 영양대비 가성비, 처리 효율 등으로 찾은 최상의 재료 중 하나였다. 과학적 근거없이 이를 무조건 사료에서 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양돈 등 축산업은 경제 동물을 키우는 산업이다. 경제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에 이슈몰이식의 카니발리즘, 동족포식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보다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