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실리콘투·토모큐브 등 대표기업 CEO 대담 "자본시장과 기업간 정보교류 위해 AI 친화적 시스템 구축 필요"
코스닥 대표기업 CEO 대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일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 한국 IR협의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 행사 '코스닥 커넥트(KOSDAQCONNECT) 2026'의 일환으로 코스닥 대표기업 CEO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박용근 토모큐브 대표. 2026.7.1 hwangch@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코스닥 시장 출범 30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인 코스닥 대표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혁신기업들의 성장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선 자본시장 역시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 한국 IR협의회는 1일 기업설명회(IR) 행사 '코스닥 커넥트(KOSDAQCONNECT) 2026'의 일환으로 코스닥 대표기업 CEO 대담을 진행했다.
국내외에서 두각을 보여 온 코스닥 대표기업 수장들에게 코스닥 발전을 위한 제언과 성장기업을 위한 조언을 듣는 자리였다.
세포 손상 없이 생체조직을 정밀 측정·분석하는 2세대 홀로토모그래피 기술력으로 주목받는 토모큐브의 박용근 대표는 "좋은 회사와 좋은 기술에 투자를 하려 했을 때 자본이 부족한 경우는 많이 못 봤다. 오히려 넘쳐나는 게 문제인데 그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좀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과 기술테크 시장 사이에 정보교류가 잘 안 되고 있다"면서 관련 정보가 대부분 인맥을 통해서만 전달돼 온 것이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보 왜곡과 시차를 줄여서 투자자와 회사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거래소의 역할이라고 본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빠르게 정보가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나오면서 온라인에서 접근할 수 있다면 전 세계 누구든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AI가 접근하기 힘든 기존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AI 친화적으로 개편할 것을 촉구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회장은 "엔비디아가 1993년 창업을 했는데 거의 20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폭풍처럼 올라갔다. 이게 혁신기업이고, 테슬라, 애플, 구글 등도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걸 못 기다려 준다. 태어나자마자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진 듯하다"면서 "하지만 엄청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인큐베이팅 타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코스닥 우량기업이 코스피로 이탈하는 현상에 대해선 "불편함이 있기에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공매도'를 꼽기도 했다.
황 회장은 "공매도에 걸려서 성장세가 꺾이는 기업이 많다"면서 "코스닥은 공매도를 안하게 하는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코스닥 상장사는 공매도 대응할 수 있는 영향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과 함께 대담자로 나선 실리콘투의 김성운 대표는 "대한민국 K-팝이 BTS 등을 중심으로 한 스타 시스템에 따라 굉장한 관심을 끌었고, 그만큼 많은 자금이 유입됐는데, 코스닥 시장도 유사한 형태의 홍보 활동과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K-뷰티 브랜드를 전 세계 180개 국가에 판매 중인 김 대표는 유상증자 등 자금 유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선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그는 "코스닥 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많다보니 그런 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너무 많다"면서 "자금유치를 좀 더 긍정적 시선으로 보게끔 홍보가 됐으면 하고, 인수합병이나 동종 기업간 협력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2026.7.1
이날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그간 코스닥 시장의 성과와 앞으로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은 지난 30년간 양적·질적 성장을 일궈왔다.
1996년 시가총액 7조원 규모로 출발해 올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시총 600조원을 돌파했다. 상장기업 수도 개장 초기 341개사에서 지난해 말 기준 1천827개사로 늘었고, 2018년부터 8년 연속 매년 100개 이상 기업을 신규 상장했다.
자금조달 성과도 컸다. 시장 개설 이후 지난해까지 코스닥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43조2천억원,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액은 45조9천억원으로 총 89조원 규모의 자금이 코스닥을 통해 유입됐다.
재무 실적 또한 개선됐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법인의 매출액은 297조원, 영업이익은 11조7천억원, 순이익은 5조2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21.9%, 52.9% 증가했다.
산업 구성도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방산·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다변화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AI 기업 8개사, 바이오 기업 21개사, 반도체 기업 9개사, 방산·우주항공 기업 4개사가 코스닥에 신규 상장했다.
다만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 신뢰 회복과 저평가 해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 상무는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일부 기업이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됐고, 이로 코스닥이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과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이 한 시장 안에 혼재돼 옥석을 가리기 어려운 구조도 시장 전체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퇴출 제도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우선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부실기업 퇴출 제도를 강화한다. 이날부터 1천원 미만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신설요건과 시가총액 등 퇴출 요건 강화가 시행되고, 이는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실질심사 단계를 축소하되 과정을 강화하고, 불성실공시에 대한 누적 벌점 기준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결정 기업 수는 2023년 8개사, 지난해 38개사에서 올해 88개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거래소는 예상했다.
최 상무는 "목표는 퇴출 자체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상장기업의 책임감과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2026.7.1
코스닥 내 우량기업군을 별도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제도도 추진되고 있다. 거래소는 가칭 '코스닥 셀렉트(Select)' 세그먼트를 신설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대표 기업을 선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지수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연구용역과 자문단 운영, 공청회 등을 거쳐 구체적인 제도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혁신기업 상장 지원도 강화된다. 거래소는 AI, 바이오, 반도체, 방산 등 이른바 첨단 혁신산업에 대한 산업별 질적 심사 기준을 고도화하고, 첨단로봇·사이버보안 등 신규 업종에 대해서도 심사 기준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역시 기존 평가 모델을 점검하고 신규 평가 지표를 마련해 새로운 업종의 기술력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혁신기업 하나가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고 대형 투자은행(IB)의 공급 의무,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2조원 이상 세컨더리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자금조달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그먼트 분리를 통한 대표기업 선별, 우수기업 우대와 일반기업의 상생,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상장폐지 기준 강화 등을 언급했다.
국회에서도 코스닥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코스피는 잘되는데 코스닥은 왜 그러냐는 질문이 많다"며 "국회 제도 개혁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구분하지 않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상승의 큰 동력은 정책만이 아니라 실적에도 있다"며 "일정 기간을 거쳐 시장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민국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코스닥은 이제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주항공 등 혁신산업을 밑받침하고 투자자들이 더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기업설명회(IR) 행사 '코스닥 커넥트(KOSDAQ CONNECT) 2026'도 이날 막을 올렸다. 행사는 3일간 진행되며 코스닥 기업들이 테마별 공동 IR을 통해 투자자들과 만나고, 전문가 강연과 세미나도 이어진다.
코스닥 셀렉트' 성공, 연기금·기관 뭉칫돈 유입에 달려
[코스닥 3000 시대] 승강제 도입 초읽기 셀렉트 편입돼도 자금 유입 없으면 ‘간판 갈이’ 불과 거래소, 전용 지수·ETF 상장 등 연계 방안 등 검토중 “기관 투자·ETF 확대해 코스닥 투자 선택지 넓혀야”[이데일리 신하연 박정수 기자] 코스닥시장을 우량기업과 위험기업으로 구분하는 이른바 ‘승강제’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우량 기업을 별도 세그먼트로 묶더라도 실제 투자 수요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면 단순한 ‘간판 갈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 개편의 성패는 프리미엄 세그먼트가 연기금·기관 자금과 상장지수펀드(ETF)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연기금 투자자 진입 요건. (그래픽=김일환 기자)
한국거래소는 1일 ‘코스닥 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코스닥시장 내 세그먼트 체계 도입 계획과 함께 우량 대표기업을 모은 가칭 ‘코스닥 셀렉트(Select)’를 신설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수 사업을 전개해 기관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투자 기준을 제공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승강제의 핵심이 ‘분류’가 아니라 ‘자금 유입 효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셀렉트 세그먼트에 편입되더라도 실질적인 수급 개선과 밸류에이션 재평가 효과가 없다면 코스닥에 남을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 이전상장의 대안이 되려면 별도 지수와 ETF 등 투자 수요를 끌어낼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셀렉트 세그먼트가 기존 코스닥150과 차별화된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2년 연속 흑자를 낸 코스닥 대형·중소형주 가운데 순이익 상위 10% 종목으로 가상의 ‘코스닥 프리미엄’ 지수를 구성해 분석한 결과, 2020년 이후 누적수익률이 107.9%로 코스닥지수(74.2%)와 코스닥150(94.1%)을 모두 웃돌았다. 다만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책의 취지가 제도 설계에 반영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유의미한 규모의 자금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부사장도 이날 “코스닥 우량기업에 대해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대규모 패시브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코스닥 기업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지수나 세그먼트 방안을 많이 논의해 주셨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관리 기업에 대한 자금 공백을 어떻게 막느냐다. 셀렉트 세그먼트가 지나치게 소수 우량주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코스닥 내 자금 쏠림이 심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셀렉트 외 세그먼트까지 별도 지수와 ETF, 정책펀드 투자 대상에 포함하면 프리미엄 진입 전 단계의 중견 성장기업에도 성장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거래소는 시가총액 3000억~5000억원 규모의 미들캡 기업을 연계한 ETF 상장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렉트 지수가 상위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 수요를 끌어들이는 장치라면, 미들캡 ETF는 그 아래 세그먼트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자금 유입 통로를 마련하는 성격이다. 상위 세그먼트로 수급이 쏠리면서 중견 성장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위축되는 것을 막고, 코스닥시장 전반에 기존보다 더 넓은 투자 수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관련 ETF는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며 “또 ETF를 통한 집단 투자가 (코스닥) 시장 전반의 평판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투자 확대도 관건이다. 국민연금 등 장기 자금이 코스닥 셀렉트 세그먼트를 별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거나 벤치마크에 반영할 경우 제도 효과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