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의 합법화 이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한 불편은 시도 때도 없이 풍기는 특유의 냄새일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담배연기와 유사한 생활상의 불편으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올 11월 매사추세츠 유권자들은 2016년 스스로 합법화했던 기호용 마리화나를 다시 금지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윌리엄 갤빈 매사추세츠 주무장관실은 11월 마리화나 합법화 폐지안을 다른 8개의 안건과 함께 주민투표에 부치기로 21일 최종 확정했다.
앞서 주 주민투표법 심의위원회(The State Ballot Law Commission)는 폐지안 지지 서명의 적법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심의한 뒤, 서명을 무효로 판단할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16년 당시 찬성 53.7%로 통과됐던 호용 마리화나 합법화 제도가 다시 폐지 여부를 묻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단순히 "마리화나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를 묻는 선거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합법화가 가져온 변화와 그 성과, 그리고 부작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묻는 시험대에 가깝다.
한동안 잊힌 문제로 여겨졌던 기호용 마리화나가 다시 주민투표에 오른 배경에는 전국적인 합법화 폐지 운동이 있다. 케빈 세이벳이 이끄는 현명한 마리화나 접근법(Smart Approaches to Marijuana·SAM)의 계열 단체가 이번 주민투표 운동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사추세츠에서 이번 마리화나 폐지운동을 이끄는 단체는 건강 매사추세츠 연합(Coalition for a Healthy Massachusetts)의 웬디 웨이크만 대표는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가 거리의 냄새 증가로 인한 삶의 질 저하, 고농도THC 제품의 확산, 어린이와 청소년 노출, 그리고 정신건강 악화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보스턴 다운타운, 펜웨이, 뉴베리스트리트 그리고 각 공원과 MBTA역 등에서 마리화나 냄새를 맡는 일이 흔해졌다. 불쾌한 냄새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냄새만으로 합법화 정책 전체를 폐기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사회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
그러나 어린이의 마리화나 제품 오인 섭취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의 연구에 따르면 젤리, 초콜릿, 캔디 등 일반 간식과 유사한 형태의 THC 제품이 확산되면서 이를 섭취한 어린이들의 응급실 방문이 늘었다. 특히 5세이하의 응급실 방문은 4배 이상 증가했으며 6-12세 사이에서는 7배 이상이 증가했다. 아이들이 이를 일반 간식으로 착각하고 섭취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일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고농도 THC 제품의 확산도 우려한다. 대규모 관찰연구에서는 마리화나를 자주 사용할수록 정신병이나 조현병과의 연관성이 커지고, 특히 매일 고농도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기에 사용을 시작한 경우에도 이후 정신병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다만 이들 연구는 대부분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리화나가 모든 사용자에게 정신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은 아니다.
반면 합법화 당시 가장 큰 우려 가운데 하나였던 범죄증가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들은 강력범죄나 거리 폭력이 마리화나 합법화 때문에 증가했다는 일관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살인과 강도, 총격 사건의 증가를 합법화와 직접 연결하는 근거도 부족하다.
청소년의 마리화나 사용률 역시 합법화 이후 크게 증가했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다. 어린이의 마리화나 제품 오인 섭취와 청소년의 사용률 증가는 서로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합법화가 남긴 성과는
매사추세츠 캐나비스 연합의 라이언 도밍게스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를 "매사추세츠가 지난 10년간 이룬 성과를 되돌리는 시도"라고 규정한다.
매사추세츠는 2018년 판매가 시작된 후 성인용 마리화나 누적 판매액이 90억달러를 넘었고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거둔 세수는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세금은 마리화나 규제와 감독, 공중보건 사업, 지역사회 투자 및 지방정부 재정 등에 사용된다.
합법화 이후에는 재배시설과 제조업체, 운송업체, 제품 검사기관, 판매점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와 고용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전 보스턴 시의원이자 마리화나 판매점을 운영하는 티토 잭슨은 “잘못된 주장 때문에 수억달러의 세수와 수천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폐지 운동을 비판했다.
과거 마리화나 단속으로 불균형하게 피해를 입었던 지역사회와 소수계 주민의 업계 진출을 지원하는 사회적 형평성 정책도 도입됐다. 마리화나의 위험성이 술이나 담배보다 반드시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성인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법화 유지론의 한 축이다.
폐지가 답인가
이번 주민투표에서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은 합법화 유지 또는 폐지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마주하는 정책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흑백논리로 나뉘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우선 “합법화를 폐지하면 현재 제기되는 부작용이 실제로 해소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합법화와 범죄 증가 사이의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폐지가 강력범죄나 거리 폭력을 줄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합법 판매점과 제품 공급이 줄어들 경우 어린이의 에더블 제품 노출 등 일부 공중보건 문제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폐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부작용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지난 10년간 형성된 마리화나 산업의 붕괴와 세수 감소다. 관련 업체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지방정부가 받아온 세금 수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불법 유통이 다시 확대되면서 성분이나 THC 함량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퍼질 우려도 있다. 마리화나 소지와 판매에 대한 단속이 늘어나면 경찰과 법원 등 형사사법 체계의 부담도 다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합법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 반드시 전면 폐지만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가 간식으로 착각할 수 있는 제품의 모양과 포장을 제한하고, 어린이 보호 포장을 강화하며, 1회 제공량과 제품 전체의 THC 함량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고농도 제품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판매를 제한하고, 공공장소 흡연 단속과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정교한 규제를 통해 문제를 줄이는 것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사회적 비용을 피하는 길일 수도 있다.
유권자의 선택
앞서 밝혔듯이 이번 주민 투표는 마리화나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10년 된 정책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질문으로 봐야 한다. 정책을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유지할 것인지 결정하는 선택에 가깝다.
10년전 매사추세츠 유권자는 금지보다 규제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10년 후 다시 맞이한 갈림길에서 유권자들은 “10년 동안 시행해 온 제도를 되돌릴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